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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 In 호주(16)] 주인의식이 불러오는 나비효과②

칼럼니스트 레이첼 승인 2019.05.09 14:03 의견 0

또 다른 이야기는 나와 영어이름이 같은 언니, 레이첼의 이야기였다. 레이첼도 지사장님과 같은 스시가게에서 일했는데 영어가 부족해 주방에서 일했다고 한다. 원체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이었던 언니는 일하는 주방을 자신의 주방처럼 깨끗이 청소하고 청결함을 유지했다.

호주에서 일 해보면 알겠지만 높은 시급만큼 모든 업무시간을 칼같이 지키며 업무관계를 비즈니스 적으로 처리한다. 가게가 바쁘면 정신없이 일하지만 한가하면 브레이크 타임으로 보내거나 아예 퇴근을 시켜버린다. 그렇다 보니 일터와의 관계는 비즈니스적 관계가 되기 십상이다.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좀 정 떨어진달까.

‘받는 만큼만 일해야지’라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그런 마인드로 온종일 서서 일하니 일을 꼼꼼히 하기가 쉽지 않다. 청소한 티만 내지. 하지만 레이첼 언니는 매번 냉장고 안까지 닦아가며 주방처럼 관리했다. 마감시간이라 그 누구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말이다. 사장님은 가게 CCTV를 통해 레이첼의 근무 태도를 몇 달간 지켜봤고, 457비자를 제시했다.

주인의식이 이렇게나 중요하구나.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받는 만큼만 일한다’는 마음자세로 근무를 하는가, ‘내 가게다’ 생각하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가에 따라 자신이 얻는 결과는 천차만별이구나. 매사에 열심히 일하면 ‘하늘이 준 기회’라 불리는 영주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구나. 주인의식으로 일을 하면 꼼꼼하게 살피게 되고 연구하게 된다. 당연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만큼 일은 잘할 수 밖에 없다. ‘더 잘해야 더 잘된다’는 말처럼 말이다.

주인의식의 부작용은 주변의 시기와 질투다. 넓은 시야와 강한 책임감으로 일을 하다 보면 자연히 사장님 눈에 띄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장님이 다른 직원들을 향해 ‘왜 너는 레이첼처럼 일하지 못하니’라고 말할 때면 순간적으로 멈칫하며 양심에 찔리기도 한다. 남에게 피해주는걸 싫어하는데 본의 아니게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 직원들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단지 두 세배의 열을 내며 오버하는 것은 나일뿐.

다른 직원을 타박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어찌 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더더군다나 누가 옳다 틀리다 할 수 없다. 노동의 대가 만큼만 일하겠다는 사람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일터에 따라 주인이 되기도 하고 근로자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다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껄끄럽게 바라보고 바보 취급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남들이 몰라줘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영주권을 얻은 저 직원들처럼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지사장님과 레이첼 언니도 스시가게 이후 더 좋은 기회와 방법으로 영주권을 획득했다.

뭘 해도 될 사람들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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