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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_시대] 국회가 필요할까? (상편)

조인 작가 승인 2020.03.21 11:40 | 최종 수정 2020.03.27 16:02 의견 0
(사진: 윤준식 기자)

국가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대의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대통령 중심제’, ‘의원 내각제’로 이뤄져 있다. 정치학에서는 이를 ‘비교정치’ 영역에서 다루고, 각 국가의 ‘권력 구조’를 비교할 때는 대통령 중심제와 의원 내각제로 살펴 본다.

우리나라도 제2공화국 시절에 잠시 의원 내각제를 경험했다. 대통령은 상징적인 수장으로, 총리가 실질적인 행정부의 수반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이후 쿠데타로 인해 의원 내각제가 빨리 종식돼, 그 성과는 지금으로선 판단할 수 없게 됐다.

의원 내각제가 다시 정치권에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가 힘을 모으기로 하면서다. 김종필 후보가 김대중 후보에게 의원 내각제를 언급하면서 잠시 부상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은 여전히 대통령 중심제이며, 바뀔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대통령 권력의 약화, 의회 권력의 강화?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는 국회가 대통령을 불신임할 수 없으나 탄핵할 수 있다. 그 결과 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1호가 됐다. 과거와 비교할 때 대통령의 권력이 약화 된 것은 분명하다. 무소불위(無所不爲)한 권력을 휘두르며 남용했던 시절에서 이제는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은 국회의 탄핵에도 물러나야 하니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정상적으로 비대했던 대통령과 다소 약세였던 의회 권력이 균형을 이룬 것처럼 보이 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회는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해도 여론이 나쁘지 않으면 아무 소리하지 않는다. 실제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의결 때도 다수당이었던 야당과 일부 여당의 의원들이 매몰차게 몰아붙였으나 여론이 동조하지 않자 탄핵에 실패했고, 이후 선거에서 탄핵 역풍을 맞고 다수당을 여당에게 내어 줬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처음에는 미적거리는 여당이었으나, 여론이 심상치 않자 대거 탄핵에 동조했고 결국 임기도 채우지 못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는 데 힘을 보탰다. 다시 말해서 국회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는 대통령 눈치를 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여론의 눈치를 본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연임 제한 조항이 없다. 본인을 계속 뽑아주는 유권자가 있으면, 죽을 때까지 연임할 수 있는 게 국회의원이다. 물론, 현재 정당정치에서 정당의 공천이 중요한 요소긴 하지만, 본인의 정치적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당선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회의원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 탄핵은 국회 권력 강화가 아니라, ‘국민의 직접 민의’가 ‘눈치 보는 대의 민주주의 도구 국회’에 반영된 것이다. 권력의 균형이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과 국회 권력의 상실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코로나19 시대’ - 4·15 총선은 왜 그대로 인가?

‘코로나19 시대’에도 총선이 진행되고 있다. 유세가 곧 시작될 것이다. 아마도 마스크 유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피해야 하니 집회형 유세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혹, 그런 후보자가 있더라도, 즉각 공격받을 것이다.

모든 게 미뤄지고,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그런데 선거를 미룬다는 보도는 없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그들만의 리그’를 운용하기 위함이다. 말로는 민생을 위한 법을 만들고, 코로나19와 관련한 대책을 만든다고 선전하겠지만 결론적으로 제대로 된 법과 정치적 행태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쯤에서 국회 공백 기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코로나19 시대’ 종식까지 기존 국회의원들이 무급으로 활동하되, 국회에서만 활동하는 것이다. 그 결과 지역구 국회의원 부재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면 지역구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뽑지 않는 것이다. 굳이 있으나 마나 한 눈치 보는 대의 민주주의 도구를 뽑는데, 엄청난 세금을 낭비하면서 선출할 이유가 있을까?

‘코로나19 시대’ 동안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 얼마나 기여 했는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장이 나서서 긴급한 상황을 해결하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거구와 선거 방법 등을 두고 다투고 있는 게 국회의원들이다. 정신이 온전한 대표자들이라면, 선거에 목매기보다는 국민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서 애써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

이 말은 국회의원은 없어도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할 수 있으며,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할 일이 없다는 말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역할이 별로 없다면, 평소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해산’이 아니라 ‘해체’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국회해산 사례는 있으나 해체는 없다. 해산은 흩어 놓고 다시 정비한다는 의미고, 해체는 아예 있던 것을 없앤다는 의미다. 해체의 경우, 혹 다른 의미의 조직을 만들 수는 있겠다.

필자의 ‘국회 해체’는 파격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가 명확한 현대 정치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성격의 국회는 ‘해체’돼야 한다. 국회라는 명칭을 유지하더라도 그 운용 방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다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실행하면 된다. 2019년 세계 민주주의 지수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21위다.(*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서유닛(EIU) 참고) 이 순위를 분석하면, 아시아에서는 최상위 수준이며(1위), 미국이나 여타 유럽의 대통령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국가와 비교했을 때 형식적인 민주주의 수준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미국 25위, 프랑스 29위). 특히, 인구 5천만 명 수준의 국가들로 좁히면 순위는 더 올라간다(10위 안에 들어간다).

세계 최초로 ‘국회 해체’ 국가라는 타이틀을 달아도 이상할 거 없다는 말이다. 물론, 현재의 기성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해체를 논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 또한 ‘복지부동(伏地不動)’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이 해체의 촛불을 켜고 나오면, 젖먹던 힘까지 쓰면서 저지하려 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 나라의 모든 국회의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사상 최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촛불의 힘은 스스로 녹여서 내는 간절한 바람이기에 대통령도 견디지 못했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국회는 대통령의 권력보다 약하다. 반은 대통령의 시녀였고, 반은 반대를 위한 반대 이외에 어떤 대안이 있었는가? 다시 한번 촛불이 불을 밝히면, 더 쉽게 타 버릴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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