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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 싱가포르와 대구(5)

대구의 플라뇌르 대프리카를 말하다(36)

조연호 작가 승인 2019.03.15 12:26 의견 0

풍부한 싱가포르, 부족한 대구

‘싱가포르에 길을 묻다’에서는 저자가 싱가포르에서 2주 동안 즐길 수 있는 계획을 세워달라는 부탁이 들어오면, 수 시간 내에 매 끼니마다 다르게 먹으면서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에서 1주일 계획을 세우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심각하게 고민한다고 한다(싱가포르의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 기준으로 1,600만 명이며, 가장 큰 이유로 안전성이다. 흡연자들의 흡연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금연 구역을 제외한 곳에는 재떨이가 놓여 있다.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

혹시, 대구에서 1주일 보낼 수 있는 계획을 세워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면, 고민 없이 계획을 즐겁게 짜 줄 수 있을까

대구는 10대 먹거리를 홍보하고 있다. 1주일에 21끼를 먹어야 하니, 대표적인 먹거리로는 3일을 버틸 수 있다. 외국인들은 매운 음식을 꺼려 할 테니, 대표 음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끼니는 더 줄어든다. 물론, 대구에는 더 많은 먹거리가 있다. 그런데, 먹거리를 찾고, 콘텐츠화 하고 홍보하는 데 노력하지 않고 있다.

먹거리 천국이라고 하는 싱가포르도 원래부터 많은 먹거리가 있지 않았다(실제로 한 세대 전만 해도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았던 상황이었다). 먹거리뿐만이 아니다. 관광자원도 싱가포르와 비교하기 힘들다. 고(故) 김광석 버스를 운행하기도 하고,, 골목길 탐방도 좋지만, 기획과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스토리텔링 등) 무작정 실행하면, 그 밑천이 금세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김광석을 떠올리면 대구가 떠오르는가 김광석이 살아 있었을 때 서울 내에 있는 대학교 주변에서 많은 공연을 했다. 대구 출신 가수를 기념하고 콘텐츠로 개발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거리를 운영하는 일은 다른 영역이다. 실제로 ‘김광석다시그리길’을 투어해 보면, 왠지 그리다 만 그림이 떠오른다. 그리고 최근에는 민관 마찰도 있었다고 한다.

근대문화골목투어 역시, 좋은 콘텐츠 일 수도 있지만, 대구의 핵심은 아니다. 실제로 골목길 투어를 했을 때 볼거리는 별로 없었다. 군산은 근대화 거리 일대를 무료 와이파이존으로 조성해서 편리성이라도 있었지만, 대구는 그렇지 않았다. 제대로 조성하려 한다면, 스토리를 더 만들고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스토리텔링이 어려운 상태에서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어떨까 ‘놀이하는 인간’에서는 19세기는 생산자의 시대, 20세기는 소비자의 시대, 21세기는 놀이하는 사람의 시대라고 예측하면서, 많은 문제들을 게이머들이 게임을 하듯 풀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수 민관의 두뇌가 모여서 일방적으로 방향을 제시하지 말고, 더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1년이 아니라 몇 개월마다 새로움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것이 건축일 수도 있고, 사업일 수도 있다. 대구는 어떠한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고(인재가 부족하다. 돈도 없다. 허 영심은 가득하다. 외제차가 인구 대비 가장 많다고 한다) 외부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도 못한다(폐쇄적이다). 자발적으로 새로운 시도도 하지 않는다(구태의연하다). 그리고 끼리끼리 모인다(카르텔을 형성했다).

‘제6의 물결’에서는 혁신은 어떤 일을 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정의하면서 그 조건을 아래와 같이 나열했다.

1. 새로운 ‘기술’의 발전

2. ‘시장’의 변화, 즉 새로운 기술, 기존의 기술에 대한 요구

3. 1과 2를 연결하고 결합되도록 하는 ‘제도’의 변화

기술은 이미 기하급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는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위에서 제시한 1, 2항목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도’를 준비하면 된다. 과연 대구는 싱가포르처럼 제도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같은 책에서는 혁신의 물결은 중요한 시장 기회에 의해서만 일어나지 않고 제도적 변화가 갖춰져야 한다고 첨언하면서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레미 리프킨 역시, ‘3차 산업혁명’에서 전 세계 각국 정부의 고질적인 문제는 주요이니셔티브를 관련 부처와 기관에 연결하지 못해 각국 정부는 사회의 전반적인 증진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고 있지 못하고, 거시적인 접근 방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역시 정부의 구태의연함이 새로운 시대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새로운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대부분의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다시 석권했다. 이제 대구는 28년 동안 정치적 부동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정치적 변화가 도시의 발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싱가포르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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