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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1%의 가능성을 위해 모든걸 내던지다 - 연극'오슬로'

김혜령 기자 승인 2018.10.23 11:13 의견 0

오슬로협정.

1993년 9월 13일,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아라파트 의장이 협의 한 합의. 이 협의가 영원히 평행선으로 존재할 것 같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빛을 가져다준다.

▲ 평화 협정으로 나아가기 위해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티에유와 모나. ⓒ 국립극단


실제 오슬로 협정을 만들어낸 인물은 따로 있었다. 노르웨이의 외무장관 존 요르겐 홀스트가 앙숙중의 앙숙인 두 나라간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낸 것이다. 연극 ‘오슬로’는 오슬로협정 이면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연극의 주인공인 티에유 로드 라르센과 모나 유가 오슬로 협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풀어냈다.

티에유는 노르웨이에서 사회학을 연구하는 교수다. 그는 자신이 연구한 새로운 이론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협정을 맺는데 도입한다. 아내인 모나는 노르웨이 외무부에서 일하며 남편의 이론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자, 능력 있는 협상가로 등장한다.

이 부부가 오슬로 협정 추진을 다짐한 이유는 양국 간 갈등으로 고통 받는 아이를 보고 나서였다. 작은 원인으로 시작되었던 발상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중대한 사건으로 발전하게 된다. 티에유는 양국 거물급 인사 사이를 오가면서 양국이 모두 평화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양국의 대표가 격 없이 대화하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두 국가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에도 개입하지 않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협상테이블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오롯이 두 국가의 몫이었다.

▲ 대립각을 세우던 두 나라는 와플을 계기로 부드러운 화해무드로 나아간다 ⓒ 국립극단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던 양국의 협상의 과정은 순탄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안보를 희생하지 않기 위해 협상의 여지를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당시 궁지에 몰려있던 팔레스타인은 합의를 절실히 원했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쉬이 굽히지 않았다. 티에유가 마련한 제3의 장소에서 이들은 그동안 생각지 않았던 서로의 인간적인 면들과 마주한다. 그들은 서로의 견해를 이해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평화를 향해 나아간다. 마침내 이들은 오슬로에서 합의된 평화협정을 발표한다.

모나와 티에유, 두 인물은 역사의 흐름을 전환하는 중요한 키를 쥔 인물이자 연극 전체의 관찰자로 등장한다. 모나는 극에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해설자로 등장한다. 각 장면이 바뀔 때마다 장면과 관련된 역사적 흐름을 설명한다. 낙관주의자인 자신의 남편이 일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자 실제로 일을 진행시키는 대담함도 보인다. 티에유는 열정적인 낙관주의자로 등장하는데, 관계를 온화하게 하는데 특유의 넉살과 농담이 빛을 발한다. 두 역할을 맡은 배우 손상규와 전미도는 극을 힘 있게 이끌어나간다.

특이하게도 극의 장면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탱고를 추는 장면이 등장한다. 극중 대사에 보면 모나가 티에유에게 탱고를 배웠다는 탱고는 두 사람의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쾌활한 부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그러니까 재 말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시라는 거에요.' ⓒ 국립극단


오슬로 협정이 이뤄지는 역사의 흐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전쟁의 화약고와 같던 이스라엘 땅에 평화를 만드는 두 국가의 과정은 험난했다. 연극은 이 무거운 역사적 흐름에 블랙 코미디를 섞었다. 두 나라의 협상가들이 주고받는 뼈있는 농담을 통해, 만담과 같은 부부의 대화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냈다. 3시간 동안 이어져 지루할 수 있는 극에 속도감을 불어넣어 관객들의 몰입력을 이끌어냈다.

극은 ‘하나의 가능성을 향한 지난한 과정’을 주제로 꾸며졌다. 실제로 티에유는 “제 말은, 새로운 가능성들에 대해 생각해 보시라는 거예요. 지금 이룰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 보세요!”라는 대사를 끊임없이 언급한다. 1%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티에유의 행동은 무모해보이지만 가능성에 집중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열정은 마음속에 또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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