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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앞에 선 대한민국(4) : 장미의 가시(2)

4차 산업혁명과 자치분권 시대(31)

조연호 작가 승인 2018.11.16 12:33 의견 0

장미의 가시(2)

독일의 경우 인더스트리4.0가 진행되면서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등이 리쇼어링(리쇼어링을 고립주의 연관해서 이해할 수도 있다)됐고, 관련해서 독일 내에 고용이 창출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보도가 전파되기도 했다. 당연히 해외로 이전했던 기업이 본국으로 다시 돌아오면, 일자리가 새롭게 생길 수밖에 없다. 공장도 다시 지어야 하고, 다양한 관련 시설도 만들어져야 하며, 스마트 팩토리 형태를 추구하더라도 인간이 어느 정도 고용돼야만 한다.

하지만, 과거에 비교해서 훨씬 자동화된 공장은 과거처럼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에서는 기존에는 600명이 담당했던 업무를 10명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다시 본국으로 기업이 리쇼어링 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고용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장이 다시 이전되면 그동안 착취에 가깝게 일했던 3세계의 아디다스 근로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독일에서 새롭게 고용된 근로자보다 훨씬 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잃게 될 것이다. 원래 본국의 인건비가 높아서 훨씬 저렴한 지역으로 아웃소싱한 것 아닌가

그러니 기업은 해외로 이주하면서 인건비를 줄였던 것이고, 다시 돌아오면서 국가적 환대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원래 고용 인력보다 훨씬 적은 인력을 고용하면서 생색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승승장구하는 기업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대부분 명백한 승자독식 업종이다.

디지털 경제가 일자리 창출에 실패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 목표이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의 반격』에서는 디지털 기술은 일자리 창출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역할만을 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데, 기업 자체가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늘 있었던 일이며,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하기에 손해 보는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없을 테니, 적절한 분석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에서는 디지털화는 개인의 유연성을 신장시키고 전체적으로 볼 때 비용적인 효율성을 증가시킨다고 하지만, 직원 간의 계층 구조 문제와 디지털 네이티브와 인터넷 이전 세대와의 격차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반인들의 교육수준은 높아졌지만, 취업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텐데, 우선 적절한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고 있고, 기업의 채용 방법도 과거와 다른데, 최근에 세계적인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시, 교육을 통해서 활용할 자원을 선발하기보다는 이미 충분한 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재를 채용해서 좋은 대우를 해주고 그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혹은 개인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꿈을 위해 잠시 혹은 장기간 웅크린 개구리처럼 대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평생직장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 많은 직장이 구글과 같은 형태로 일정한 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한 직원은 퇴출당한다.”

개인에게 안정적인 직장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공유경제의 시대』에서는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1937년에는 75년, 1960년에는 65년, 1980년에는 37년, 2000년 26년이었고, 오늘날에는 15년이다.’ 하면서 대마불사(大馬不死)에 대한 신화가 무너져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시대가 다가올수록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나마 3차 산업혁명 시대까지는 그럭저럭 흐름을 따라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면 그 흐름에 쉽게 편승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과거의 산업혁명은 지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 분기점을 나누는 즉, 역사로서의 산업혁명을 말했지만 4차 산업혁명은 과거 역사가 아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예측한다는 것은 당연히 그 대응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까지는 빈부의 격차, 계층 간 갈등 등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했더라도 생산력이 향상되어 겉으로는 성장의 가도를 달리는 것 같았고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었기에 ‘이 정도는 우리가 감수하면서 따라갈 수 있어.’라고 생각하며 버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이 소유한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도, 알람조차도 마음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세대가 생산인구만큼이나 많아지는 세상, 즉 초고령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폭풍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미국, 일본, 독일 같은 선진국은 물론, 중국과 같은 거대한 국가도 4차 산업혁명의 엑셀레이터를 밟고 있다. 그러나 그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미래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이긴 한데, 미국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와 더불어 거대한 플랫폼 사업에 있어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독일은 스마트 팩토리를 중심으로 이미 생산인구의 저하를 극복하고 생산력 향상을 위한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끝이라고 생각했던 제조업 분야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기로 작정한 모습이다. 일본은 이미 세계에서 제일 심각한 고령화 국가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로봇 분야와 사물인터넷 분야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중국, 역시 지금까지는 세계 공장으로 불리며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제조업 중심 국가였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핵심적인 기술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서 크리에이티드 인 차이나(Created in China)로 변화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중국은 이미 4차 산업혁명 진행 중이며, 한국은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는데, 그만큼 중국의 준비가 철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데 미국만이 민간이 주체가 되어 콘소시엄 형태를 조성해서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는 국가 주도로 거버넌스를 조성해서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은 자국의 현실을 고려해서 전략을 구상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물론, 그 결과는 알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기존의 산업혁명과는 다르게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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