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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가깝고도 먼 곳에서 전력 보강 길 찾은 두산, LG 트레이드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1.03.27 12:47 의견 0
LG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양석환 선수 (사진 출처=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시범경기가 한창인 2021 프로야구에서 빅 네임 선수들의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두산은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투수인 좌완 함덕주에 지난 시즌 1군 불펜진에서 활약했던 우완 투수 채지선을 LG로 보냈다. LG는 3루와 1수 수비가 가능하고 장타력 있는 내야수 양석환과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인 젊은 좌완 타수 남호를 두산으로 보냈다.

양 팀 간 마지막 트레이드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상호 트레이드에 소극적이었던 두 팀은 이런 관행 아닌 관행을 깨고 필요한 전력을 보강했다.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는 각자 다르지만, 일반적인 의견은 당장은 두산이 손해라는 평가가 더 우세하다. 두산은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투수 2명을 내줬기 때문이다. 특히, 좌완 함덕주에 대한 두산 팬들의 아쉬움이 크다.

2013 시즌부터 두산에서 활약한 함덕주는 좌완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비교적 제구도 안정적이다. 이런 안정감은 그가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투수라는 점도 큰 강점이다. 2017 시즌에는 대체 선발 투수로 9승을 기록하며 당시 선발진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던 두산 마운드에 숨통을 틔워줬다.

2018 시즌에는 마무리 투수로 27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불펜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고 필요할 때 선발 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또한, 함덕주는 국가대표 경력을 통해 병역혜택까지 받은 아직 20대 후반의 투수다. 함덕주가 최근 2시즌 부상이 겹치면서 이닝 소화능력이 떨어지고 성적 지표가 내림세에 있다고 하지만, 리그 상위권 불펜 투수 인건 분명하다. 선발과 불펜은 오가는 상황이 함덕주에 나쁘게 작용한 탓일 수도 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불펜 투수 채지선 역시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지만,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병역도 이행을 한 20대 투수다. 지난 시즌 두산 불펜진이 붕괴 위기에 있을 때 2군에서 콜업되어 37경기 마운드에 올라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올 시즌 더 큰 활약이 기대됐다.

두산 팬들로서는 함덕주에 채지선까지 1군 불펜 투수를 내보낸다는 점이 쉽게 이해 가지 않을 수 있다. 두산 역시 이르 모를 리 없지만, 전력이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절실함이 두산에게는 컸다. 두산은 지난 스토브리그 기간 여러 우려에도 FA 시장에서 큰 투자를 했고 전력 유출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중심 타자 오재일과 장타력을 겸비한 타격 능력이 있는 주전 2루수 최주환의 이적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그나마 최주환의 빈자리는 베테랑 오재원과 FA 보상 선수로 영입한 박계범, 강승호 등으로 메울 수 있지만, 오재일의 빈자리는 여전히 허전했다. 언제든 새로운 선수가 등장하는 두산의 화수분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를 겸비한 1루수 오재일을 대신할 자원이 내부에서 나오지 않았다.

김민혁, 신성현 등이 후보로 떠올랐지만, 스프링 캠프와 시범 경기 등에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의 1루수 기용도 가능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지명타자로 나섰을 때 타격에서 생산력이 매우 뛰어났다. 이에 두산이 1루수 자리를 채우기 위한 트레이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두산은 스토브리그 기간 성적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에 전력 강화를 위한 외부 영입은 필연적이다.

이런 두산의 레이더망에 LG 내야수 양석환이 포착됐다. 양석환은 LG에서 거포형 내야수로 기대를 모았고 2017 시즌 14홈런 83타점, 2018 시즌 22홈런 82타점을 성적을 남겼다. 병역 의무를 위해 상무에 입단해 공백기가 있었지만, 경기 감각을 잃지 않았고 스프링 캠프를 차근차근 치른 이번 시즌 큰 활약이 기대됐다. LG는 양석환이 베테랑 김민성이 있는 3루수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도 있고 외국인 타자 라모스의 1루수 백업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그 쓰임새가 많았다. 아직 30대 초반으로 전성기를 지났다 할 수도 없는 양석환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는 LG는 트레이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마운드의 무게감을 더할 자원이 필요했다. LG는 기존의 켈리에 수준급 기량을 갖춘 좌완 투수 수아레스를 새롭게 영입해 강력한 외국인 원투 펀치를 구성했지만, 그 뒤를 이을 국내 선발 투수들이 역량이 이들과 격차가 있었다.

지난 시즌 두 자릿 수 승수를 기록하며 유망주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임찬규와 정찬헌, 이민호, 베테랑 좌완 차우찬, 그밖에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인 다수의 선발 투수 유망주들이 있지만, 이닝 소화 능력이나 빅게임 경험이 부족한 단점이 있었다. 지난 시즌 LG가 시즌 막바지 뒷심 부족으로 다 잡은 2위를 자리를 놓치고 4위로 밀려나고 포스트시즌에서 아쉽게 조기 탈락한 건 외국인 원투 펀치에 이은 국내 선발 투수들의 활약도가 상대 팀보다 떨어진 이유도 컸다. 올 시즌 우승 도전을 위해 LG는 선발진 강화가 필요했다. 불펜진은 젊은 마무리 고우석을 중심으로 신.구의 조화를 이루는 리그 정상급의 역량이 있다. 선발진과 더 강화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LG였다.

함덕주는 LG의 선발 마운드를 강화할 자원이다. 함덕주는 불펜 투수로도 역량을 보였지만, 스스로가 선발 투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 지난 시즌 함덕주는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시즌 준비 기간 함덕주는 선발 투수로 몸을 만들었다. 함덕주는 기본적으로 제구가 안정되어 있고 경기 운영 능력이 있다. 큰 경기 경험도 여타 LG 선발 투수들보다 풍부하다.

또한, 좌완 투수라는 장점도 있다. 베테랑 좌완 차우찬은 부상 재활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고 또 다른 좌완 선발 자원들도 가능성은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LG는 함덕주 영입을 통해 당장 선발 마운드의 힘을 더하고 향후 불펜진을 강화할 카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우승의 목표를 위해 함덕주는 LG에 딱 맞는 카드로 선택됐다. 두산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어려움을 겪었던 함덕주 역시 선발 투수의 기회를 확실히 잡을 수 있는 LG에서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물론, 이에 따른 반대 급부도 있었다. LG는 풍부한 외야진이 아닌 내야수 카드를 두산에 내줘야 했다. 양석환은 김민성의 노소화에 대비할 수 있느 자원이고 외국인 선수 라모스가 기량 저하나 향후 계약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수였다. LG 로서는 내놓기 싫은 카드였지만, 마운드 강화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다. 또한, 2000년생 젊은 유망주 자완 투수 남호도 함께 떠나보내야 했다. 남호는 2020 시즌 1군에서 6경기 18.1이닝을 투구한 것이 전부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올 시즌 LG의 선발 마운드 경쟁에도 그 이름을 올린 상황이었다.

두산은 함덕주, 채지선을 내주는 대가로 양석환과 남호를 원했다. 두산으로서는 현재의 자원인 양석환 외에 미래 자원인 남호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함께 잡으려는 의도를 보였다. 선수 육성에 강점이 있는 두산에서 남호는 한층 더 기량을 발전시킬 여지가 충분하다. 만약 남호가 수준급 투수로 성장한다면 LG에는 아프게 다가올 수도 있다. LG는 이런 미래 가치보다 올 시즌 성적에 더 중점을 두었다. 그 선택의 결과는 두산과 LG의 2 : 2 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의 득실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LG에 기운 트레이드라 하지만, 양석환이 과거와 같이 20홈런 80타점을 성적을 기록한다면 두산은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오재일의 빈자리만 제대로 메워진다면 두산의 전력은 지난 시즌에 버금가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함덕주의 빈자리는 지난 시즌 풍부해진 불펜 자원들이 대신할 수 있다. 좌완 선발 투수진 역시 베테랑 유희관이라는 카드가 있다. 두산이 선택한 남호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동안 두산이 트레이드에서 큰 플러스 효과를 얻은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두산과 LG는 잠실 야구장을 함께 홈구장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큰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상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수년간 두산이 상대적으로 우세를 보였지만, LG는 꾸준히 전력을 강화했다. 올 시즌은 오히려 두산보다 강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만큼 라이벌 대결이 치열해질 수 있는 시점에 양 팀은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 있는 과감한 선수 교환을 했다. 전력 강화를 위해 두 팀은 멀지 않은 곳에서 답을 찾았다. LG는 추가 트레이드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LG의 풍부한 외야 자원에 대한 타 팀을 관심도 크다.

이런 복잡한 셈법을 떠나 두산과 LG의 트레이드는 신선한 뉴스다. 라이벌 팀이었던 두산과 LG의 트레이드는 앞으로 트레이드를 더 활성화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두산과 LG가 다시 물꼬는 튼 트레이드 흐름이 또 다른 트레이드로 이어질지 프로야구 개막까지 관심의 끈을 놓기 어렵게 됐다.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출사를 즐기며 프로야구 롯데를 응원하는 소시민
※필자와의 협의하에 본명 대신 아이디로 필명을 대신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동시연재중입니다.(https://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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