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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놓을 수 없는 우승 희망, FA 오재일의 더 큰 존재감 필요한 삼성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1.09.10 11:05 | 최종 수정 2021.09.10 13:34 의견 0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프로야구 순위 판도 변화를 불러온 팀이다. 2015 시즌 이후 하위권을 맴돌았던 삼성은 수년간 이어온 내부 육성과 팀 체질 개선, 지속적인 전력 보강의 성과가 나타나며 선두 경쟁을 하고 있다. 시즌 전 삼성의 기대감을 높인 선수는 FA 영입 선수인 오재일이었다.

오재일은 4년간 최대 50억 원의 대형 계약으로 두산에서 삼성으로 팀을 옮겼다. 2005시즌 지금은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오재일은 현대 유니콘스를 이은 히어로즈와 두산을 거치면서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두산이 리그 최강자로 자리한 2015 시즌부터 오재일은 뒤늦게 그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좌타자 오재일은 2015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20개 안팎의 홈런을 때려냈다. 두산의 홈구장이 넓은 잠실구장임을 고려하면 꾸준한 장타력이었다. 이에 비례해 타점 생산력과 출루율도 준수했다. 1루수로서 리그 최고의 수비 능력까지 갖춘 오재일이었다.

그가 2020 시즌 후 FA 자격을 얻자 관심을 보이는 팀들이 등장했다. 중심 타자로서의 꾸준한 타격과 수비 능력을 겸비한 1루수는 팀 전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선수였다. 원 소속팀 두산은 중심 타자의 이탈을 막아야 했고 그의 잔류를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또 한 팀 삼성은 시즌 전부터 그를 주시했다. 공. 수를 겸비한 1루수는 삼성에 항상 아쉬움이 있는 포지션이었다. 외국인 선수로 그 자리를 채워보기도 했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기대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오재일은 삼성의 고민을 덜어줄 선수였다. 삼성 팬들은 2020 시즌 중에도 오재일을 삼재일로 부르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삼성은 그의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어선다는 점이 리스크가 될 수 있었지만, 오재일이 보여준 그동안의 꾸준함과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의지가 더해지며 삼성은 과감히 오재일에 베팅을 했고 그를 영입했다. 삼성은 오재일의 영입을 통해 타격 능력을 갖춘 1루수 보강 외에 팀 타선 강화를 동시에 기대했다. 그의 나이를 고려해 장타력 감소의 가능성도 있지만, 타자 친화 구장인 삼성의 홈구장은 그 문제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삼성 라이온즈 오재일 선수 (출처= 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오재일의 영입과 일본 프로야구에서의 경험이 있는 검증된 외국인 타자 피렐라의 영입이 더해지며 삼성 타선은 강타선의 면모를 보였다. 도루왕 탈환을 다시 노리는 1번 타자 박해민과 도루 능력과 관록의 타격 능력을 겸비한 내야수 김상수의 테이블 세터진에 팀 프랜차이즈 스타인 구자욱, 세 번째 FA 계약이라는 동기 부여가 있는 베테랑 포수 강민호 등이 자리한 상위 타선은 좌. 우타자의 조화,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이상적인 타선이었다. 그 중심에는 오재일이 있었다. 삼성은 오재일이 4번 타자로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전 오재일은 부상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한 달여의 부상 회복 기간이 필요했다. 삼성은 그 기간 외국인 타자 피렐라의 기대 이상의 활약과 회춘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타격에서도 큰 활약을 하는 포수 강민호, 한층 두꺼워진 선수층으로 오재일을 공백을 메웠고 선두권으로 치고 나왔다. 오재일이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상승세에 더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이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재일을 부상 복귀 후 타격에서 폭발력을 잃었다. 타율은 2할대 초반에 머물렀고 삼성이 그를 영입한 중요한 이유였던 장타와 타점 생산력도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팀 성적이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는 상황이 그의 부진을 가려주긴 했지만, 4년간 50억 원의 거액을 투자한 삼성으로서는 투자의 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재일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타격감을 되찾았다. 홈런과 타점이 늘어났고 중심 타자의 면모를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이대로 그 감각을 이어간다면 2020 시즌 16홈런 89타점 이상의 성적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시점에 발생한 시즌 중단 사태가 그에게 악재가 됐다. 도쿄올림픽 대표 선수로 선발되어 대회에 참가한 것도 결과적으로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오재일은 도교 올림픽에서 타격적인 면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여파는 후반기 시즌에도 이어졌다. 7월 뜨거워지던 타격감이 식었고 시즌 초반의 부진했던 모습으로 돌아갔다. 타격 부진은 8월에 이어 9월까지 계속됐다. 서서히 오재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FA 영입 효과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삼성은 후반기 박해민을 1번 타자에 기용하고 주로 중심 타선에 있었던 외국인 타자 피렐라를 2번 타순에 기용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테이블 세터진의 해결 능력을 높이고 득점력도 끌어올리는 전략이었다. 삼성은 구자욱, 강민호, 오재일의 클린업으로 타선의 응집력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좌. 우 타자가 번갈아 타석에 서면서 상대 투수를 더 압박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오재일의 부진이었다. 오재일의 부진으로 삼성의 타순 변경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부진한 오재일과의 승부를 위해 앞선 타선의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주 롯데와의 화요일, 수요일 경기에서 그 경향이 보였다. 삼성은 롯데 마운드를 상대로 득점권에서 타선이 집중력을 보이지 못했고 중반 이후 힘 싸움에서 밀리며 2경기를 모두 내줬다. 중심 타선의 해결 능력이 아쉬웠다. 선두 경쟁이 급한 상황에서 하위권 팀에 당한 연패를 타격이 컸다. 그 사이 KT는 삼성보다 4경기 차 더 앞서나갔다.

롯데에 2연패를 당한 후 맞이한 선두 KT와의 2연전은 삼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타선이 계속 부진하면 마운드가 강한 KT에 고전할 수 있었다. 9월 9일 KT 전에서 삼성은 초반 타선의 부진과 선발 투수 대결에서 밀리며 상대에 주도권을 내주는 경기를 했다. 삼성은 6회 말 모처럼 타선이 집중력을 보이며 4득점했고 4 : 2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불펜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삼성 불펜진은 7회 초 홈런 2방을 허용하며 4 : 5 역전을 허용했다. 승부는 다시 극적인 드라마로 이어졌다. 삼성은 8회 말 피렐라의 솔로 홈런으로 5 : 5 동점에 성공했다.

경기는 삼성의 역전 분위기로 흘러갔지만,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오승환이 2실점으로 무너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후반에도 무적의 불펜 투수로 위력을 보였던 오승환이었기에 그 충격이 컸다. 그대로 패한다면 3연패와 함께 팀 분위기가 침체할 수 있었다.

여기서 또 다른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삼성은 KT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두 명의 주자가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하며 득점 기회를 잡았다. 그 기회는 2사 1, 3루로 이어졌다. 타석에는 오재일이 섰다. 오재일은 그전 타석에서 안타가 있었지만, 최근 타격 부진을 고려하면 김재윤과의 승부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오재일은 김재윤의 2구째 변화구를 걷어올려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과 연결했다. 끝내기 3점 홈런이었다. 그 홈런으로 삼성은 8 : 7의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할 수 있었다. 마무리 오승환은 패전의 위기에서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이 승리는 삼성에 큰 의미가 있었다. 모처럼 오재일의 중심 타자의 면모를 보이며 경기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오재일은 전날 롯데전에서 홈런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냈다. 오재일은 이를 통해 일시적인 반등이 아닌 타격감 회복의 가능성을 보였다. 떨어졌던 자신감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오재일이 이대로 기대했던 타격을 한다면 삼성의 후반기 레이스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은 리그 최고 수준의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고 있다. 교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던 몽고메리가 최근 부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선발 마운드의 높이가 더 높아졌다. 불펜진은 다소 흔들림이 있었지만, 아직 마무리 오승환이 건재하고 부상 선수들도 돌아왔다. 여기에 중심 타자 오재일이 더해진 타선이 힘을 낸다면 선두 경쟁을 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수 있다. 삼성은 1위 KT와 4경기 차의 격차가 있지만, 아직 1위를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상황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

또한, 오재일의 타격감 회복이 기대되는 건 그가 해마다 가을에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오재일은 두산 시절 시즌 막바지 포스트시즌에서 큰 활약을 하곤 했다. 그 시점은 상위권 팀들에게는 순위를 상승시켜야 하고 포스트시즌에서 매 경기 총력전을 해야 한다. 그 시기 큰 활약을 하는 선수가 있다면 시즌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을 오재일은 삼성이 기대했던 또 다른 FA 영입 효과다.

물론, 한두 경기 활약으로 오재일의 앞으로 활약을 확신하긴 어렵다. 다만 그동안 오재일의 선수 이력과 그 시점에 맞춘 끝내기 홈런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연 오재일이 이 홈런을 기점으로 그의 타격 사이클을 우상향으로 확실히 돌려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남은 9월, 10월 레이스에서 그를 주목한 필요가 있어 보인다.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출사를 즐기며 프로야구 롯데를 응원하는 소시민
※필자와의 협의하에 본명 대신 아이디로 필명을 대신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동시연재중입니다. (https://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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