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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국가론(3)] 새로운 블록체인 시대를 여는 몰타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3.21 13:34 | 최종 수정 2019.07.16 18:30 의견 0

블록체인 국가로 부상하는 곳은 몰타입니다.

몰타 내각은 2018년 4월 24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한 3가지 법안을 승인했고(①Malta Digital Innovation Authority Bill, ②Virtual Financial Assets Bill, ③Technology Arrangements Service Bill), 2달 뒤인 6월 26일에는 몰타 의회가 이 법안들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몰타는 1당 독재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이를 통해 몰타는 명실상부한 블록체인 국가가 됐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적인 이미지를 선점하게 됐습니다. 몰타의 변화는 주요 국가들이 암호화폐 규제 방침을 세우는 가운데, 이를 시대착오적이라 비웃는 듯 합니다.

몰타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국가입니다. 지금부터 간략히 몰타의 독립부터 ‘블록체인 국가’가 되기까지의 자취를 살펴보겠습니다.

▲ 몰타섬 지도 모습 ⓒ 위키백과


¶ 작은 ‘몰타’가 맵다 : 독립 그리고 영국과의 해군기지 협상

몰타는 한국의 강화도(302.4km²)와 비슷한 면적(316km²)을 가진 섬 나라이며, 인구도 50만 명 안팎밖에 되지 않습니다. 작은 섬이지만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주변 국가의 이해관계가 개입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역사의 대부분을 강대국의 식민지로 지냈습니다.

1964년이 되어서야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되는데, 독립 시기를 볼 때 국제정치사적으로 냉전이 첨예한 시대였습니다. 독립을 했다고 하지만 영국의 간섭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었고 독립 이후에도 다른 연안의 작은 국가들이 그렇듯이 중립국임을 선포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1970년대 해군기지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며 몰타의 힘은 커집니다. 당시 지중해 일대의 국력과 해군력 변화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국내외 정세를 활용해서 강대국인 영국과의 협상에서 밀리지 않는 실력을 보여주었고, 국익을 쟁취하는 쾌거를 거두면서부터입니다.

▲ 1989년, 고르바초프와 부시 대통령이 몰타 마르사실로크 항구에 있는 소비에트 유람선 맥심 고르키에서 막 식사하려 하고 있다. ⓒ 위키백과


¶ 새로운 평화의 문이 되다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가며 몰타가 세계사의 주무대가 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몰타회담’입니다. 국제정치사적으로는 냉전 종식을 의미하는 회담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정식 명칭은 <몰타 미·소 정상회담>으로 미국의 조지 H.W. 부시 대통령과 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가 1989년 12월 2일부터 3일까지, 이틀 동안 지중해 몰타에서 가졌던 정상회담입니다.

이 회담 이후 두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동서가 냉전체제를 극복하고 에서 새로운 협력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선언했고, “핵무기 감축 등 군비축소 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에 진전을 보았으며, 지역분쟁 해결원칙에 합의했음”을 밝혔습니다.

이후 소련이 붕괴했고 이로써 냉전이 종식됐다는 사실을 볼 때 몰타회담은 새로운 평화의 길을 여는 ‘문’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제 최초의 블록체인 국가로 자리매김

오해도 많고 탈도 많지만, 새로운 산업혁명을 언급하며 블록체인을 말하지 않는 화자는 없습니다. 블록체인은 단순히 ‘발전된 기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해 블록체인은 경제, 문화, 정치 등으로 엮어지는 메시(mesh)입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국가가 됐다는 것은 위 세 가지가 잘 갖춰졌다, 위 세 가지가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에 본사를 두었던 세계에서 가장 큰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몰타로 이전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일본 내에서의 ‘규제’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몰타로 이전했을까요 일본의 경제력, 인구, 국제적 위상 등을 따져본다면 이상하지 않나요

이 부분을 경제, 문화, 정치적 요소의 순서로 따져보고자 합니다.

▲ 2019년 5월에 열릴 몰타 블록체인 서밋 행사 ⓒ 몰타 블록체인 서밋 홈페이지


¶ 블록체인 국가가 된 경제적 요인

바이낸스 거래소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따라서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큰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즉, 상대적으로 경제활동이 편리한 국가로 이전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부터 각 국가들은 주력 산업을 보호하고 지원해 왔습니다.


블록체인과 같이 생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스템은 규제를 통해 제한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성장과 발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낫습니다.

결론적으로 몰타는 국가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경제활동이 편리한 여건을 제공했고, 결과적으로 주요 블록체인 기업들이 몰타로 이전하는 분위기를 낳았습니다.

¶ 블록체인 국가가 된 문화·역사적 요인

이러한 몰타의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만들어진 문화·역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지만 매운 존재감을 보여주어야 했던 몰타는 철저하게 실용·실리적인 노선을 추구해야 했고, 50만 밖에 안되는 인구구조는 새로운 인재를 외부로부터 충원해야 했습니다.

아울러 다양한 문화가 접하는 지중해 내에 있는 섬이었기에 규제와 같은 제한보다는 개방적인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문화·역사적인 맥락이 블록체인과 같은 열린 시스템을 먼저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몰타 의회의 모습 ⓒ 위키백과


¶ 블록체인 국가가 된 정치적 요인

마지막으로 몰타는 의원내각제를 실행하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총 67석으로 구성된 국회는 여당인 노동당이 37석, 야당인 국민당 28석, 민주당 2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당인 노동당은 구성원의 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사회민주당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위키백과는 ‘유럽 사회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설명합니다. 블록체인의 운영 가치가 탈중앙과 동시에 분산, 그리고 참여자의 평등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라고 할 때 몰타가 ‘최초의 블록체인 국가’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몰타가 ‘블록체인 국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 조건이 갖춰진 준비된 땅이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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