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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틴_X파일(6)] 라스푸틴, 그의 이야기.

칼럼니스트 박광작 승인 2019.01.27 09:00 의견 0

나는 지난 번 라스푸틴 연재 게시 후 거의 일 주일 동안 라스푸틴이 승려인가 성직자인가의 문제, 즉 러시아 정교회에서 승려 서품(ordinatio, 敍品)을 받았던 적이 있는가란 문제를 깊이 파고들었다. 그의 정확한 신분을 알아야 그의 평가에 대한 진실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스푸틴 암살 당시의 신문까지 찾아보았다.

라스푸틴은 승려도 아니고 성직자도 아닌, 신비를 믿는 ‘승려 또는 수사 차림의 일반 평신도’였다. 지난 번 게시에서 ‘승려’란 표현은 잘못 사용된 것이므로 ‘신심이 깊은 순례자’ 또는 ‘구도자’ 정도로 이해해주시길 부탁한다.

그는 시베리아 서쪽 끝에 있는 시골에서 1869년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러시아 인구의 대다수인 농노가 1861년 명목상으로는 해방되었으나 농민들의 생활은 피폐했다. 라스푸틴 부모는 조금의 농지와 가축을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자유농민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17세 때부터 순례를 시작했다. 한 동안 고향으로 돌아와서 18세에 결혼했다. 자녀도 출생했다. 딸 마리아는 아버지 라스푸틴이 암살된 후에도 살아남았고 러시아 혁명이 발발하자 프랑스로 망명했다. 1945년 그녀는 미국시민이 됐다.

마리아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라스푸틴에 대한 진실, 1926>, <소설같은 삶, 1930> 등 몇 권의 책을 남겼다. 결혼했던 마리아는 두 명의 딸을 두었다. 그 중 한 명은 그리스 주재 네덜란드 대사와 결혼했다. 마리아는 아버지 라스푸틴에 대해 “큰 마음과 위대한 신통력을 가진 단순한 남자였고 러시아와 신 그리고 황제를 사랑했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15년간의 긴 순례 생활을 했던 라스푸틴은 김삿갓 같은 ‘방랑 순례자(Strannik, a holy wanderer, pilgrim)’이었다. 그는 종교적 신비와 진리를 찾아 그리스의 성지 아토스(Athos)까지 순례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체재했던 시점에는 당시로서는 매우 먼 곳인 성지 예루살렘까지 순례했다.

그는 많은 이름난 수도원을 방문, 체류했고, 수도원 소유의 가축을 돌보고 또는 종교 강연을 해 주는 대가로 얻었던 소득으로 순례비용을 충당했다. 그는 종교적 모임과 교리강좌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이름 있는 큰 스님인 수도자들은 그의 열정에 감동하여 비밀스런 신통력과 치유방법을 전승해 주었다고 알려졌다.

라스푸틴은 현자 및 성자 소리를 들었을 만큼 영적인 기가 충만했고 눈에는 레이저 같은 강력한 빛을 발사하는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었던 보기 드문 기인이었다고 라스푸틴을 만났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를 만나 그의 기도를 듣고서 심령의 위기와 불안 신경증을 치유 받았다고 증언하는 사람은 한 두 명이 아니었다.

그는 한때 러시아 정교 당국으로부터 러시아 정교가 이단으로 분류하는 종파의 신자 또는 지도자가 아닌 가 의심을 샀으나 러시아 정교 당국의 조사 결과 이단 종파에 속하지 않았다.

*글쓴이: 박광작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에서 비교체제론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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