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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_이야기(40)] 햇볕은 쨍쨍하고 소리가 나요

5살 안아가 보는 세상(7)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6.04 12:37 의견 1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들이 참 많아요. 특히, 아이들 세상은 더욱 그렇지요.

안아는 요즘 유치원에서 많은 것을 배워요. 숫자도 하나부터 스물이 넘는 숫자까지 셀 수도 있고, 단어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배운 것은 늘 비밀이에요. 아무한테도 가르쳐 주지 않고 안아 마음 속에만 있어요.

아빠는 안아가 배운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안아는 늘 "비밀"이라고 하고 웃어 버린답니다.

'오늘은 어떤 걸 배웠을까'

궁금한 아빠는 안아의 가방을 살펴보았어요. 물론, 안아가 허락 주어서 가능한 일이어요.

가방 안에는 안아가 정성스럽게 그은 비뚤배뚤한 선으로 이어진 종이가 나왔어요. 연두색 형광펜으로 그어진 선들은 맛, 보기, 듣기, 냄새와 관련한 내용이었어요.

안아는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입술로 연결했고, 토끼는 만지는 것과 관련한 손과 연결했어요. 그런데, 북은 눈과 연결하고, 해는 귀와 연결한 거예요. 아빠는 이상하게 생각했고, 기분도 좋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안아가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북을 눈이랑 연결하고, 해를 귀와 연결한 건 잘 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거든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아빠는 직접 안아에게 물어보기로 결정했어요.

"안아야! 여기보면 안아가 다른 건 잘 연결했는데, 북이랑 눈이랑 연결하고, 해랑 귀를 연결한 건 조금 이상한 것 같아."

그랬더니 안아는

"북은 눈에 보이니까, 당연히 눈이랑 연결해야지. 그리고 해님은 소리가 나니까 귀랑 연결해야하고."

아빠는 더 이해할 수 없었어요. 북은 두드리면 소리가 나니까 당연히 귀랑 연결해야하고, 해는 누가봐도 보이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안아는 거꾸로 이야기하니 더 답답해졌어요.

"안아야 다시 생각해 봐. 해는 보이잖아. 그러니 눈과 연결하고, 북은 두드리면 소리가 나니까 귀랑 연결하는게 맞지 않을까"

아빠는 안아에게 아빠가 생각하는 정답을 전달했어요. 하지만, 안아가 더 답답해 했어요.

"아이참! 북은 소리가 안들리잖아. 그냥 그림이잖아. 그러니까 눈으로 보는거고, 해님은 소리가 나잖아! 그러니 귀로 들을 수 있는 거지!"

아빠는 이제 조금 짜증 나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해에서 무슨 소리가 나 북을 두드려야 소리가 나는 거지!"

아빠는 안아가 알아 듣기를 바라면서 다시 알려주었어요.

안아는 아빠의 이야기를 듣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맑은 눈에 흡사 횃불이라도 켠듯 아빠를 쳐다보며 말했어요.

"해님은 쨍쨍하고 노래를 부르잖아!"

아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어요. 안아가 생각한 소리는 어른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였던 거예요. 어차피 북도 그림이었기에, 소리는 상상해야 들리는 거였고, 햇빛이 내는 쨍쨍 소리도 상상해야 하는 것이었으니, 안아가 말한 답이. 틀린 것은 아니었어요.

어른이 알고 있는 정답이 아이한테도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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