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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대타는 대타에 불과, 일본은 파벌정치중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승인 2021.09.06 09:00 의견 0

일본에서 정치를 하려면 3반(3ばん:①지반(地盤), ②간판(看板), ③가방(カバン))이 필요하다. 즉, 부모로부터 지역구를 이어받고, 학벌과 돈이 충분하게 있어야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가의 경우 아베 전 총리와는 달리 지반도 없고, 간판도 변변치 못하며, 파벌도 없다.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에 의해 총리로 취임하다 보니 최다 파벌인 아베 전 총리, 아소 부총리, 니카이 간사장 등의 후원이 없으면 정치적 기반이 약한 그는 언제든 그만두어야 하는 대타 총리였다.

취임 초기에는 팬케이크를 좋아하며,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면서 "레이와 오지상"으로 불렸던 스가 총리는 대중적인 지지율도 높았지만, 극우 성향의 목소리는 비교적 자제해 왔다. 때문에 아베 전 총리와는 달리 산케이신문 등 극우 성향의 언론과 사토 마사히사 같은 3선 밖에 안 되는 극우 정치인들로부터도 비난도 받았다.

같은 자민당 내에서 3선 의원이 총리를 비난한다는 것은 아베 총리 시절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3선 의원들이 튈 수 있다는 것은 스가 총리가 헌법 개정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아베 전 총리의 국가관을 계승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취약한 정치기반이 주요 원인이다.

닛케이가 진행한 총리후보 호감도 여론조사 (정회주 제공)

게다가 스가 정권 초기의 높은 지지율은 항상 새로운 정권이 등장할 때 나타나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 재임기간 중에 코로나19 대책도 뒷북만 치다가, 경기부양과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의 부흥을 목표로 한 도쿄올림픽마저 불발에 그쳤고, 요코하마 시장선거에서 스가 총리가 지원했던 후보가 낙선하며 지지율은 2할대까지 하락했다.

재임기간 동안 성실하고 열성을 다한 총리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드러난 총리이었다. 스가 총리의 장점인 공무원들 명줄잡기도 한계를 드러내면서, 연설 중에도 연설문 일부를 빼놓고 연설하거나, 행사에 늦게 도착하는 등 자기관리가 부족함을 보였다.

게다가 스가 총리의 국회 답변 등이 ‘야기상 도벤’(やぎさん答辯), ‘염소 답변’이라고 회자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올림픽 개최 관련 질문으로 총리가 추궁 당하자 질문과는 상관없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말만 반복함에 따라 염소처럼 종이를 씹어 먹고 엉뚱한 답변을 계속한다는 동화를 빗대어 말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스가 총리는 자민당 총재 불출마 선언을 했다. 총리 권한 중 가장 큰 3가지는 ①인사권, ②국회해산권, ③예산권인데, 총리선거를 1개월 앞둔 시점에서 스가 총리가 자민당 임원 인사와 내각 개조라는 이례적인 카드에 이어 9월 중순 중의원 해산과 총재 선거 연기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자 자민당의 중진의원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앞서 언급한 자민당 당내 파벌 등 정치 기반도 없으면서 극우 보수층으로부터 버림받아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존재인 스가 총리의 상황을 보며 동반 침몰하지 않겠다는 능구렁이 자민당 중진의원들의 반발이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심지어 스가 총리의 총재선거 불출마 선거 발표 직후 닛케이지수가 약 500엔이나 급등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일본 정치에서 대타의 설움과 흑수저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이제 9월 29일로 예정된 2021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는 국회의원 383표(중의원 257, 참의원 108), 지방 도도부현 383표(당원 및 당우를 동수로 비례배분)를 합친 최다 득표자가 선출된다.

지금까지 괄목할 만한 후보가 보이질 않고 난립한 후보들의 도토리 키재기(団栗の背比べ)라는 말도 있는데, 그나마 유력 후보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고노 타로(河野太郎) 등이다.

이 가운데 아베 전 총리가 지원한다고 함에 따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의 존재감이 갑자기 부각되었다. 아베 전 총리가 속한 호소다파가 지원하게 되면 96명의 파벌의원들이 따라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리가 된다고 해도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하겠다고 언급(닛케이, 9월 4일)하는 등 극우층의 결집도 시도 중이다.

사실상 아베 전 총리가 장악한 호소다파(96명)가 자민당 파벌 중에는 최대 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소파(53), 다케시타파(52명), 니카이파(47명)가 합칠 경우 견제 세력이 되니 아직까지는 서로 눈치만 보는 탐색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닛케이의 총리후보 호감도 여론조사(8월 30일)에서도 고노 16%(자민당 지지층 18%), 이시바 16%(상동 12%), 기시다 13%(상동 14%)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다음 주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반영되면 총리 후보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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