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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리칼럼(27)] 청년이 지역에서 주체가 되려면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권기효 멘토리 대표 승인 2020.11.04 14:05 의견 0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외부인’의 눈으로 보게 되는 아쉬운 점들이 있습니다.

“청년이 지역의 ‘수혜자’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책제안이나 토론회를 가보면 지역의 청년들이 다른 지역과 비교하며 어떤 일이 우리 지역만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은 도시는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교 대상이 됐던 그 지역의 청년들도 똑같은 불만을 가지고 있어요. 불만을 나열하며 “이게 부족하니 지원해 주세요.”라는 식의 토론은 무의미합니다. 특히 대안 없는 불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서로를 너무나 피곤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토론회가 토로의 장이 되는 이유는 여전히 말을 하고 있는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바꿔나갈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원을 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청년이 만들고 실행하는 주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자리가 왜 만들어졌는지를 다시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듣고 싶고 그 해결책도 듣고 싶기 때문 아닐까요. 공무원 입장에서 청년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데 혼자 생각하기 어려우니까 당사자를 불러 듣는 것이고, 들어봐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당사자가 직접 실행해주길 기대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자리에 초대된 청년은 뭉뚱그린 거대담론이 아니라 작더라도 뾰족하고 구체적인 분석과 실행방안을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교육감, 군수, 시장, 도지사와 같이 강력한 실행력을 가진 결정권자가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에서 “오늘 나온 이야기는 바로 실행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한다는 것은 파격적인 제안입니다. 청년들은 이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과 나에게 이런 게 부족하니까 만들어주세요.”라고 관이 만들고 실행하는 복지나 지원을 바라게 된다면 노인이나 아동, 장애 등 기존의 복지 대상 층과 청소년, 중년, 장년 등 다른 연령층과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왜 청년에게만 저런 혜택을 주냐는 식으로요.

부족한 점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자원을 찾고, 실행했을 때의 베네핏을 제안하면서 그 일을 청년들 스스로 만들고, 실행 할 수 있는 권한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단순 지원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이끌어 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잘 찾고 분석해서 와야겠죠.

매해 청년들에 관련된 사업의 규모도 커지고 숫자도 많아지고 있어요. 외부에서 그럴싸하게 말하는 업자와 꾼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지역의 진정성 있는 청년들이 힘을 길러야 해요.

저는 결국 돌고 돌아서 청소년과 연결이 되네요. 청년들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려운가 봐요. 주체가 되어서 행동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러려면 청소년 시기부터 고민하고 행동 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스무살이 된다고 ‘뿅’ 하고 주체성이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지자체는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 불만이 많겠지만, 이게 현 상황이라면 계속해서 청년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귀찮다고 바로 할 수 있을만한 역량 있는 외부 청년에게만 일을 맡기지 말구요. 모두에게 연습이 필요해요. 분명 10회, 20회에는 이런 이야기가 줄줄 나올 거예요. 천천히 멋지게 성장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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