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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로야구] 프로 데뷔 첫 선발승 롯데 이인복, 1.5군의 굴레 벗어날까?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1.09.26 12:50 의견 0

선발 6이닝 9피안타 4탈삼진 1사사구 6실점, 선발 투수로서는 잘 던진 기록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투구는 그 선수에게는 선수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고 소속팀에게도 의미가 컸다. 롯데 8년 차 투수 이인복의 9월 25일 키움전 투구 내용이다.

이 경기에서 롯데는 타선이 폭발하면서 키움에 12 : 6으로 승리했다. 롯데는 이 승리로 이전 SSG와의 더블헤더 포함 3경기에서 1무 2패로 부진하며 주춤했던 팀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릴 계기를 마련했다. 팀 18안타의 폭발력을 보인 롯데 타선은 최근 무서운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주장 전준우가 5안타 3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그와 함께 전날 더블헤더 경기 후 휴식을 한 주전 들을 대신한 백업 야수들이 큰 활약을 했다.

최근 선발 출전 경기 수가 늘어나고 있는 백업 외야수 신용수는 1번 타자로 나서 2안타 1타점 3득점을 했고 손아섭의 대신해 2번 타자로 나선 김재유는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테이블 세터 역할을 확실히 했다. 주전 2루수 안치홍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배성근도 하위 타선에서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하위 타선에서 공격 흐름을 잘 연결해 줬다.

이런 타선의 지원 속에 선발 투수 이인복은 올 시즌 선발 첫 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후반기 들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이인복은 6실점하긴 했지만, 6이닝을 버티면서 불펜진 과부하를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SSG와의 3경기에서 접전이 이어지며 불펜 소모가 극심했던 롯데는 이날 경기에서 마무리 김원중을 포함해 셋업맨 최준용, 필승 불펜 구승민을 마운드에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선발 투수가 초반 무너진다면 경기가 어려울 수 있었다.

이인복 선수 (사진 출처=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이인복은 이런 팀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인복은 안타를 허용하더라도 공격적인 투구로 투구 수를 줄이고 빠른 템포를 유지했다. 그렇게 완성한 그의 선발 6이닝 투구는 최근 롯데 선발 투수들에게서 보기 힘든 내용이었다. 롯데는 후반기 강력한 필승 불펜진을 구성했지만, 선발 마운드가 불안하며 그 효과를 완벽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발 투수들은 5이닝 투구가 버겁다. 에이스 스트레일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스트레일리는 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구의 기복이 크고 그의 장점인 탈삼진 능력도 크게 떨어졌다. 이는 투구 수를 늘리고 이닝 소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그와 짝을 이루는 원투펀치 프랑코도 후반기 시작 시점에는 호평을 받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기존의 약점인 기복이 심한 투구가 재현되고 있다. 이들을 대신해 에이스 역할을 하던 박세웅 역시 최근 경기에서 피안타율이 급상승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다른 선발 투수 서준원과 이승헌 역시 이닝 소화능력이 떨어진다.

롯데는 거의 대부분 경기에서 5회가 되는 시점에 불펜 가동을 해야 하는 경기가 많았다. 이는 불펜진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롯데는 전반기 마이너스 폭이 큰 승패 마진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승수를 쌓아야 했다. 그들의 바람대로 후반기 높은 승률을 유지하며 승수를 쌓아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불펜진이 부담이 커졌다. 불펜의 부담을 덜기 위해 선발 투수들이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거나 타선이 폭발하며 대량 득점을 하는 경기가 나오면서 승리하는 경기가 늘어날 필요가 있지만, 그렇지 못했다. 전반기 뜨거웠던 롯데 타선은 후반기 화력이 크게 식었다. 최근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만, 기복이 있다. 크게 소모된 마운드가 지친 기색을 보이며 공격력 회복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는 최근 매주 더블헤더가 포함된 7경기를 치르고 있다. 10개 구단 중 이동거리가 가장 긴 롯데에는 부담스러운 일정의 연속이었다. 선수들의 로테이션 기용 등으로 버텨왔지만, 마운드는 그렇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놓을 수 없는 롯데는 접전의 경기에서 필승 불펜 투수들을 자주 마운드에 올려야 했다. 그렇게 쌓인 피로가 지난주부터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SSG와의 3경기에서 불펜진이 힘이 떨어지는 모색이 역력했다.

이 시점에 롯데는 중위권에 있는 키움과의 대결을 하게 됐다. 꼭 잡아야 할 상대지만 팀의 장점이 불펜진이 지친 상황에서 힘든 경기를 해야 했다. 그 키움과의 2연전 첫 경기에 나선 이인복의 6이닝 투구는 가뭄 속에 단비와 같았다. 이인복이 6이닝 투구를 하고 타선이 폭발하면서 롯데는 모처럼 필승 불펜진에 휴식을 주며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인복 역시 팀 승리로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2014 시즌 프로에 데뷔 한 이후 8년 만의 선발승이었다. 지난 시즌 불펜 투수로 프로 데뷔 첫 승을 기록했던 이인복은 올 시즌 그의 선수 이력에 큰 의미가 있는 소중한 승리 기록을 남겼다. 이전 몇 번의 등판에서 이인복은 잘 던지고도 승리를 하지 못하는 불운이 있었다. 아직 선발 투수로 완벽히 자리 잡지 못한 탓에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기 직전에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인복은 선발 등판에서 좋은 내용의 투구를 하며 신뢰를 쌓았다. 애초 그는 매주 더블헤더가 이어지는 일정에서 선발 로테이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투구로 2군에서 콜업됐지만, 선발 투수로서 능력을 발휘하며 로테이션에 남았다.

이인복은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상대하는 유형은 아니지만, 공끝의 변화를 주는 투심 계열의 공을 던질 수 있다. 그의 투구는 대부분 이 공이다. 공끝이 휘고 떨어지는 공은 땅볼 유도에 적합하고 체력 안배를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우완 투수지만 변화가 심한 구질은 좌타자 승부에서 경쟁력이 있다. 그동안 이인복은 프로 데뷔 후 선발 투수보다는 불펜 투수로 활약했지만,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이인복은 분명 까다로운 구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1이닝 투구에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불펜 투수로서는 맞지 않았다. 실패의 경험이 쌓이면서 그 역시 위축되는 모습도 있었다. 그 결과 이인복은 1군과 2군을 오가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꾸준히 기량을 발전시킨 이인복은 지난 시즌 불펜 투수로 1군 멤버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올 시즌 그 입지가 다시 흔들렸다. 지난 시즌보다 불펜 투수로 강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추격조 불펜 자리에서도 밀려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이런 이인복에서 구단은 2군에서 손발 투수로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선발 투수로서 퓨처스 리그 마운드에 섰다. 준비 과정을 거쳐 이인복은 더블헤더 경기가 계속되는 일정 속에 부족했던 선발 투수 마운드의 빈자리를 채웠다. 대체 선발 투수의 의미가 강했지만, 이인복은 기대 이상의 투구 내용으로 존재감을 보였다. 그가 선발 등판하는 경기마다 팀이 승리하면서 기분 좋은 징크스를 만들어갔다.

마침내 9월 25일 키움전에서 이인복은 선발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6실점을 하면서도 실망하지 않고 마운드를 지켜 가능한 일이었다. 6실점 하긴 했지만, 그의 실점은 아쉬운 내야 수비와 빗맞는 안타가 실점이 큰 원인이 됐고 5회 말 박병호에 허용한 3점 홈런은 내야의 실책성 수비로 위기가 시작됐다. 박병호의 타격이 뛰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기 새로운 승리 요정으로 떠오른 그의 등판은 타선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롯데는 SSG와의 3경기 1무 2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크게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다시 한번 힘을 냈다. 그 경기에서 이인복의 투구는 내용을 떠나 의미가 있었다.

선발 투수 이인복이 계속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8년 만의 선발승을 기록하며 새로운 선발 투수 후보군에 포함된 최영환이 다시 1군 복귀를 준비 중이고 베테랑 노경은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부상 재활을 마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승헌도 계속 중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이인복은 롯데 선발 투수 중 믿을 수 있는 투구를 하고 있다. 4, 5 선발 투수인 서준원, 이승헌보다 확실히 비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인복은 이들처럼 볼넷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투구를 하지 않고 있다. 높은 피안타율이 다소 아쉽지만, 공격적인 투구로 볼넷을 억제하고 있고 많은 범타를 유도하고 있다. 롯데 내야진의 좁은 수비폭과 연계 플레이 능력이 그의 투구를 더 돋보이게 하지 못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2021 시즌 이인복은 선발 투수로 불펜 투수 때 보다 더 나은 투구를 하고 있고 꾸준함을 유지 중이다. 강력한 불펜진을 갖춘 롯데에 필요한 선발 투수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투구라면 올 시즌 계속 선발 투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인복으로서는 이 기회에 선발 투수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 8년 만에 찾아온 기회인 만큼 그는 절실하다. 이제 그의 나이는 30살을 넘어선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11.5군의 처지를 극복해야 하는 나이다.

지금까지 선발 투수 이인복은 성공적이었다. 남은 롯데의 후반기 레이스에서 선발 투수 이인복이 어떤 투구를 할지는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도 중요한 요소가 됐다. 8년의 세월을 견뎌낸 당당한 1군 선발 투수 이인복의 투구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출사를 즐기며 프로야구 롯데를 응원하는 소시민
※필자와의 협의하에 본명 대신 아이디로 필명을 대신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동시연재중입니다. (https://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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