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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드래그퀸의 드래그퀸에 의한 드래그퀸을 위한 쇼 -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무의식과 트렌드] ‘젠더 플루이드’ ④

우직한 작가 승인 2019.03.16 10:53 | 최종 수정 2019.07.04 03:15 의견 0

▲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 넷플릭스


단순한 인기를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불리고 있는 쇼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를 소개합니다.

위 사진의 분들은 놀랍게도 모두 생물학적 남성들입니다. 여장을 하고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는 이른바 ‘드래그퀸’예술가들이죠.

 

사실, 이 쇼가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전만 해도 드래그퀸 쇼는 아주 비하받는 예술이었습니다. (시트콤 ‘프렌즈’에서 챈들러의 아버지가 드래그퀸이었죠. 그가 그 드라마에서 어떻게 묘사됐었는지 기억해보세요.) 하지만 여장에는 상당한 수준의 메이크업 기술과 패션 감각이 요구됩니다. 춤도 출 줄 알아야 하고 노래도 잘 해야 해요. 심지어 웃기기도 해야 합니다.

 

쇼의 호스트인 루폴 찰스는 이런 종합 행위예술로서의 드래깅을 잘 활용하면, 〈도전! 수퍼모델〉이나 〈프로젝트 런웨이〉와 같은, 아니 그것을 능가할만한 다양한 볼거리의 ‘대중 오락’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오프라 윈프리의 10주년 영상 축전을 받는, <에미 어워드 위닝쇼>로 완성됐죠.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의 뚜껑을 열어보면 상당히 정치적인 쇼입니다.

일단 호스트와 출연진 전원이 성소수자입니다. 출연진 상당수는 ‘여성스럽다’등등의 이유로 집단적인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고요. 자존감이 바닥을 기는 출연진도 많습니다. 남들이 자신을 모함한다고 믿어버리거나,(니나 보니나 브라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상황에서 지나치게 전투적이되거나 (빅센), 거식증에 대한 농담에 진지하게 상처를 받거나 (사샤 벨루어) 하는 식이죠.

그러나 이들은 서로에게 멘토가 돼 주기도 하고(아도레를 업어 키우다시피 하는 비앙카 델 리오), 자신이 드랙퀸으로 키운 아티스트를 그 다음 시즌에서 만나기도 합니다.(드랙 맘과 드랙 도터 관계인 밥 더 드랙퀸과 미즈 크래커.)

아무리 위축돼있고 상처받은 드래그퀸들도 분장을 마치고 무대 위로 올라오면 모두 다 아마조네스가 돼요. 리얼리티 쇼인 만큼 순위제로 진행되고, 탈락자와 우승자가 있지만, 호스트 루폴의 표현에 따르면 이 쇼엔 패배자가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승자를 포함, 출연진 상당수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도전! 수퍼모델〉이나 〈프로젝트 런웨이〉 등과 달리 이 쇼의 출연진들은 모두가 대박을 칩니다. 드래그 레이스 출신의 퀸이라는 브랜드가 붙으면, 드래그퀸으로서의 몸값이 엄청나게 뛰어버리는 식이죠.

출연진 이름 몇몇을 인스타그램에 검색해보세요. 무시무시한 숫자의 팔로워에 깜짝 놀라게 되실 겁니다.

게이 컬처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분들 분명 계실 줄 압니다. 하지만 ‘아닌 척 하면서 이성애자 남자들도 엄청나게 보는 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은밀한 사실이 <새터데이나잇 라이브>의 코미디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영 걱정이 된다 싶은 분들께는 일주일 전 넷플릭스에 업로드된 시즌10-10번째 에피소드로 이 프로그램을 시작해보시길 권할게요. 평생 힐에 발을 넣어본 적 없는 이성애자 남자가 ‘미즈 쿠키’로 재탄생되는 순간의 충격에서 오는 해방감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sqirrel friend’입니다.


¶ 특별기고: 우직한 작가

윗 글은 2018년 10월 7일에 콘텐츠 리뷰사이트인 <DVD프라임>에 기고된 글입니다.

우직한 작가님의 허락을 구해 <시사N라이프>에도 동시게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특집기획에도 자문해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의식과 트렌드] ‘젠더 플루이드’ 시리즈

① 또라이가 오방가는 시대 - 새로운 문화아이콘 ‘오방신 이희문’

② 무의식에서 행동으로 표출된 ‘남성 속 여성성’

③ 박수: 무의식의 매개자

④ 드래그퀸의 드래그퀸에 의한 드래그퀸을 위한 쇼 -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⑤ 서브컬쳐에서 대중문화로 “젠더 플루이드 트렌드”

⑥ 외모를 관리하는 남성들 - “그루밍족 시장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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