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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리제너레이션(7)] 대학로 공연문화 활성화 방안

문화적 도시재생 1번지-대학로 ⑦편

김동복 기자 승인 2020.05.07 13:24 | 최종 수정 2020.05.21 21:03 의견 0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사진출처: 비로컬)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선포된 후 15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장점이라면 공연장을 찾는 관객과 유동인구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대학로 지역의 상업화가 가속화되어 공연장 임대료의 상승이라는 문제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공연장 운영 주체의 영세성과 열악한 공연장 환경을 야기했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공연시장의 문제와 맞물리며 대학로 지역의 민간 공연장 운영 여건이 점점 더 어려워졌으며, 관람환경과 안전에 대한 관객의 불만과 우려가 오랫동안 개선되지 못하는 실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극단 체제가 붕괴되고, 소극장이 연쇄 몰락하고 있으며, 급기야 연극인 사이에 '탈 대학로'를 모색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연쇄적인 문제가 의미하는 것은 연극인을 위한 창작 환경은 문화지구 지정 이전보다 더 후퇴했으며, ‘연극의 거리’라는 도시 환경조성도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대학로 민간 소극장의 몰락

대학로를 대학로답게 만든 것은 수많은 민간 소극장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로가 '문화지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열악한 환경을 딛고 꾸준히 활동해온 민간 소극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간 소극장을 꾸준히 지켜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상업화에 물들어가는 대학로 경향에 편승하지 않고 대체로 비 상업성을 추구하며 연극 정신을 지켜나간 순수 연극인의 노력에서 기인했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 정부는 건물주에게 조세 감면 지원책은 펼쳤지만, 이는 소극장을 운영하는 연극인에게 임대료 인하라는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건물주들은 조세감면 혜택은 혜택대로 받으면서 임대료는 올려 받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

시간이 흐르며 소극장들이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소극장을 운영하는 연극인들은 어쩔 수 없이 극단들을 대상으로 대관료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 급기야 영세한 소극장은 대관공실이 점점 늘어감에 따라 임대료 대비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학로의 주변부로 점점 쫓겨나는 신세에 처한 것이다. 소극장이 떠나간 곳은 또 다른 상업공간이 조성되는 등 점차 연극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었다.

54석의 대학로 홍사 소극장 (사진출처: 비로컬)

이는 대학로 문제의 현안이 민간 소극장의 임대료 상승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로의 대표적 콘텐츠인 연극들도 상업성을 우선시되고 있다. 관객이 많이 드는 코미디 중심의 웰메이드 연극이 주류를 이루는 등 상업극이 범람하며 작품의 획일화가 가중되고 있다.

장기 공연을 목표로 기획되는 연극 공연에 상업성을 고려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예술 공연의 본질을 넘어서는 오락물 위주의 작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은 콘텐츠의 다양성이 사라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대학로의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연극인, 민간극단, 소극장의 위치는 매우 불안하고 위태로운 상태다. 한 예로 실력있는 연극인들이 공공극장 및 중대형 극장에 편중되는 현상으로 기존 극단 시스템보다는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선발하여 단기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 추진하는 형식 등 새로운 창작여건을 추구하는 경향이 우세해지면서 기존 극단 중심의 운영체계가 붕괴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연습실은 대학로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고, 최근에도 계속해서 오래된 전통으로 인지도가 높은 소극장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대안은 없나?

대학로 공연장을 대상으로 한 기존 정책들은 공연장 환경개선과 함께 예술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했던 것이다. 공공재원으로 대학로에 대관용 공연장을 확보하는 것은 이미 10여 년 동안 실행해온 정책이지만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는 이유다.

연극과 연극인에 대한 지원은 작품제작 지원부터 매칭 펀드제공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연극인들은 전반적으로 예술환경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에 재정지원하는 규모를 조금 더 늘리는 단순한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그 동안의 수차례 경험해 왔다.

결국, 연극이나 연극인을 둘러싼 사회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를 적절히 자극하고 창작과 유통, 향유에 이르는 순환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가적,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과 지원이 없이는 연극과 공연 콘텐츠의 성장은 쉽지 않으며, 발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문화 환경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정책 지원은 필수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극단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상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롭게 리뉴얼된 대학로 '문화게시판' (사진출처: 비로컬)

▲위 기사는 로컬트렌드 미디어 <비로컬>과 인터넷신문 <시사N라이프>가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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