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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의 혁명성은 마이크로 밸류의 거래가능성에 있다

[비트코인 10주년 기념 특별인터뷰-2탄] IT철학자이자 미래학자 정지훈 박사 (上)

이승훈 기자 승인 2018.11.13 10:09 | 최종 수정 2019.07.16 17:56 의견 0

블록체인 기술 및 암호화폐, 자기지속성에 대해 IT철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정지훈 박사와 진행한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싣습니다. 상편은 블록체인 기술의 혁명성과 이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혁명성은 ‘마이크로 밸류’의 거래 가능성에 있다

Q. 인터넷 기술이 혁명, 블록체인 기술은 또 다른 혁명이라고 하는데 인터넷 기술의 맥락상 블록체인은 어떤 부분에서 혁명적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인터넷 혁명을 우리가 흔히 디지털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부르는데 디디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디지털 경제가 진행되는 방식입니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공간과 시간의 경계를 넘어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한다는 접근성을 높여준 것이 인터넷 혁명 중의 가장 큰 부분입니다.

또 하나는 풍부함의 법칙입니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매우 복잡한 것을 매우 빠르게 확산 할 수 있습니다. 풍부한 만큼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공유를 통해 새로운 가치들도 창출됩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비즈니스의 규칙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 인터넷 혁명의 부작용이라고 할까요 약간 약점이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이 쉽게 생산되어 확산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것에 대해 귀한 것이 간과됩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 디지털 경제를 공짜경제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공짜가 너무 많아졌고 너무 쉽게 접근하다 보니까 가치가 있는 것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부각됐습니다.

인터넷 진화의 맥락에서 봤을 때 블록체인 기술은 이렇게 가치 인정을 받지 못했던 인터넷에서의 어떤 그러한 작은 가치들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혁명적입니다.

원래 전통경제학에서 ‘마이크로 밸류(micro value)’라고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산하는 작은 가치들은 하나하나의 거래비용이 굉장히 커서 그 하나하나는 경제적 가치를 나타내기 힘듭니다.

예를 들자면 신문 같은 경우에도 가치를 가지는 것은 기자가 쓴 기사 하나하나가 아니고 이것들이 한 곳에 묶인 종이 페이퍼가 됐을 때 가치를 가지고 그것이 또 한 달씩 계약 결제가 되고 했을 때 광고도 붙습니다. 그 때 다시 기여분대로 수익을 나눠가지는 형태입니다.

이것은 거래 단위가 커지니까 거래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비즈니스가 일어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제 블록체인 기술을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생산한 작은 가치들을 그때그때 시간적으로 축적할 수도 있고 공간적으로도 축적할 수도 있고 해서 충분히 거래 가능한 수준으로 올릴 수가 있게 됩니다.

또 이 거래에서 사람들과의 가치를 적절히 계산하게 되면 가치가 비슷한 것을 물물교환의 형태로 교환도 일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과거에 가치를 인정하지 못했던 반쪽짜리 인터넷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러면서 중요한 변화를 가지고 옵니다.

또 한 가지는 기존에 인터넷에서 돈을 벌었다고 이야기 하는 것들은 대부분 플랫폼 기업들입니다. 플랫폼에 제공된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의 대가들을 플랫폼 사업자들만 가져가게 되고 개인 기여자들에게는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은 이런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력을 어느 정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훨씬 사회적 가치가 높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터넷이 가지고 온 큰 변화와 혁명 맥락에서 그 혁명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의 의미로 블록체인 기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 IT철학자이자 미래학자 정지훈 박사는 '마이크로 밸류'의 거래 가능성을 초점으로 블록체인을 말했다. ⓒ이승훈 기자

블록체인 기술로 플랫폼 독점 방지

4차산업혁명을 보다 빠르게 실현

Q.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지금 초연결시대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은 이렇습니다.


인터넷이 가져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디지털 세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세계, 물체에 가게 되면 사물인터넷이 됩니다.

현실세계에서 서비스의 공급과 소비에 연결되면 일종의 온디맨드 이코노미(On-demand Economy)가 되어 맞춤형 서비스가 됩니다.

온디맨드 이코노미가 자원 배분 쪽으로 가면 공유경제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데, 그렇게 가면 또 데이터가 많이 모이게 되니까 데이터를 접목해서 보다 인텔리겐트(intelligent)한 새로운 판단을 내리게 되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한 이노베이션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소위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의 큰 줄거리입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현실 세계와 경제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현상’이 4차 산업혁명의 현상입니다.

첫 번째 질문에서 답을 드렸을 때 인터넷의 진화의 관점에서 봤을 때 기존의 인터넷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인터넷이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가치를 측정하고 교류하고 판매하고 이렇게 거래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로서 완성시키는 부분에서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말씀을 드렸는데 똑같게 여기에도 적용 될 수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현실계에 접목됐을 때, 교환과 거래가 안전하고 투명하면서도 그 가치가 충분히 분산화되고 특정한 세력에 점령당하지 않는 등 이런 여러 가지가 가능해져야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유연하고 빠르게 확산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각각의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거대한 유통 기업에 해당하는 것들, 즉 플랫폼이 또 등장해야 합니다. 그런 플랫폼이 또 등장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거버넌스 (governance)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에서 아날로그 세계의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는 경우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는

속도와 효율을 희생시켜 공정한 분배를 얻는다

Q. 블록체인이 탈중앙화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탈중앙화가 언제나 옳은 것인지 아니면 장점이나 단점이 있는 것인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탈중앙화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탈중앙화의 장점이라면 어느 특정한 곳에 소유되거나 또는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참여자들에게 재화나 자원의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고,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나거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때 참여자 모두의 민의를 받아서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참여자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속 진화, 발전 할 수 있다는 것이 탈중앙화의 장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각각의 참여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주어서 분권화해야 합니다. 이 분권화 된 의사결정권을 주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분산 저장해야 합니다. 그 말은 다르게 표현하자면 한 카피만 저장해도 될 거를 백 카피, 천 카피, 만 카피를 저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그만큼 저장 공간이라든지 계산이라든지 비용을 좀 더 많이 발생시킬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것이 단점입니다.

두 번째는 더 심각한 부분이 특정한 곳에 권한이 집중된 것을 우리가 편리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든지 결정이 났을 때 그것이 실현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협상에 필요한 간접비, 고정비가 적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게 변화를 추진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그에 비해서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노드들은 컨센서스라고 하는 합의를 해야 되는데 이 합의를 위해서는 참여자가 늘어나는 만큼 비용과 시간이 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블록체인은 효율과 속도를 희생시키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보면, 효율과 속도는 충분히 유지되고 있는 곳에서 효율과 속도보다 어느 특정한 플랫폼 종속으로 발생하는 결정권의 편중 등이 더 문제가 될 때 블록체인 기술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에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즉, 아직 새로운 영역이나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은 속도와 효율이 중요한데, 지금 단지 유행이라 해서 블록체인을 쓴다고 하면 정말 잘못된 결정입니다.

이렇게 블록체인에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으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옛날 방식으로 굉장히 효율과 속도, 비용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좋은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하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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