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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김진욱, 이의리 특급 신인들의 맞대결 그리고 지시완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1.04.16 12:35 의견 0

4월 롯데와 KIA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는 야구팬들이 주목하는 선발 투수들의 대결이 있었다. 롯데 김진욱과 KIA 이의리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들은 올 시즌 입단한 두 신인 투수는 입단 당시부터 대형 신인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시즌 시작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 한자리를 차지하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도 떠오른 두 투수이기도 했다.

이번에 못 보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신인 투수들의 대결은 이의리의 판정승이었다. 두 투수는 모두 승리 투수 요건인 5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이의리는 4이닝 3피안타 4사구 7탈삼진 3실점으로 버텼고 김진욱은 3.2이닝 3피안타 6사사구 2탈삼진 5실점의 상대적으로 부진한 투구를 했다. 경기는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역전에 성공한 KIA의 10 : 5 승리였다. 김진욱은 패전투수가 됐고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초반 실점으로 패전 위기에 몰렸던 이의리는 패전을 모면했다.

경기는 선발 투수들이 얼마나 오랜 이닝을 버틸 수 있을지가 승패에 중요한 포인트였다. 전날 양 팀은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고 불펜진 소모가 극심했다. 그 과정에서 필승 불펜진들이 많은 공을 투구했다. 경기 초반 선발 투수들이 무너진다면 불펜진 활용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상대 타선을 막아내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었다. 또한, 이 경기는 위닝 시리즈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도 있었다.

이에 롯데는 상대 좌완 투수 이의리를 대비한 라인업을 적극 활용하며 경기에 나섰다. 반대로 KIA는 기존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하며 대조를 보였다. 롯데는 변화한 라인업 속에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하는 포수 지시완이 더해졌다. 지난 시즌 성민규 단장이 야심 차게 영입했던 지시완은 전격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후 2군에서 대부분의 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의 사생활 문제로 경기 출전 금지 징계가 겹쳤지만, 선발 투수를 내주고 영입한 선수를 1군에서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다. 올 시즌 역시 지시완은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롯데는 이례적으로 포수 엔트리 3명을 1군에 등록하며 지시완을 1군 엔트리에 포함했지만, 그는 2타석에만 설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의도적으로 감독이 그를 전력에서 배제한다는 팬들의 비난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시완이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의견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다. 또한, 지난 시즌부터 불거진 단장과 감독의 갈등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 지시완은 전격적으로 선발 투수로 출전하면서 팬들의 관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신인왕을 기대하는 대형 신인들의 선발 맞대결이라는 상징성에 또 다른 관심 요소가 더해진 경기, 세세하는 팀의 위닝 시리를 결정하는 경기까지 올 시즌 입단한 신인 투수들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경기였다. 그 탓인지 쌀쌀해진 날씨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초반부터 양 팀 선발투수들을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중 파울 타구에 구심이 부상을 당하면서 교체되는 돌발변수가 투수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분명 공의 위력은 있었지만, 제구의 일관성이 부족했다.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커지면서 타자들이 나쁜 공을 쉽게 골라냈다. 여기에 구심의 스트라이크존마저 일정하지 않고 흔들리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선발 투수들의 어려움이 더해졌다. 급격히 늘어난 두 선발 투수의 투구 수는 양 팀 모두에게 빠른 불펜 운영을 재촉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롯데가 주도했다. 롯데는 3회 초 득점 기회에서 3득점하면서 앞서 나갔다. 어렵게 이닝을 이어가던 KIA 선발 이의리는 3회 초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그 사이의 그의 투구 수는 70개를 넘어섰다. 롯데가 우세한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3회 말 KIA는 롯데 선발 김진욱으로부터 2득점하며 경기를 접전으로 만들었다. 김진욱은 3득점 지원에도 볼넷과 폭투로 위기를 자초했다. 2사후 최형우와의 승부 고비를 넘지 못했다 최근 최형우의 타격감이 떨어져 있음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2회 말 볼넷 3개로 자초한 만루 위기를 병살 유도로 가까스로 실점하지 않았던 김진욱에게 또 한 번의 행운은 없었다.

김진욱과 롯데의 위기는 4회 말에도 이어졌다. 김진욱은 2사 후 하위 타자인 한승택에 2루타를 허용한 이후 볼넷으로 주자를 더 불렸고 최원준과 김선빈, 터커에 연속 적시 안타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롯데는 불펜을 빠르게 가동했지만, 2번째 투수 박진형이 다시 적시 안타를 허용하며 롯데의 실점은 5실점을 늘었다. 경기 흐름은 일순간 KIA로 넘어갔다. 시즌 첫 등판에서 타순이 한 바퀴 돈 시점에서 급격히 무너졌던 김진욱은 다시 장면을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볼넷의 화근이었다. 반대로 KIA 선발 이의리는 3회 초 크게 흔들렸지만, 4회 초 삼진 3개로 이닝을 마무리하며 큰 대조를 보였다. 이의리의 4회 초 완벽투는 KIA 역전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4회 말 빅이닝을 승기를 잡은 KIA는 필승 불펜조를 대신한 젊은 불펜 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하고 경기 후반 추가 득점을 더 쌓으면서 낙승했다. KIA의 승리로 선발 투수 이의리의 패전은 지워졌고 지난 주말 3연패로 내림세에 있었던 KIA는 팀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침체기에 있었던 터커, 최형우, 나지완의 중심 타선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였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선발 투수 이의리는 제구 불안으로 투구 수 조절에 실패하며 4이닝 투구에 그쳤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와 담대한 투구로 선발 투수로서 역량을 보여주었다.

롯데는 위닝 시리즈를 내주었다는 표면적 문제 외에 승부처에서 마운드가 버티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올 시즌 중반 이후 불펜진이 버티지 못하면서 패배하는 패배 공식이 자꾸만 반복되고 있다. 또한, 롯데가 기대하는 신인 김진욱이 그의 약점을 2경기 연속 노출했다는 점도 문제였다. 김진욱은 뛰어난 구위가 있음에도 제구의 일관성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더 흔들리는 투구 내용이었다. 아직은 더 다듬을 부분이 많았다. 그의 2경기 투구 내용만으로는 다음 선발 등판을 기약하지 어려워 보인다. 롯데로서는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치든 키움의 장재영과 같이 우선 불펜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등 그의 활용에 대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선수, 최근 롯데 팬들에게는 가장 큰 관심의 선수 중 한 명인 지시완은 모처럼 만의 선발 출전 기회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와 짝을 이룬 김진욱이 초반 제구 난조로 마운드를 오래 지키기 못했다. 하지만 그의 포구 능력이나 주자 견제 능력은 팀 내 다른 경쟁자들보다 떨어지지 않았다. 그에 대한 평가 절하의 여인이었던 수비는 큰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기대했던 타격에서 지시완은 2차례 삼진을 당하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KIA 전이 그에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계기기 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진욱과 이의리의 맞대결은 영건들의 멋진 투수전과는 거리가 있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예전 속담이 어울리는 경기로 보일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두 팀 모두가 기대하는 미래 에이스들의 대결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경기 내용을 떠나 두 좌완 선발 투수들은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구위와 역량을 보여주었다. 1경기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잠재력을 보여준 두 투수였다.

물론, 희비는 다소 엇갈렸다. 이의리는 팀 승리로 그의 부진한 투구가 조금은 상쇄될 수 있었다. 실점 이후 이닝에서 완벽투를 펼치며 강력한 인상도 남겼다. 프로 입단 당시 김진욱에 비해 관심을 덜 받았던 이의리지만,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강력한 좌완 선발 투수가 절실한 팀의 상황과 그의 기량발전이 맞물리며 이의리는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그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와 맞대결한 김진욱은 입단 당시부터 큰 관심을 받았고 롯데에 무난히 적응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잠재력은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KIA 전 등판도 다르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그들의 상황이 다소 역전된 모습이다.

김진욱과 이의리, 그리고 지시완까지 많은 이야기가 더해진 4월 15일 롯데 KIA 전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김진욱과 이의리, 지시완이 올 시즌 그리고 더 이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에 따라 이 경기는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출사를 즐기며 프로야구 롯데를 응원하는 소시민
※필자와의 협의하에 본명 대신 아이디로 필명을 대신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동시연재중입니다.(https://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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