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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0주년 특집(번외)]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사태 발발

“암호화폐 탈중앙과 지속가능성 가치에 의문을 남겨”

이승훈 기자 승인 2018.11.19 14:20 | 최종 수정 2019.07.16 17:21 의견 0

최근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가 블록체인 업계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하드포크’라는 용어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입니다. ‘기존 암호화폐를 둘로 쪼개는 것’이라는 정도로 간략히 설명드리고 자세한 것은 기회가 될 때 다시 설명을 하겠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14일까지 1BTC 72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은 하루 지난 15일 1BTC 650만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가격 폭락의 원인은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를 둘러싼 고래(거물)들의 싸움입니다.

비트코인캐시가 11월 16일 실시하는 하드포크에서 비트코인캐시ABC 진영(비트코인캐시 코어)과 비트코인캐시SV 진영(비트코인캐시 사토시버전)이 충돌했습니다.

비트코인캐시ABC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도입해 비트코인캐시의 처리 속도를 개선하는 안을, 비트코인캐시 SV는 기존 알고리즘을 유지하면서 블록 크기를 32MB에서 128MB로 늘려 처리 속도를 개선하는 안을 내놨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비트코인캐시ABC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통해 다중블록체인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도입하고 이더리움처럼 스마트계약을 가능하게 하는 '아토믹스왑'이라는 것을 도입해 비트코인캐시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

비트코인캐시SV는 블록크기를 늘림으로써 한 블록당 담을 수 있는 트랜잭션을 늘려서 전체적인 트랜잭션 속도를 늘리고자 합니다. 암호화폐가 유통화폐로 기능하도록 하려던 사토시나카모토의 뜻을 따르자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캐시ABC 진영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기업 비트메인의 우지한 대표가 이끌고 비트코인캐시SV 진영은 블록체인 스타트업기업 엔체인의 크레이그 라이트 수석연구원이 이끌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와 채굴 풀들도 양분됐습니다. 비트코인 채굴 풀이자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인 비트코인닷컴(Bitcoin.com)은 비트코인캐시ABC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채굴 풀이자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인 코인긱(CoinGeek)은 비트코인캐시SV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비트코인캐시의 앞날을 가르는 중요한 결정은 결국 양 진영의 해시파워로 결정됩니다. 즉 암호를 풀고 그 값을 기록해서 블록을 추가하는 능력인 해시파워가 크면 그만큼 블록을 생성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코인댄스에 따르면 최근 1주일까지 비트코인캐시의 해시율은 비트코인캐시SV쪽이 56.7%로 더 많았습니다. 크레이그 라이트는 이러한 해시파워를 가지고 비트코인캐시ABC를 공격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즉 거래정보가 담기지 않은 공블록(Empty block)을 생성시켜 비트코인ABC쪽에 넣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트코인ABC의 신뢰도와 가치는 훼손됩니다.

크레이그 라이트의 위협에 우지한은 기존 비트코인 등의 채굴에 사용되던 채굴기를 비트코인캐시로 돌려서 해시파워를 마련하겠다고 반격했습니다. 비트코인에 사용되던 해시파워가 비트코인캐시에 쓰이면 해시파워에서 비트코인캐시SV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비트코인의 채굴이 느려져서 비트코인의 가치가 하락합니다.

결국 이 둘의 싸움으로 비트코인캐시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기타 알트코인 전반적으로 시세가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가 일어난 16일, 현재까지는 비트코인캐시ABC가 우위를 선점했습니다. 해시율은 비트코인캐시ABC가 69% 비트코인캐시SV이 31%로 나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캐시SV진영의 일원으로 세계최대의 해시파워를 가진 코인긱이 아직 해시파워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승패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코인긱이 해시파워로 비틈코인캐시ABC에 엠프티블락 공격을 한다면 우지한이 공표한 대로 비트코인캐시ABC도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던 해시파워를 비트코인캐시로 돌려서 코인긱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싸움이 꽤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비트코인캐시에 이해관계가 없는, 다만 블록체인 암호화폐 판 전체를 바라보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이번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사건을 보자면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경제적 이해관계가 얼마나 큰지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탈중앙화의 가치를 내세우고 최종사용자의 민주적 권리를 높이 평가하는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모토가 한 편으로는 현실에서는 얼마나 모순적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언리미티드의 수석 개발자 앤드루 스톤(Andrew Stone)이 이번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사태에 대해 “자기 방식만을 고수하고 있으며 기술과 최종 사용자의 선택이 아닌 힘과 자존심의 싸움이 되었다”고 평가한 것처럼 블록체인 암호화폐 판은 극소수 중앙집중 기득권자의 뜻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들 고래의 싸움에 무고한 암호화폐 투자자와 사용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암호화폐판이 극소수의 기득권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이번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사태는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근본이념이 훼손된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탈중앙화라는 근본 이념의 훼손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로 이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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