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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대‘한심(寒心)’국] 29편: 총회장 기자회견

조인 작가 승인 2020.08.09 15:06 의견 0

“곧 총회장의 기자회견이 있겠습니다. 자리를 정돈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웅성거림이 정적을 깬다. 그러다가 가끔 이상하리만큼 동시에 소리가 멈춰서 정적이 발생하기도 한다. 불사(不死)를 주장하고, 스스로 신이라고 여기는 총회장 등장의 긴장감이 비 오는 날 차 안에 생기는 수증기처럼 회견장에 서린다. 

카메라를 들이대려고 준비하고 있는 기자들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밀치면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고령이라면서요?”
“네. 아흔에 가까운 나이라고 합니다.”

“신천지는 해체하라!”라는 외침이 가까이에서 들린다.

“자주 볼 수 없는 사람이니, 궁금하긴 합니다.”
“그렇죠. 그러니 이렇게 기자들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 거 아니겠습니까?”

다시 “신천지는 해체하라!”라는 맹렬한 구호가 동감할 수 없는 앙칼지고 갈라진 목소리로 울려 퍼진다.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신천지보다 더 소란스럽게 느껴진다.

“어디 교회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도 똑같다는 건 모르나 봐?” 
“알 턱이 있나? 아무튼, 비슷한 놈들끼리 싸울 때 더 치열하다니까.”
“하기야, 과거 역사를 봐요. 똑같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이슬람하고 기독교의 전쟁, 그리고 뭐가 다른지 알 길 없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종교전쟁. 다 저희끼리의 사투였잖아요?”
“그렇죠. 종교만 그런가요?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의 분쟁도 볼만했죠.”

매체 채널은 다르지만, 취재를 온 기자들은 기독교와 신천지를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다. 사실, 인터넷에 달리는 많은 댓글을 봐도 신천지와 개신교를 구분하는 네티즌은 기독교인들 정도지, 일반인들은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에서는 무지개색이 세 가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종교에 관심 없는 사람들의 종교적 프리즘으로도 파생한 신종교나 정통 기독교는 매한가지다.

문이 열리고, 아흔을 바라보는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건강해 보이는 총회장이 나타났다. 하지만 어느 구석을 봐도 범인과 다른 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 주변에는 측근으로 보이는 입 막은 자들이 여럿 섰는데, 그중에 몇은 경호를 위한 사람인 듯하고 오직 한 명만 총회장 옆에 바싹 붙어있다.

“먼저, 대단히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고압적인 자세로 나올 줄 알았던, 혹은 특이한 변명으로 일관할 거로 생각했던 총회장의 첫 발언은 사죄였다. 동시에 그가 올린 큰 절은 절 받은 취재진과 신천지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잠시 당황하게 했다. 
아울러 사이비 교주의 사악한 포스를 기대하면서 지켜본 일반인들도 그의 평범한 모습에 허탈해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사건에 우리 신천지 신도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 점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방역 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서 돕도록 하겠습니다.” 

주어진 글을 자신의 톤으로 변조해서 전달한다. 목소리는 크지 않고, 발음이 어눌해진 노인들이 고집부릴 때 나는 목소리가 스피커로 확성돼 전달되다 보니, 듣는 사람들이 그 목소리에 동조하기보다는 반감을 갖게 했다.

“아니, 수십 년간 일반인들을 현혹한 사람의 목소리가 저렇단 말이지?”
“그러게요. 발음도 부정확하고, 보고 읽는 것도 어눌하네요.”
“저런 사람을 신처럼 알고 신천지를 믿은 사람은 도대체?” 
“그래서 다른 대중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나 봅니다.”

신천지 총회장의 실제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든 말든, 총회장은 자신이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옆에 있는 비서를 쳐다본다.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미간이 찌그러진 채로 질문 시간을 갖겠다고 말한다.

“이제부터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총 기자회견 시간을 20분으로 예정했는데, 현재 10분 남았습니다.”

비서의 말에 많은 취재진은 어이없어하는 모습이었지만, 얼굴의 3분의 2를 마스크로 가렸음에도 단호한 표정이 마스크 위로 드러나는 듯했다. 기자들은 서둘러 질문을 해야 기삿거리라도 챙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질문의 포화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혹시, 회장님은 코로나 검사받으셨나요?”

당연한 질문이었다. 수천 명이 넘는 신도가 코로나에 전염됐으니, 총회장도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신천지 입장에서는 진퇴양란(進退兩難)의 상황을 가져왔다. 

일반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검사지만,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면 신이라 자처하고 포교 활동을 전개한 신천지 입장에서는 총회장이 신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꼴이었고, 그렇다고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검사받지 않았다라는 이유만으로도 새로운 비난의 칼 위에 올라서게 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총회장의 답을 기다리면서 그의 음성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의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새 나갔다. 

“예? 저는 코로나 검사가 뭔지도 몰라요. 안 받은 것 같은데...” 
“어제 받으신 검사 있잖아요? 그게 코로나 검사고, 음성으로 나왔어요.”

코로나가 뭔지도 모르는 총회장이 당황하고 있을 때, 옆에 있는 굳은 표정의 비서가 작은 목소리로 귓속말로 전해줬다. 물론, 심지가 굳은 비서는 조용하게 전달하려 했지만, 그 음성은 설치된 마이크를 타고 모든 청중에게 달려갔다.

“네, 음성 판정이라고 합니다.”

이미, 장내에 마이크를 통해 모두 전달된 내용을 총회장이 어리숙하게 다시 되풀이한다. 아마도 마이크로 전달됐음을 알지 못했거나, 청력이 좋지 않아서 들리지 않았나 보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총회장과 그 비서를 의아하게 번갈아 보면서 고개를 젓는다. 

“저 사람 뭐지? 코로나가 뭔지도 모른다고? 그러면서 지금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무표정한 비서는 다음 질문을 유도한다.

“다음 질문받겠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아챈 한 기자가 다음 질문을 한다.

“총회장께서는 계속 이곳에 계셨습니까?” 

질문은 간단했다. 그러나 답변은 쉽지 않았다. 계속 있었다고 한다면, 결국 코로나를 피해서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고, 혹 그렇지 않다면 현 시국에 자유롭게 활보한 것을 지적할 참이었다.

“뭐, 여기에 있다가 다른 곳에서도 지내기도 하고...” 
“여기에서 계속 계셨다고 말씀하세요.”

비서가 다시, 한 번 한발 늦었다. 조금 전처럼 비서의 말이 마이크를 타고 장내에 퍼진다. 작지만, 확고한 소리가 울렸다. 그 사실을 금세 알았는지, 비서의 미간이 다시 일그러졌다. 이미, 떠난 말이어서 어쩔 수 없음을 깨달았는지 총회장은 자신의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이곳에 주로 있었고, 다른 곳에도 잠시 있었습니다.”

이제 궁금증은 총회장한테 있는 게 아니었다. 총회장 옆에 있는 얼굴 가린 비서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도대체 저 총회장이라는 사람 뭐야? 그리고 저 옆에 있는 여자는?’
‘저 총회장이라는 사람 아는 게 도대체 뭐야?’
‘정말 웃기네.’
‘실세가 저 여자인가?’

모든 사람이 각기 자기만의 생각에 잠겨있을 때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의 기습처럼 

“이것으로 기자회견을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비서의 불시에 들어 온 공격, 종료 선언에 모두 당황하다가 불만을 표출한다. 

“뭡니까? 질문이 많아요!” 
“이거 뭐 하는 거야!”

기자들의 당황한 웅성거림에 이어서 

“신천지는 즉각 해체하라!”

라는 다른 종교단체의 거센 외침이 총회장과 비서한테 쏜 화살처럼 날아간다. 그러나 총회장과 비서는 뒤도 쳐다보지 않고, 그들의 성전인 평화의 궁전으로 달아나듯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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