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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리칼럼(32)] 정선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찾아갑니다

멘토리 권기효 대표의 로컬 청소년 이야기

권기효 멘토리 대표 승인 2020.12.09 14:10 의견 0
2020 정선군 온라인박람회 (출처: 멘토리 권기효대표 페이스북)

<공감인>, <꾸까>, <비투비>, <루트임팩트>, <소녀방앗간>, <앤파씨>, <율립>, <OEC>, <이노마드>, <키뮤스튜디오>, <프롬더바디>, <하플리>까지. 포럼에나 나올 법한 32명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정선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온라인 박람회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좋아하는 게 일이 된다고?>는 정선의 청소년들에게 맹목적으로 좋은 대학, 기업, 스펙을 목표로 하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제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을 수 있는 자리로 기획했습니다.

기존 박람회는 단순하게 직업과 대학을 위주로 소개를 하곤 했습니다.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주제여도 강제 동원되어 들어야하니 제대로 공감해서 내 것으로 소화하지도 못하고 마치 잘 나가는 사람들의 자랑을 듣다가 끝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박람회는 이런 단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전 워크숍을 통해 청소년들이 연사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기대와 궁금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사후 워크숍을 통해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할까’에 대한 부분을 작게나마 시도 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멘토리의 특징인 ‘손이 많이 가는 일’을 학교가 당장 하기 힘들어해서 그만 둘까도 고민을 했었어요. 그래도 1회성인 박람회에 너무 많은 것을 담기보다 본질에 충실한 행사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이번 프로그램이 나오게 됐습니다.

“‘showing’에 집중합니다.”

이번 박람회는 연사 분들의 학력, 직장, 직업과 같은 스펙이 아니라 다양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목표는 “와,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정도의 흔들림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활발한 소통을 하는 쌍방향은 아니지만 실시간의 생생함으로 연사들의 이야기만이라도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이런 보여주기 식 행사가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일을 바탕으로 나아갈 다음 스텝을 생각한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유용한 행사가 될 수 있습니다. 박람회는 그 다음 스텝을 준비하기 위한 0단계 입니다.

어쩌면 청소년들은 질문도 안하고, 반응도 없고, 관심도 없는 듯 보이겠지만 절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질문을 해 본 경험,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본 경험이 부족한 것입니다.

교실에 모두 모여 하나의 화면으로 보고 하나의 마이크로 말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손 번쩍 들고 자기 이야기를 해본 경험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처음부터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우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이 경험을 시작으로 나만의 관심사를 만들거나 하고 싶은 일을 고민 할 수 있도록 시간과 환경을 제공하고 나아가 실험까지 할 수 있는, 촘촘하게 짜인 다음 스텝들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비전이 없었다면 이번 사업을 저희가 맡지 않았을 거예요.

현재도 지역의 자랑스러운 청년들이 정선의 청소년들과 깊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으니, 부디 이 사업이 그들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신 만큼 저희도 기대가 크기에 청소년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눈에 보이면 좋겠지만, 그런 기대를 하기보다 여기 모인 열정적인 사람들의 불꽃이 정선 청소년들의 가슴속으로 조용히 전달되길 바랍니다. 그 불씨를 정선의 어른들이 잘 키워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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