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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_시대] 국회가 필요할까? (하편)

조인 작가 승인 2020.03.28 10:00 의견 0

◇선거의 변화 ‘과유불급’ 아닐까?

선거는 대표를 뽑는 방법이다. 유권자는 정기적으로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 투표한다. 대선과 지방선거는 어렵지 않다. 쉽게 말해서 지지하는 후보 이름을 보고 투표용지에 도장 찍으면 된다. 그러면, 전체 유권자 수와 상관없이 투표자 기준으로 다수 득표자가 선출된다. 쉽게 말해서 표 많이 받은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는 조금 복잡하다. 문민정부 이후 국회의원 선거는 크게 지역구와 비례제로 나눌 수 있다. 처음에는 지역구 선거는 후보자들의 경합을 통해 유권자의 투표로 결정하고, 비례는 지역구 당선 의원 수에 비례했다. 유권자의 사표를 막자는 의미에서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동시에 투표해서 정당 투표율에 따라서 비례의석을 배분했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다. 투표소에 가서 도장 한 번 더 찍으면 되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선거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 등에서 실행하고 있는데, 취지는 소수정당도 의석을 차지하게 해서 유권자의 사표를 막고 정치의 다양성을 실행하자는 의도다. 기존 다수 정당에는 불리하고 소수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이 취지를 살리고자 실행하는 것인데, 갑론을박하며 여당을 중심으로 제도를 개정하다 보니, 오히려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된 듯하다.

◇국민을 기만하는 선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설명하는 글이 상당하다.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423,000개가 나온다.(이미지, 동영상 포함) 글뿐만 아니라 설명 동영상도 등장했다. 대체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선거 결과가 복잡해 이를 예측해 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할 정도니 말다한 셈이다. 공중파 방송에서도 수시로 보도하고 있지만, 자세히 설명해주는 방송은 거의 없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서 국민이 듣는 내용은 ‘위성 정당’, ‘꼼수’, ‘상도덕’ 등이다.

물론, 투표 방법은 간단하다. 지역구 후보를 찍고, 나열된 정당 중 하나를 선택해서 투표하면 된다. 그러면, 내 의견이 반영돼(?) 좀 더 색다른 정당의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도 있다. 이게 이번 선거의 목적이다. (정당이 우후죽순 신설돼 투표용지만 75㎝나 된다고 한다.)

기존의 사실상 양당제를 복수 정당제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고 유권자의 사표를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게 겉으로 보이는 목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을 듯하다. ‘위성 정당’이 생겨서 복수 정당 체제로 보이게 할 뿐이다. 사실은 양당체제와 다를 바 없다. 자원을 낭비해서 선거의 발전은커녕 오히려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결과물을 양산할 듯하다.

◇왜 선거제도를 개정하는가?

첫째,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다. 이 말은 국회의원이라는 대표 선출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말이다. 충분히 직접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왜 대표를 선출하는가? 자문위원이나 기술고문 등이 존재하면 되는 것이지, 국회의원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선거를 계속 개정하는 건 결국 현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국회 스스로의 인정일 뿐이다.

둘째, 국회의원들이 느끼는 두려움이다. 국회의원들은 대의 민주주의를 바꾸려는 국민의 뜻이 촛불 등으로 표출되는 걸 두려워한다. 우리 국민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제1공화국), 유린당한 국민의 권리를 되찾아왔으며(9차 개헌), 비선 실세가 판치는 최고 권력을 무너뜨렸다.(전 박근혜 정권) 이러한 불길이 국회로 향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그러니 알아서 개정하고 진화(進化)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러나 취사성반(炊沙成飯)일 뿐이다.

셋째,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편법이다. 유권자의 사표를 막고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으로 선거 안은 계속 개정됐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정의당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양당체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평소에는 화합을 강조하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최대한 지역감정 등을 조성해서 텃밭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런 대표자들의 표리부동(表裏不同)함은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이 모든 게 기득권, 이미 얻은 권력을 잃기 싫어서 발버둥 치는 것이다.

◇‘오컴의 면도날’

진리는 단순하다.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의문이 많아지고, 그 질문에 답하다 보면 결국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선거의 목적은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표는 유권자를 대신해서 권한을 행사한다. 당연히 유권자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대표자가 일을 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대표를 계속 선출해야 한다. 오컴의 면도날을 적용해 보면, 대표를 선출하는 게 효율적이면 계속 선출하면 된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복잡하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다양성, 개방성, 디지털 문화, 세계화, 4차 산업혁명 등의 문제는 대표 혼자 다룰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아무리 SNS로 활발히 활동한다고 해도 유권자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오직 측근들의 정보가 전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게 단순한 방법이지만, 실제로는 오류다.

이제 복잡한 국회를 해체하는 게 더 간단해 보인다. 경제적으로 예산을 아끼는 방법이고, 쓸데없이 국회의사당에 모여 싸우는 시간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아울러 인재를 지역으로 흩어 지방분권 시대를 준비할 수도 있다.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예를 들어보자. 대구에 유일한 여당 국회의원이 있다. 그가 지역구를 위해서 뭘 했을까?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재선은 힘들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나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원 혼자서 지역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구 시장도, 다른 의원도, 지방 의회도 거의 모두 다른 당이다 보니, 고군분투해도 실현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이런 일은 광역시 차원이 아니라, 구 단위로 좁혀도 똑같다. 구청장과 다른 정당의 국회의원은 행정력이 없기에 공약을 지키기 어렵다. 최근 보도를 보면, 현 국회의 공약 실천이 46% 수준이라고 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선출하는 국회의원인데, 공약 실천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면 봉급을 환수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선거가 점점 복잡해지고, 국회의원의 역할이 줄어드는데 왜 계속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하는가? 합리적으로 사고한다면, ‘코로나 19시대’ 무력한 국회를 오컴의 면도날로 잘라내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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