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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앞에 선 대한민국(3) : 장미의 가시(1)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30)

조연호 작가 승인 2018.11.15 12:05 의견 0

그러나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어둠과 싸워왔고, 결국 어둠을 이겨내서 그 공포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어둠을 24시간 내내 빛으로 대체하게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리고 그 불빛이 전 세계로 전파된 경로를 생각해 볼 때 한국은 더 늦게 그 불빛의 혜택을 누린 셈이다. 자연이라는 장벽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인간은 과학기술을 택했으며, 미래의 문제도 과학기술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산술적으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블루칼라들의 직장이 먼저 사라질 것이고, 화이트칼라의 직업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단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일자리는 기계와 로봇이 대체하게 될 것이다. 한편,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장 인공지능 등이 인간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고, 대체 한다하더라도 인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서 더 창의적이고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흔히 말하는 ‘창조적 파괴’이다.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생각하면, 알파고가 떠오르고 이세돌 9단의 패배가 안타깝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전문가들의 반응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에요. 생각해 보세요. 자동차가 인간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을 놀랍게 여기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였다.

인공지능이 실수할 수도 있지만, 인간의 실수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다. IBM에서 만들어낸 왓슨은 의료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인간 의사가 50% 수준의 암 진단율을 보이는 반면, 왓슨은 폐암 98%, 대장암 98%, 직장암 96% 수준의 진단율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2016년까지 구글의 무인 자동차는 총 17회의 가벼운 접촉 사고와 버스와의 저속 접촉 사고 1회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접촉 사고는 무인 자동차가 아니라 상대 차량의 인간 운전자의 실수였고, 1건이 소프트웨어가 오류를 일으켜서 발생한 사고라고 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쉬지도 않고 일하고, 불만도 없으며, 실수도 덜 하는 인공지능을 인간대신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로봇의 부상』에서는 불경기가 시작되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다시 호황기를 맞으면 고용이 촉진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장이 자동화 되면서 생산력만 향상되고 실업률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동화로 인해 숙련직 근로자가 10-20%만 일자리를 잃어도 “대파국”이 올 것’이라고 불안하게 이야기 한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가 실현되면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 다시 고용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는데, 당장 로봇이나 인공지능 등이 모든 일을 대체 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새로운 교육을 통해 직업을 구하던지 아니면 새로운 일자리(기계가 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분야)를 창출하면 된다는 것이다(늘 그렇듯이 말은 쉽다).

그러나 이런 주장처럼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끓는 물 안의 개구리(boiling frog)’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낙관론은 부정론을 극복하는데 실질적인 과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그러면 될 것이다.’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다. 실제로 다양한 자료를 보면, 제도적인 교육을 통해 대체되는 인력의 재교육,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쉽지 않아보인다.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에서는 선진국의 교육기간이 약 13년을 조금 상회하는데, 교육을 통한 경제적 불평등이 줄어들지 않았으며, 새로운 기술의 혁신이 도래할 때 교육제도가 유연하게 대처하지도 못했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실업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고, 혹 수치적으로는 떨어졌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취업이 아니다. 2017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청년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체감 실업률은 34.5%로 추정되며, 실제로 고학력자들을 대상으로 한 적절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있는 현상은 교육제도가 어느 정도 갖춰진 국가라면 일상적인 사회문제로 대두한지 오래됐다.

‘림보세대(림보세대는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경력조차 쌓지 못하고 희망이나 가능성 없는 일에 내 몰리는 20대를 말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이러한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세상은 새로운 자격증과 능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지식 엘리트에게만 기회가 생기고 그들에게 높은 보상이 주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수학 능력과 분석기술이 좋은 사람,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알고 수월하게 작업하는 사람, 그 외에도 마케팅 등 테크놀로지와 직무 관련성이 적은 영역에서 컴퓨터를 직관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 등이라고 언급하고 있으며, 이런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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