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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한일역사(16)]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 팩트는 아니다 (下)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승인 2019.05.26 10:52 의견 0

2012년에 임원빈 순천향대학교 이순신 연구소장도 “역사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소개된 23전 23승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순신이 참전한 대표적인 무승부 해전이 1594년 9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치러진 육·해군 합동작전인 거제도 장문포 전투이다.

도체찰사 겸 좌의정 윤두수는 9월 19일에 조선군 단독으로 거제도를 공략하겠다고 선조에게 보고하여 승인을 받았다. 9월 27일에 도원수 권율과 의병장 곽재우, 김덕령 등의 육군이 연합함대에 합류했고, 9월 29일에는 장문포의 왜군 진지를 공격하였다.

그런데 왜군은 진지만 지켰다. 10월 1일 새벽에 조선 수군은 거제도 장문포 앞바다에 머물다 영등포로 들어가 왜군에게 싸움을 걸었으나 왜군은 응전하지 않았다. 이후 10월 3일까지 왜군이 항전하지 않는 바람에 소강상태가 지속되었다.

10월 4일에는 이순신이 곽재우·김덕령 등과 함께 육지와 바다 양면에서 공격하였다. 곽재우·김덕령이 수백 명의 병력을 이끌고 산성에 주둔하고 있는 왜군을 공격하고, 수군은 선봉대를 장문포로 보내 들락날락하며 싸움을 걸었지만 왜군은 방어전만 펼쳤다. 저녁에도 수군 본대가 직접 나서서 왜군을 위협했으나, 왜군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 칠천량으로 물러났다.

결국 총 6일 동안 3회에 걸쳐 치른 수륙 합동전투는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이순신은 2척의 적선을 격침시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마디로 작전실패였다. 총괄 지휘를 한 윤두수는 책임을 지고 좌의정에서 물러났다.

이렇듯 이순신의 23전 23승은 사실(fact)이 아니라 창작이다. 엄연히 무승부가 있는데도 드라마를 제작한 공영방송 KBS는 이를 알았을까 아니면 재미에 치중하여 알고서도 이를 무시했을까

지나친 이순신 신화 만들기는 오히려 이순신에 대한 존경심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아울러 역사는 사실이다. 무릇 역사가라면 사실에 충실하여야 한다. 아울러 사실의 검증에도 치열해야 한다. 그게 역사가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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