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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유나의거리] 길 위의 사람들(10) "시골에서 온 마음"

성유나 작가 승인 2018.11.20 11:15 의견 0

날이 추워졌다.

이집저집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냐고 바쁘다.

결혼하고 큰 아이 아파 3년을 쉰 것 빼곤 늘 직장을 다녔기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김장을 담그어 주셨다. 그 후론 친정 언니들과 지인들이 김치를 나눠주어 김장에 대한 부담없이 살고 있다.

엊그제 저녁식사 모임을 다녀오는 사이 3통의 전화가 걸려와 있었다.

시골서 무와 배추를 수확했는데 무청을 좋아하는 내가 생각나 차로 실어 보냈단다.

▲ 길위의 사람들 #시골에서 온 마음 ⓒ성유나 작가

부랴부랴 집으로 와보니 대문 앞에 잘 다듬어진 무 한 자루와 무청 3다발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고마웠으나 바쁜 삶 속에 이걸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큰 며느리로 수십 년 살았던 세월의 지혜와 어깨 넘어 눈썰미로 배운 실력으로 늦은 밤 절여 이른 아침에 깍두기와 무청 김치를 뚝딱 담갔다.

▲ ▲ 길위의 사람들 #시골에서 온 마음 ⓒ성유나 작가

기장멸치젓으로 무청김치를 하고 언니가 직접 만들어 보내 준 새우젓으로 깍뚜기 간을 하니 제법 맛이 난다. 살짝 익혀 김치냉장고에서 숙성시켜 먹으며 올 겨울을 보내야 겠다.

올겨울 나의 월동준비는 시골에서 전해온 따뜻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흙을 털어내고 잡티를 다듬어 차곡차곡 얌전히 묶은 그 손길과 마음을 기억하며 부산하지만 흐믓한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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