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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틴_X파일(21)] ‘안나 븨루보봐의 일기’의 조작

칼럼니스트 박광작 승인 2019.03.23 09:30 의견 0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황후가 되었던 비극의 여주인공 ‘알렉산드라’ 황후는 궁정 출입 귀부인 ‘안나 븨루보봐’를 특별히 총애하였다. 독일 헤센에서 러시아 차르 니콜라이 2세에게 시집왔던 황후는 다른 황실 친척이나 시가(媤家) 쪽 황족들과도 잘 사귀지 못하여 소원한 관계에 있었다. 안나 븨루보봐는 황후를 성심껏 보필해 황후가 러시아 황실에 뿌리를 내리도록 보좌해 주는 진정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그녀가 차르와 황후의 신임을 받게 된 것은 일절 정치적 안건을 황후에게 부탁, 관여하지 않았고, 기타 청탁 등으로 황후를 곤란하게 만드는 인물이 아니었으므로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다른 궁전부인들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안나 븨루보봐는 황후의 중매에 따라 러시아 제국 해군 장교인 A.W. 븨루보봐와 결혼하기 전 이 결혼에 대한 미래에 대해 라스푸틴에게 의견을 청했다. 라스푸틴은 이 결혼은 큰 불행을 가져 올 것이라며 반대 예언을 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결혼하였다. 하지만, 이 해군 장교 남편은 실체를 알고 보니 동성애자였고 심리적으로 많은 문제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내를 학대하고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이 결혼은 1개월 만에 끝나고 말았다.

1차세계대전 기간 동안 안나 븨루보봐는 알렉산드라 황후와 차르의 딸인 올가 공주, 타탸나 공주와 함께 러시아 적십자 단체의 전쟁 부상자 병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였다.

1915년 1월 2일 안나 븨루보봐가 탔던 열차가 전복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 그녀는 종부성사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었는데 라스푸틴이 와서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고 기도하고 난 후 기적처럼 소생하여 서서히 완쾌돼 갔던 것이다.

이 기적의 징후는 황후와 안나 븨루보봐에게 ‘라스푸틴은 신이 보낸 구원자’라는 확신을 굳히게 했다. 이 기적의 순간부터 알렉산드라 황후와 안나 븨루보봐 그리고 라스푸틴 간에는 더욱 더 신뢰와 우정의 관계가 깊어졌다.

황후와의 내밀한 관계로 인해 안나 븨루보봐는 황궁 깊숙한 곳의 모든 비밀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녀는 알렉산드라 황후와 예언자이며 ‘신통력과 기도’의 힘으로 황태자의 혈우병을 치유했던 라스푸틴의 중간 연락 역할도 맡았다.

‘안나 븨루보봐의 일기’를 조작해 발표하면, 황후와 라스푸틴은 회복할 수도 없는 명예살해를 당하고 더 나아가서 실제로 살해도 당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차르 체제 자체가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점을 착안해 라스푸틴 죽이기 작전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레닌이 사망(1924년 1월 21일)한 후 후계자 권력 투쟁에서 스탈린이 트로츠키를 누르고 절대 권력자로 부상했다. 스탈린 시대 초기인 1925~1928년에 그는 적대자로 의심되는 모든 세력과 사람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과 테러를 자행했다.

*글쓴이: 박광작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에서 비교체제론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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