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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유나의거리] 길 위의 사람들(14) "추억의 어묵"

성유나 작가 승인 2019.02.25 12:58 의견 0

▲ 추억의 어묵 ⓒ 성유나 작가


먹을 거리 흔하지 않던 70년대엔 어묵이 어린 아이들에겐 귀한 간식이었다. 지금처럼 가지각색 야채와 해물을 넣은 품질 높은 간식이 아니었다. 일명 '아부래기'라고 불리웠던 어묵은 찌든 기름에 튀겨 냈는지 거무틱틱한 색깔을 자랑했다.

고기를 거의 입에 대지 않았던 나는 어묵이나 계란 반찬이 나오는 날은 과식을 했다. 어김없이 그날 저녁엔 체했고 아빠는 바늘을 머리에 쓱쓱 문지르시곤 손을 따 주곤 하셨다. 몸이 아파 누워있으면 엄마는 어묵을 조선간장에 파, 마늘, 고추가루를 넣어 들기름에 볶아 주셨다. 흰죽에 어묵반찬을 얹어 먹던 그 맛이 새록하다.

▲ 추억의 어묵 ⓒ 성유나 작가

쌀밥이 귀해 도시락 자체를 못 싸오는 친구들이 많았던 그 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어묵볶음이나 쏘세지부침은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침 흘리는 젖가락들이 모여 들었다.

늦은 밤 사람들이 어묵 가게에서 출출한 허기를 달랜다.직장동료나 연인이거나 가족들이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세련된 샵 같은 인테리어도 그렇고, 어묵의 맛과 질도 좋고 보기에도 먹음직 스럽다.

망설임없이 들어가 몇 개를 쟁반에 담았다. 행복했다.

▲ 추억의 어묵 ⓒ 성유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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