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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농산어촌(89)] 전남편 - 금줄 두른 된장독 보셨나요?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1.09.03 13:05 의견 0

예로부터 장 담그는 일은 가정에서 가장 큰 행사중 하나였습니다.
장 맛이 좋은가 나쁜가에 따라 집안의 음식 솜씨가 판가른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나비축제로 유명한 전남 함평의 농가에서 된장 담그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곳의 맑은 공기와 물이 키워낸 콩과 천일염, 그리고 고유의 장독이 어우러진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된장을 담그기 위해 좋은 메주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겠지요?
우리 콩으로 만들어진 메주가 농장 한편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메주는 우리 콩과 함께 이 농장의 특산물인 "연"의 잎 등을 함께 섞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과정은 사람의 손에 의해 하나하나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지금은 작업을 위해 잘 씻어 말린 메주의 모습입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그런데 노 스님 한분이 메주들을 이리저리 살피고 계셨습니다.
된장을 담그는 농가에서 스님을 뵙게 될 줄이야...

알고보니 이 스님은 경남 양산 통도사에 계시는 큰 스님이라고 하십니다.
예전부터 이 농장 사장님과 친분이 있으셨다고 하네요.

사찰음식에 관해서 조회가 깊으신 분으로 양식, 한식, 일식 등 모든 부분에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사찰음식과 관련해서 이 큰 스님에게 사사받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큰 스님의 손길로 매주가 장독으로 옮겨집니다.
이 장독 역시 장인의 손으로 만든 우리 독입니다.
모양은 아주 매끈하고 멋지지 않지만 친근함이 느껴집니다.
흑으로 정성스럽게 빚어낸 장독은 살아 숨쉰다는 표현이 어울려 보였습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자! 이제 메주가 장독에 담겼습니다.
얼마간 이곳에서 숙성기간을 거치고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으로 변신할 것입니다.
메주와 장독은 준비가 되었는데요. 좋은 장이 되기위한 또 다른 재료들이 들어가야 할 차례입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좋은 소금이 필요합니다.
이 농장에서는 우리 천일염으로 끊여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맑은 물로 몇 번이고 소금을 씻어냅니다.

이렇게 순백의 소금은 그 하얀빛이 더욱 더 빛납니다.
너무나 깨끗하니 보석같은 느낌이 듭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물은 인근 청정 약수를 사용합니다.
실제 시판이 되는 약수인데 그 가격이 상당하더군요.
그 물을 아끼지 않고 소금을 씻어내는데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작업이 반복되면 소금의 양은 반으로 줄어들게 되는데 재료에서 만큼은 아낌이 없었습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장독에는 소금 대신에 수 차례 걸러낸 소금물이 들어갑니다.

그 염도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밥을 뭉쳐 하얀천에 넣은 후 이렇게 떠오르게 되면 잘 맛는 것이라고 합니다. 계란을 넣어 그것을 알아보기도 한다는데요.

재료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정성이 대단했습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람들의 손길이 모여서 장독에 물이 담깁니다.
매주들은 이 물을 영양분 삼아 그 모습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큰 스님의 손길은 사소한 부분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물이 장독에 담기는 순간까지 함께 하셨습니다.
큰 스님의 기원이 담긴 장맛은 안봐도 예상을 할 수 있겠지요?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장독 뚜껑을 닫기 전 모습을 담았습니다.
당분간 어둠속에서 갇혀 있어야 할 이들입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을 것입니다.

따뜻한 봄 햇살인 물기를 머금은 메주를 윤이나게 하고 있습니다.
이 순간 어떤 금 보석보다 가치있는 것이 이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이 안에는 참숯도 들어가고 빨간 고추도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산에서 가지고온 솔잎도 된장이 되는 과정에 동참했습니다.
이 모두 세균감염을 막고 장 맛을 좋게 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첨가물들입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큰 스님께서 작업에 열중하고 계셨습니다.
장독 안에 짚이 들어간다는 말을 못 들었는데요. 짚으로 만든 새끼줄에 뭔가를 매달고 계셨습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조금 지나지않아 의문이 풀렸습니다.

장독마다 예전 아이가 태어나면 집 앞애 매달곤 했던 금줄이 장독에 걸렸습니다.
장이 익는 동안 부정을 타지 않고 그 과정이 잘 이루어지길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장 담그는 일이 중요했다는 반증이겠지요?

함평의 장독에는 큰 스님의 축원이 담긴 금줄이 걸렸으니 잡신들이 장맛을 변하게 하려는 시도를 아예 못할 듯 합니다.

이렇게 담긴 장은 발효과정을 거쳐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할 것입니다.

그 발효 과정은 과학의 힘으로도 아직 모든 것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각 지역, 집안마다 담그는 방법이 다른 탓도 있을 것입니다.
장에는 재료 뿐만 아니라 각각의 손맛과 정성이라는 무형의 재료가 있기 때문입니다.

함평의 장도 명품 재료들과 함께 하는 남다른 정성이 더해진 특색있는 장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곳 사장님은 어렵게 만든 장을 오는 손님들에게 남김없이 주신다고 합니다.
그 탓에 오랜기간 숙성된 장이 없다고 하시네요.
이런 장이라면 명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데 말이죠.

봄이 너무나 더디게 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계절은 변할 것이고 이 장도 그 깊은 맛을 더할것입니다.

이 농장의 연꽃들이 만개할 때 지금 담은 장의 맛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칼럼니스트 지후니74]
※필자와의 협의하에 본명 대신 아이디로 필명을 대신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동시연재중입니다. (https://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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