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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대한민국(2)] 수리권 수용한 삼성전자, 배터리탈부착폰 생산 재개

칼럼니스트 이재경 승인 2021.07.14 15:26 | 최종 수정 2021.07.16 11:11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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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샀다가 2~3년만 지나면 배터리 쪽이나 충전기 삽입구 쪽에서 문제가 생겨서 원치 않아도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수리를 해서 쓰려고 해도 제조사 쪽에서 제품 성능을 이유로 구기종을 단종하는 등 수리 비용이 크게 늘고 특히 배터리 본체 일체형인 경우는 배터리 성능을 다시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수리는 포기해야 한다.

이 상황이 부조리하지는 않은가?

최근 삼성전자가 그간 제조 중단했던 배터리 탈부착 스마트폰을 다시 생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 제품을 다시 수리해서 쓸 수 있는 권리, 수리권(修理權)이 중요한 소비자 권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배터리 탈부착 스마트폰은 배터리와 본체 사이의 이격 공간으로 인해 방수, 방진 기능이 부실해질 수 있고 외형적으로 아무래도 깔끔한 디자인이 되지 못해서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마뜩잖다.

그러나 쓰던 스마트폰을 계속해서 쓰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들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제조사도 그들을 따라간다. 소비자는 왕이니까.

서구 선진국에서 수리권이 대두한 배경에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ESG를 기업들에 당연히 요구하는 시대가 대두한 것이다. 기업들로서는 ESG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서구의 수리권 운동가들은 “우리는 우리가 소유한 모든 것들을 고쳐서 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수리권 운동가들은 자동차를 타면서 소모품인 타이어가 다 닳아서 못쓴다고 해서 차를 통째로 바꿔서, 사야한다면 부조리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소모품인 체인이 다 닳아서 못쓴다고 해서 자전거를 통째로 바꿔서 사야한다면 부조리하다고 말한다. 당연한 말이다.

수리권 운동가들은 2012년 매사추세츠 주에서 자동차 소유자 수리권리 법을 통과 시켜 수리권을 소비자 기본권의 하나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미국의 20여 개 주는 아직도 수리권리 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보편적인 권리로 보기는 어렵다.

수리 전문 위키사이트인 <iFixit>에는 3백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수리권 운동가들은 델(Dell)이나 파타고니아(Patagonia), 포드(Ford)등 수리 친화적 기업들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다.

또 삼성전자나 애플이 배터리 수리, 교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배터리 일체폰 제조 방침에 항의하고 스마트폰 수리를 어렵게 하도록 특수 나사를 이용해서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방침에도 항의한다.

수리권 운동가들은 소비자는 자신이 소유한 모든 제품을 변경하고 수리할 권리가 있으며 소비자가 소유한 모든 제품을 열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전자제품 소프트웨어를 잠금 해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수리권 운동가들에게 배터리 탈부착 스마트폰은 필연적으로 대두하는 요구사항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출시한 갤럭시 노트4와 갤럭시 S5를 마지막으로 더는 배터리 탈착식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배터리 탈부착이 가능한 X커버5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수리권 운동이 활발한 서구 선진국과 수리 재사용 수요가 높은 라틴아메리카 등지에 출시될 예정이지만 국내 출시는 미정이다.

삼성전자의 X커버 시리즈는 방수 방진에 특화된 러기드폰 시리즈다. 이번에 최신 X커버5 모델에서 배터리 탈부착 시스템을 받아들인 것은 배터리 탈부착 시 예상되는 방수, 방진 기능 저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탈부착 스마트폰 생산을 재개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사용주기를 확대하는 소비자 운동도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중고 스마트폰을 회수하고 재판매하는 사업도 벌일 예정이며 스마트폰의 기존 부품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방침이다.

과연 한국에서는 배터리 탈부착 스마트폰에 대한 지지, 판매는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ESG가 일시적인 트랜드가 아항구적이고 전 세계적인 트랜드이기에 한국에서도 배터리 탈부착폰에 대한 지지와 관심 증가는 시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수리권을 포함한 ESG 전반에 대한 지지와 관심 증가도 필연적이라고 본다.

※ 참고기사 https://biz.insight.co.kr/news/346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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