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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프로야구] 시간 거꾸로 달리는 두 베테랑 이대호, 박병호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2.05.26 23:20 의견 0

2022 프로야구 타격 부분에서 두 베테랑의 활약이 눈부시다. 롯데의 이대호와 KT 박병호가 그들이다. 두 선수는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를 날리고 타격 부분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이제 팀 내 역할 비중이 더 줄어야 할 상황이지만, 오히려 팀 타선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투고 타저의 분위기지만, 그 흐름을 역행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대호의 2022 시즌은 특별하다. 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롯데는 물론이고 리그를 대표했던 이대호의 은퇴 시즌이다. 이에 KBO는 그의 은퇴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시즌이지만, 이대호의 방망이는 매우 뜨겁다. 투고 타저 분위기에 홈구장마저 투수 친화적인 환경으로 변했지만, 큰 문제가 안되고 있다.

5월 25일 현재 이대호는 타율 부분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 삼성 외국이 타자 피렐라가 4할에 가까운 타율을 유지하며 엄청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격차가 있지만, 0.366의 고타율이다. 다른 타격 지표도 뛰어나다 안타 수는 60개로 2위, 장타율도 5할을 넘겼고 리그 상위권인 6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출루율도 4할이 넘는다. 롯데는 물론이고 어느 팀 중심 타자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이대호는 시즌 초반 6번 또는 3번 타순에 자리했지만, 최근에는 4번과 5번 타순에서 타선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명타자로 주로 나서지만, 1루수도 가끔 나서며 주력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1982년생 우리 나이로 40살을 넘긴 선수라 할 수 없는 활약이다. 이에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이대호의 은퇴를 막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그의 성적은 은퇴 시즌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이대호

이대호는 2018 시즌 37홈런 125타점을 기록한 이후 분명한 내림세를 보였다. 한국과 일본, 미국을 거치며 활약했던 그였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후 이대호는 홈런 수가 크게 줄어들고 타율도 3할을 넘지 못했다. 20홈런 이상 80타점 이상의 기록을 유지하긴 했지만, 이대호라는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의 소속팀 롯데의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면서 최고액 연봉 선수인 이대호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게 그 존재감이 점점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이대호는 현역으로 마지막 시즌에 나섰다. 이대호는 시즌을 잘 준비했다. 몸 쪽 공에 대한 대응력이 이전 시즌보다 나아졌고 그 공을 장타로 연결하는 빈도가 늘었다. 이대호 공략의 매뉴얼이 효과를 잃으면서 상대팀의 이대호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졌다. 이대호는 장타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콘택트에 주력하는 타격하고 있다. 팀 컬러가 스몰볼로 전환된 탓도 있지만, 이대호 대신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타자가 늘면서 장타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이는 고타율과 함께 장타력까지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최근 수년간 가장 뛰어난 성적도 기대된다. 이대호가 원한 최고의 순간 은퇴하는 그림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대호와 함께 리그를 대표했던 거포 박병호의 반등도 주목할 만하다. 키움의 4번 타자에서 KT의 4번 타자로 변신한 박병호는 5월 25일 현재 16개의 홈런으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시즌 40개 이상의 홈런도 가능하다. 에이징 커브 논란 속에 홈런과 장타 급감, 극심한 콘택트 능력 저하를 보였던 타자라고 보기 힘든 박병호의 올 시즌이다.

박병호는 지난겨울 자신에 대한 달라진 평가를 실감했다. 수년간 지속된 내림세에 박병호는 FA 시장에서 평가 절하되고 말았다. 여전히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 생산이 가능한 그였지만, 크게 늘어난 삼진과 함께 콘택트 능력에 대한 의문과 잦은 부상 등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하는 계약을 이끌어낼 수 없었다. 심지어 원 소속팀 키움마저 박병호와의 FA 계약에 대해 미온적이었다. 결국, 박병호는 그를 원했던 KT 행을 택했다. 키움은 팀의 상징과도 같은 박병호에게 이렇다 할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박병호의 KT행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박병호의 KT행을 두고 이런저런 평가가 있었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이제 30대 후반의 나이로 접어든 상황에서 박병호가 반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박병호는 스프링캠프 기간 변화를 택했다. 빠른 공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타격 폼을 수정했다.

효과가 있었다. 박병호는 몸 쪽 공에 대한 대응이 한층 수월해졌고 자신의 공을 때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여전히 삼진이 많고 타율은 2할대에 머물러 있지만, 6할대 장타율이 말해주듯 맞으면 큰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KT는 애초 박병호에게 높은 타율과 출루율을 원한 건 아니었다. KT는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과 그에 비례하는 타점 생산력을 원했다.

박병호

실제 박병호는 홈런과 함께 타점 부분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는 KT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더 긍정적인 건 박병호가 나 홀로 분전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KT는 현재 중심 타선을 구성해야 할 강백호, 외국인 타자 라모스가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하고 있다. 이는 KT 타선의 약화를 가져왔고 박병호는 상당한 견제를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도 박병호는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할 수 있는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최고령 홈런왕도 가능하다. 홈런왕은 MVP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런 박병호에 대한 KT는 최고의 FA 영입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그를 떠나보면 키움은 깊은 후회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올 시즌 이름값을 믿고 영입했던 외국인 타자 푸이그가 깊은 타격 부진에 빠지면서 박병호 부재의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 키움은 이정후가 홀로 타선은 이끌고 있다. 한때 리그 최강의 타선이었던 키움이었지만, 이제는 리그 최약체 타선이다. 반대로 KT는 타선 약화에도 박병호가 분전하면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다. 단단한 마운드와 함께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는 시점에 반등할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이는 박병호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대호와 박병호는 지금까지 활약만으로도 충분히 레전드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올 시즌 이들은 그들이 결코 과거의 선수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그들은 리그 타격 부분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리그 환경 변화에 그들은 빠르게 적응했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수년간 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이대호와 박병호는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고 해도 될 정도다. 베테랑들 대한 평가에 점점 인색해지는 리그 환경에서 이대호, 박병호는 베테랑의 힘과 가치를 실력으로 입증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들 스스로 빛나는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두 선수의 활약은 리그를 보는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요소다. 나은 시즌 두 베테랑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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