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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기쁘지만 무서운’ 긴급사태 선언 해제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승인 2020.05.18 15:44 | 최종 수정 2020.10.01 02:43 의견 0
https://www.youtube.com/watch?v=ZAoib_dfjeg

지난 4월 16일 일본 정부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을 대상으로 발령한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 5월 14일 아베 총리는 ①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지역(사이타마, 가나가와, 치바 포함)과, ②오사카 등 간사이 지역(교토, 효고 포함), ③2파 감염이 진행중인 홋카이도 등을 제외한 39개 현을 해제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번 긴급사태 해제기준이 ①감염상황, ②의료제공체제, ③감시체제 등 3가지 요건을 감안한 종합적인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1주간 인구 10만 명당 신규감염자 수가 0.5명 미만’의 감염상황을 해제기준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인구 1,400만여명인 도쿄도는 4월 13일까지 1주일간 신규 감염자가 173명(기준은 1주일간 70명 이하)으로 해제조건에는 미달된다.

◇갑자기 해제한 일본정부 속내

하지만 지난 4월 7일 도쿄도 등 7개 지자체에 이어 4월 16일 전국으로 확대한 긴급사태선언을 한 아베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기간은 5월 말까지였다. 그런데도 일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일 큰 도시인 동경과 2번째로 큰 오사카가 빠진 ‘앙코 없는 찐빵’처럼 일부만 해제한 것은 역시 경제악화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5월 5일 요미우리 신문은 민간 경제연구소의 분석을 인용하여 “이번 긴급사태 선언을 5월 말까지 연장함으로써 물가변동을 제외한 실질 GDP가 23.1조엔 감소할 것”이라고 시산했는데, 도쿄도를 포함한 최초 긴급사태 선언을 한 4월 7일부터 5월 6일까지 1개월간 21.9조엔 감소분까지 포함하면 총감소액은 45조 엔에 이르고 이는 연간 실질 GDP의 8.4%에 달하는 규모다. 이를 입증하듯 4월 기업 도산 건수(부채액 1천만엔 이상)도 전년 동월 대비 15.2% 증가한 743건(교도, 5.13)이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인건비, 월세 등 고정비 지출로 인한 경영 존속 위협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긴급사태 해제기준을 두고 코로나19 전문가회의에 참가한 전문가들과 정부측과의 최종 줄다리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10만 명당 신규감염자 수가 0.2인 미만’을 주장한 반면, 정부측은 ‘2명 미만’으로 완화하자는 주장(마이니치, 5월 15일자)이었고, 조기 해제를 원했던 정부측과 방역측면을 중요시한 전문가들과 고민 사이에서 지난 3월의 도쿄도 상황을 반영한 ‘0.5명 미만’으로 최종 결정되었다는 후문도 있다.

◇‘기쁘지만 무서운 것’이 본심

전 야구선수 ‘나가시마 가즈시게’는 아침 방송(하토리 신이치 모닝쇼, TV아사히, 5월 15일)에서 “기쁘지만 무섭다(嬉しいけど怖い)는 것이 (일본인들의) 본심”이라고 언급하였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기에 긴급사태 선언을 해제하였지만, 한국과 독일의 사례를 보면서 혹시 자신들에게 다가올 코로나19의 제 2파 위험이 무섭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베총리는 홋카이도 2차 유행과 한국의 집단감염을 사례로 들면서 ①현 단위의 이동은 이달 말까지 자제하는 등 단계적으로 대인접촉을 늘리고, ②‘재택근무’, ‘시차출근’ 등 긍정적 변화는 앞으로도 가능한 계속되어야 하며, ③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그리고 ‘3밀’(밀집, 밀폐, 밀접한 상황)을 피하면서 마스크 착용 등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새로운 생활양식’ 즉, 모든 일상생활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 주길 국민에게 당부했다.

아베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G7 국가 가운데 인구비율당 감염자 수 및 사망자 수가 가장 적은 국가”라고 강조했지만, 20대 젊은 스모선수가 고열과 피를 토하고 있음에도 PCR 검사와 입원이 늦어지면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발생하였다. 게다가 지금 현재도 무증상 환자에 의한 ‘병원내 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최근(5.14일)에도 ‘에히메’, ‘요코하마’ 등에서 병원내 집단감염이 발생하였다.

◇중앙정부의 뒷북조치와 발 빠른 지자체간의 갈등

이처럼 아베총리의 긴급사태선언 해제와 관련하여 일본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중앙정부와 지자체와의 갈등이 눈에 띈다. 왜냐면 도쿄도와 오사카 등 대도시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반면, 최근 일주일 동안 감염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지자체도 25개 현에 달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영향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긴급사태선언으로 인한 부수적인 경제피해까지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항상 뒷북친다는 비난 속에서 오사카는 중앙정부보다 한발 앞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정부가 명확한 해제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마치 출구가 없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는 비난 속에서 오사카는 5월 5일 ①신규감염경로 불명자가 10명 미만, ②신규감염자에 대한 PCR 검사 양성률 7% 미만, ③ 중증병상 사용률 60% 미만 등의 3개 기준을 독자적으로 마련했고, 이러한 3개 기준에 의하면 오사카는 5.15일 이미 기준을 충족했다. 하지만 나중에 중앙정부에서 제시한 해제기준인 ‘최근 1주일간의 인구 10만 명 당 신규 감염자 수 0.5명 미만’이란 것을 오사카에 적용하면 64명이고, 현재 오사카는 44명(인구 880만명)이므로 국가 기준에는 미달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요시무라’ 오사카 지사는 지역마다 각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총리가 가진 긴급사태선언의 권한을 지사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아사히, 5.16일)하였으며,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듯 ‘요시무라’ 오사카 지사는 코로나19 관련 각 지차제 단체장들에 대한 비교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치인들은 국가의 위기 때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책임과 위험을 감수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코로나 19와 관련한 아베총리의 지지율 하락원인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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