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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빠! 그냥아빠?(26)] 자녀 교육과 학습에 대한 원칙이 필요할 때

조연호 작가 승인 2021.03.29 13:40 의견 0

◇ 교육과 학습에 대한 원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섯 살 된 자녀에게는 육아가 아닌, 훈육이나 양육이라는 언어가 더 적절합니다. 밥을 챙겨주면, 혼자서 먹을 수 있고, 먹고 입는 것에 관련해서도 선호도 생겨서 아빠가 크게 간섭할 게 없었습니다.

아이가 기본적인 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으니, 아빠는 당연히 아이의 발전을 위한 것들을 생각합니다. 그 발전의 방법은 책일 수도 있고, 사교육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원칙이 중요합니다. 괜히 주변의 의견과 다른 아이들의 활동을 무작정 따라 하다 보면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고 장단점도 놓칠 수 있습니다.

안아가 ‘영유’에 다닐 때였습니다. 대부분 학생은 적절한 수준으로 레벨이 올라가고, 영어 실력이 늘었지만, 유독 한 학생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알고 보니, 원인은 부모에게 있었습니다. 그저 ‘영유’에 보내면 알아서 영어를 잘할 거로 생각한 듯합니다.

많은 교육 비용이 들어가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대일 개인 교습이 아닌 이상 그럴 수 없습니다. 부모가 계속 동기 부여해주고 관심 가져주지 않으면, 비효율적인 교육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공부가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영유’에 보냈다면, 적어도 영어를 조금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거 아닐까요? 주변에서 좋다고 해서 그 자취를 따라 해도 부모가 교육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고 자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처음 생각한 목표 달성은 점점 멀어집니다. 흔히 말하는 ‘본전’ 뽑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녀가 일정 나이에 이르러 교육이나 학습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아이에게 적절한 원칙이 필요합니다. 아래는 제가 생각한 몇 가지 원칙을 정리한 것입니다.

첫째, 부모가 가르쳐 줄 수 있는 분야는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됐지만, 아직 학습 학원에는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집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학원은 보내지 않을 생각입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기본적인 단계부터 학원에 많이 의존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학원은 부모가 교육하기 힘들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가끔 어린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나서 카페에 앉아서 정보교환을 위한 목적으로 모인 부모(주로 엄마)들을 보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소통하는 정보는 ‘~하더라’입니다. 즉, 검증된 내용이 아니라 어떤 지역에서, 혹은 어떤 학원에서 ‘~하더라’라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전달하는 화자는 거의 한 명입니다.

예를 들어 다섯 명이 모였을 때 각자 다른 정보를 내놓는다면, 정보교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지 않고 한 두 명이 그 모임을 이끌어 가는 게 현실입니다. 차라리 그런 정보교류 시간에 아이를 학원에 두지 말고, 직접 가르쳐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둘째, 내 아이를 잘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첫 번째 원칙을 고수할 때 가능한 원칙입니다. 부모가 기본적으로 아이를 가르치지 않으면, 자녀를 제대로 파악하거나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혹자는 “내 자녀를 직접 가르치는 것은 너무 어려워!”라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역자교지(易子敎之)’라는 말 있습니다. 나의 자식과 남의 자식을 서로 바꾸어 가르친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자신의 자녀를 직접 교육하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대는 자녀를 서로 바꿔서 교육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학교가 공공의 대리 교육을 수행했지만, 현시점에서 그렇다고 인정하는 부모는 별로 없습니다. 공교육이 무너졌고, 사제관계도 과거와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원은 오로지 점수와 성적과 관련한 위탁 기관이니 교육과 거리가 멉니다.

결국, 어렵더라도 부모가 자녀를 교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직접 교육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내 아이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물론, 부모는 자녀에 대해서 잘 압니다. 적어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그럴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른 사람이 우리 아이한테 많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녀에 대해서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간단히 테스트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색깔, 음식, 놀이, 좋아하는 친구, 좋아하는 것, 장래 희망 등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지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미취학 시절에는 알았다고 하더라도 학교에 들어가면, 아이의 관심사보다는 성적을 먼저 훑어보게 됩니다.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려면 어쩔 수 없이 성적을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성적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많은 부모가 잘 알고 있습니다. 단, 인지하는 것과 실행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성적과 관련한 부분도 자녀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장단점을 분석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직접 가르쳐 봐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잘 알기 위해서는 대화를 자주 해야 합니다. 아이의 말을 잘 들어줘야 합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좋은 아빠가 되려면 아이와 눈높이에 맞는 대화를 꾸준히 해야 합니다.

셋째,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 정보를 얻지 말고, 스스로 읽고 찾은 정보를 신뢰해야 합니다.

주말 부부를 끝내고 아내와 안아와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저는 저만의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쓰다가 그 횟수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죽 쓰는 형식이 아니라 아이와 경험한 일을 쓰기도 했고, 아이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잘못한 일도 솔직하게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교육과 관련한 책들을 정기적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매달 한 권 정도는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읽다 보니, 꽤 다양한 서적을 읽을 수 있었고 그러면서 좀 더 나은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종종 안아와 비슷한 또래의 자녀가 있는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습니다. 다들 자녀 걱정이 대단합니다. 그러면서도 방향은 잘 설정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스로 좋은 부모가 되는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은 간절한데, 방법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더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결론은 부모도 학습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스스로 배워야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주의해야 할 것은 ‘~하더라’입니다.

넷째, 권하되 강요하지 않는다. 원하는 걸 들어주되, 포기를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아이가 성장하면 하고 싶어 하는 게 많이 생깁니다. 그리고 부모가 배우게 하고 싶은 것들도 늘어납니다. 저는 안아한테 피아노와 같은 악기를 빨리 경험시켜 주고 싶었지만, 안아는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권하되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안아는 발레와 미술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발레와 미술 학원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조금 힘들어지자 안아가 힘들어했습니다. 그만두기를 울면서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포기를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조금 넘기면 괜찮아질 거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역반응으로 다른 것들을 배우는 것을 아예 포기하거나 지금 배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요. 감사하게도 안아는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즐겁게 배우며 성장했습니다.

어린 자녀는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잘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이 하는 활동을 부러워하면서 부모에게 요청합니다. 이때 부모는 미래를 생각하면서 아이를 지도해야 합니다. 당장 아이의 재미를 위한 것도 좋지만,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지도해야 합니다.

다섯째, 새로운 세상을 살아갈 시민을 교육한다고 생각하자.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말이 홍수처럼 범람합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는 그 말을 잘 모릅니다. 왜냐하면,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와 무관한 세상도 아니며, 자녀들은 그 세상의 주역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아이들한테 산업혁명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부모의 인생과 자녀의 인생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에 들어가고 졸업하면 취업하고, 적당한 때가 되면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합니다. 그래서 자녀를 낳고 내 집 마련하는 게 보편적인 인생 사이클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이 모든 게 어렵습니다. 3포를 말하다가 ‘전포’, ‘N포’를 말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혹, 결혼해도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이 생겼습니다. 대학만 나오면 당연했던 취업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됐고, 평생직장 개념도 사라졌습니다. 내 집 마련은 포기하고 당장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카푸어’도 범람한 시대입니다.

아울러 미래에는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라고 하면서 인간이 일할 곳이 더 줄어든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생성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래를 장밋빛으로 예측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 자녀들은 현시점에 부모라는 나름 든든하게 여겨지는 울타리 안에서 웃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울타리가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항상 미래의 시민을 교육한다는 생각으로 자녀를 교육해야 합니다.

◇ 좋은 아빠 TIP

1. 교육과 학습에 대한 원칙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원칙은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오직 내 자녀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여야 합니다.

2. 미래를 생각하면서 교육과 학습을 생각해야 합니다. 부모가 살았던 과거의 기준은 참고하되, 변하는 세상을 염두해야 합니다.

3. 자녀와 대화를 자주 나누고, 되도록 자녀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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