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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 In 호주(1)] 내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간 이유

칼럼리스트 레이첼 승인 2019.01.10 17:25 의견 0

20대 초반 내가 가장 부러워했던 사람은 부자도 예쁜 사람도 아니었다. 바로 꿈 있는 사람이었다. 가슴 속에 뜨거운 꿈을 품고 이를 원동력 삼아 뛰고 달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사실 젊은이들에게 꿈을 꾸라고 강요하는 사회에게 완전히 속은 거였지만.

대학교에 입학하니 앞으로 뭘 벌어먹고 살아야하나 걱정이 앞섰다. 이왕이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지 생각만 하며 허송세월했다. 마음과 몸이 완전히 따로 노니 거기에서 오는 괴리감으로 인해 죄책감에 사무쳤고 그것은 점차 나 자신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변해갔다.

한 번도 해외에 나가 본 적 없는 내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나 스스로가 너무 미워 고생을 작살나게 시키고 싶었다. 물론 해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그래, 해외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자. 호주가 비자 받기 쉽다고 그래, 그럼 호주로 가자.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겠다고 마음먹었던 나는 그저 주위 사람들에게 가고 싶다고 말만 하고 다닐 뿐이었다. 다이어트 한다면서 매번 실패하던 모습의 내가 또 다른 모습으로 밉상 짓을 한 것이다.

나는 늘 내 청춘에게 미안해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요행을 좋아해 《꿈꾸는 다락방》, 《시크릿》과 같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상상만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리라는 착각과 자기위로를 하면서.

역시나 반전은 없었고 그대로 졸업을 했다. 꿈이 밥 먹여주나 취업이나 하자, 현실과의 타협은 참 쉬웠다. 내 청춘 미안. 짧은 사과 한마디로 그동안 괴로워했던 나를 못 본 채 하는 것 또한 쉬웠다. ‘이대로는 억울해. 네가 뭘 해봤다고 벌써 타협해’ 라고 구시렁대는 마음의 소리는 거슬렸지만.

취업 준비를 위해 공부하는 시간이 지겨워지니 내 안의 소리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하고 싶은 걸 해. 너 되게 찾고 싶어 했잖아.’

이런 내 속마음을 함께 취업 준비하는 친구에게 슬쩍 비추니 말리기는커녕 거들었다.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아니 이 친구야 없는 걸 어떡하나.

일단 하고 싶은 걸 100개를 적어보란다. 100개씩이나 쥐어짜려니 예전에 막연하게 원했던 호주 워킹홀리데이가 튀어나왔다. 마음 저편에 숨어있던 것이 다시 나타나니 열망도 더 강해져있었다. 그래, 가자.

막연했던 목표가 뚜렷해지니 정신 또한 뚜렷해졌다.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취업준비가 즐거워졌다.

1년 벌고 그 돈으로 가자. 많은 경험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으니 너 어디 한 번 실컷 해봐라. 더 늙기 전에 고생도 실컷 해봐라. 못생긴 고집이 살살 약을 올리니 투지에 불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무난하게 취업이 됐고 이를 알리기 위해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통화를 마무리 할 때 쯤 1년 후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 갈 거라는 얘기를 했는데 우리 어머니께서 깜짝 놀라셨나보다. 그동안 가겠다고 할 때마다 저러다 말겠거니 했는데 죽지도 않고 다시 온 각설이마냥 또 그 소리니 가슴이 철렁하셨던 모양이다.

몇 주 후 만난 어머니는 비장하게 한마디 하셨다.
“엄마가 지원해줄게 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갔다 와서 자리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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