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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멀어지는 선두 경쟁 LG에 씁쓸함으로 다가오는 트레이드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1.09.25 12:32 의견 0

팀 당 30경기 정도를 남긴 2021 프로야구 정규 리그가 서서히 순위 경쟁이 우열이 드러나고 있다. 유일하게 6할 승률을 넘기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KT는 그 자리를 더 공고히 할 기세다. 폭발적인 연승은 없지만, 높은 승률을 유지하며 1위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팀 방어율 1위의 마운드는 선발진과 불펜진이 모두 안정적이고 타선은 효율적인 공격력으로 마운드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부상 선수 소식도 없고 교체 외국인 타자 호잉은 화려하지 않지만, 우승의 위한 마지막 퍼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KT는 특정 선수가 아닌 팀 전체가 톱니바퀴처럼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추격하는 2위권 팀들이 전력 누수로 고심하는 상황에서 KT의 팀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의 꿈이 무르익어 가는 분위기다.

순위 경쟁의 초점은 삼성과 LG의 2위 경쟁과 4, 5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중위권 팀들의 경쟁에 더 맞추어지고 있다. 중위권 경쟁의 가능성을 보였던 8위 롯데는 최근 주춤하면서 순위 경쟁에서 멀어지는 모습이다. 오히려 9위 KIA와 10위 한화의 승차가 2경기 차로 좁혀지면서 탈꼴찌 싸움이 또 다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인 선수 전면 드래프트에서 올 시즌 최하위 팀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는다. 이에 탈꼴찌를 위한 순위 경쟁이 맥빠지게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한화가 최근 승률을 끌어올리며 KIA를 추격하고 있다. 다만, 드래프트 1순위의 실리와 탈꼴찌라는 명예 사이에서 양 팀의 미묘한 대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순위 경쟁의 변화 속에서 LG는 마음이 가장 무겁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 레전드 출신 코치 류지현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고 역시 레전드 출신 코치진을 대거 1군에 포함하면서 젊고 역동적인 코치진을 구성했다. 이들은 역시 LG에서 선수와 코치로 긴 세월 함께 했던 차명석 단장과 유기적인 호흡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LG는 이와 함께 충실히 전력을 보강했고 1994년 한국 시리즈 우승 이후 27년 만의 한국 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시즌을 시작했다. LG는 시즌 초반부터 안정적인 마운드를 바탕으로 선두권을 유지하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LG 트윈스 (사진 출처= LG 트윈스 홈페이지)

하지만 후반기 LG는 그들에게 절대 반갑지 않은 징크스가 다시 현실이 되고 있다. LG는 후반기 힘이 떨어지며 성적이 하락하는 경험이 다수 있었다. 야구팬들 사이에 자주 언급되는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는 DTD의 징크스를 자주 적용받는 LG였다. 지난 시즌에도 LG는 정규리그 2위를 목전에 두었지만, 막판 뒷심 부족으로 정규리그 4위에 머문 아픔이 있었다.

올 시즌에도 LG는 그런 현상이 재현될 조짐이다. 시즌 초반부터 고민거리였던 팀 타선은 여전히 각종 지표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팀을 지탱하던 마운드도 흔들리고 있다. LG는 내림세의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레전드 출신 김동수, 이병규 코치를 2군으로 내리고 경험 많은 황병일 코치를 1군으로 올려 류지현 감독을 보좌하도록 하는 코치진 개편을 단행했다. 시즌 후반기 큰 결정이었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팀 부위기는 여전히 침체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외국인 투수 수아레즈의 복귀 일정이 미정이고 큰 기대를 하고 영입한 교체 외국이 타자 보어는 부진을 거듭하다 2군행을 통보받았다. 마운드의 무게감을 더해줄 수 있는 베테랑 좌완 차우찬은 어깨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좌완 투수들이 주축인 불펜진에서 우완 투수로 가치가 컸던 베테랑 우완 송은범이 부상 공백도 아쉽게 다가오고 있다. 팀 전력을 극대화해야 할 시점에 내부에서 흔들리는 LG다.

그 사이 잠실 라이벌 두산이 가을 두산의 면모를 과시하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후반기 시작을 7위로 한 두산은 상승세를 유지하며 9월 24일 현재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3위 LG와는 3경기 차에 불과하고 LG와 1경기 차 2위 삼성과는 4경기 차이가 있다. 마침 삼성도 부상 선수로 문제로 전력 누수가 발생했다. 자칫 두산이 포함된 2위 경쟁 늪으로 빠질 수 있는 LG다. 지난 시즌의 악몽이 되살아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다시 생겨날 수 있는 LG의 현 상황이다.

이에 팀의 호의적이었던 LG 팬들의 여론도 점점 비판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올 시즌 팀 운영과 관련한 사항도 비판에 포함되어 있다. 특히, LG가 큰 승부수로 여겼던 트레이드의 실패가 다시 한번 크게 조명되고 있다. LG는 시즌 전 두산의 좌완 투수 함덕주와 우완 투수 채지선을 영입하고 내야수 양석환과 유망주 좌완 남호를 보내는 트레이드를 했다. 후반기를 앞두고는 선발 투수 정찬헌을 내주고 2루수 서건창을 키움에서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모두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결정이었다.

현시점에 이 트레이드는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LG가 영입한 선수들의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떠나보낸 선수들의 그 팀의 주축 선수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모두 서울을 연고로 한 순위 경쟁팀이라는 점에서 LG의 속이 더 쓰릴 수 있는 상황이다.

LG가 함덕주를 영입한 트레이드는 그 당시 LG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함덕주는 국가대표 경력에 아직 20대의 좌완 투수다.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수의 큰 경기 경험도 있어 우승을 노리는 LG에 딱 맞는 투수였다. LG는 함덕주를 제5선발 투수로 활용하며 선발 마운드의 무게감을 더하려 했다. 하지만 함덕주는 두산에서 선발 투수로 시즌을 준비하다 경쟁에서 탈락한 이후 불펜 투수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장 선발 투수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LG는 서두르지 않고 함덕주에게 준비 기간을 주는 결정을 했다. LG는 이미 다수의 좌완 투수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LG는 함덕주가 완벽한 몸 상태로 돌아온다면 마운드에 큰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함덕주의 실전 경기 일정이 자꾸만 늦어졌다.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도 필요했고 많은 투구 수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결국, 함덕주는 불펜진에 합류했지만, 부상 우려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술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함덕주는 강한 의지로 재활을 하고 최근 1군에 합류했지만, 여타 좌완 불펜 투수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의 풍부한 경험을 고려해도 포스트시즌에서 함덕주를 엔트리에 포함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 될 수 있다. 그와 함께 영입한 우완 투수 채지선은 구위는 뛰어나지만,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불펜으로 그를 활용하고 있지만, 붙박이 1군 선수로는 부족함이 있다.

투수 영입이 아쉬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이 LG가 고질적인 약점이 2루수 보강을 위해 영입한 서건창 역시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활약으로 LG의 속을 태우고 있다. 서건창은 팀 프랜차이즈 선수였던 선발 투수 정찬헌을 내주고 영입했다. 윈나우를 위한 과감한 결정이었다. 좌타자 겸 2루수 서건창은 리그에서 유일한 정규 시즌 200안타를 달성한 선수이고 키움의 중심 타자로 오랜 기간 활약했다.

LG는 항상 고민이었던 2루수 자리를 관록과 실력을 겸비한 서건창으로 완벽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가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는 동기부여 요소도 고려했다. 하지만 서건창은 9월 24일 현재 0.260의 타율과 함께 공격 생산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최악의 시즌이 되고 있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에이징 커브가 찾아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LG는 서건창을 신뢰하고 계속 중심 타선에 기용하고 있지만, 좀처럼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주전 2루수였지만, 서건창의 영입 이후 2군으로 내려간 정주현에도 비교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서건창이다.

LG는 이런 트레이드 영입 선수들의 부진을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메우고 있다. 트레이로 영입한 한 선수들이 팀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도와야 하는 그림이 나와야 하지만, 최근 LG는 우승을 위한 여정에 젊은 선수들에 기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빠져들고 있다. 트레이드와 다르지만, 외국인 교체에 있어서도 LG는 기존의 1루수 겸 중심 타자 라모스를 대신해 영입한 보어가 1할대 빈타에 허덕이며 교체를 안 하니만 못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LG에서 두산을 팀을 옮긴 양석환은 두산의 고민이었던 1루수 자리를 공. 수에서 완벽하게 매우며 팀 중심 타자로 거듭났다. 양석환은 타율은 3할에 미치지 못하지만, 9월 24일 현재 26홈런 82타점으로 기록 중이다. 최근 크게 떨어진 두산의 홈런 파워를 끌어올리는 건 물론이고 높은 타점 생산력으로 두산 타선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우타 거포인 양석환은 좌타자들이 주축인 두산 타선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LG는 시즌 1루수 자리에 외국인 타자 라모스가 있고 양석환이 설 수 있는 3루수 자리에 베테랑 김민성과 다수의 유망주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양석환에서 주전 자리를 보장할 수 없었다. 이에 LG는 그를 활용해 마운드를 보강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결정이었지만, 현재까지 결과는 LG가 땅일 칠 수밖에 없게 하고 있다.

현재 LG의 1루수 자리는 외국인 타자 보어의 극심한 부진으로 여러 선수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3루수 자리는 김민성의 노쇠화가 확연해지면서 의도치 않게 유망주들이 자주 그 자리에 서고 있다. 유망주들이 1루와 3루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경기가 거듭될 수도 기복을 보이고 있다. 양석환의 홈런과 타점 생산력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LG가 키움으로 떠나보낸 베테랑 선발 투수 정찬헌도 키움의 부족한 선발진을 채워주며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키움은 중위권 순위 경쟁을 이어갈 동력을 얻었다. 최근 부상과 선발 투수들의 부진으로 선발 마운드에 고민이 커진 LG에게는 또 한 번 정찬헌이 생각날 수밖에 없게 하고 있다.

물론, 트레이드의 성과는 해당 시즌의 활약으로 판단할 수 없다. 트레이드는 해당 선수의 미래 가치까지 고려한 결정이고 당시 팀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LG는 당장 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 선수를 찾았고 그 선수의 활약이 절실했다. 현재 트레이드의 아쉬운 결과물은 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마침 LG가 후반기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 겹치면서 트레이드는 더 깊은 한숨을 짓게 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는 실패한 트레이드가 되고 있지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이 후반기 남은 일정과 포스트시즌에서 기대했던 역할을 한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LG가 남은 시즌 트레이드 결과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LG로서는 그들의 영입한 선수들이 기대했던 관록을 발휘하길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출사를 즐기며 프로야구 롯데를 응원하는 소시민
※필자와의 협의하에 본명 대신 아이디로 필명을 대신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동시연재중입니다. (https://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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