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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농산어촌(81)] 충남편 - 추운 겨울, 탁주 한잔 하시죠?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1.08.10 13:50 | 최종 수정 2021.08.24 13:40 의견 0

요즘 막걸리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마트나 편의점에 가도 막걸리를 만날 수 있을만큼 많이 대중화되었습니다.
탁주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들도 많이 개선되었고 맛과 품질도 정말 좋아졌습니다.

여러 곳에서 막걸리가 생산되고 있지만 예전에 농가에 가면 특징있는 막걸리들이 많았습니다. 일제시대 때 그 제조가 금지되기도 했고, 쌀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국가 차원에서 그 제조를 막기도 했습니다.

최근 쌀의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그 활용을 위한 막걸리 제조에 국가적인 관심이 늘고 있다 하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작년 충남 연기군의 농가를 방문 때 쌀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소개할까 합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가을 추수가 한창이던 연기군의 어느 농가에서 빨간 빛을 내는 홍미와 누룩이 준비되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농가에서 만들었다는 홍미 막걸리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서 부탁을 드렸더니 이렇게 많이 준비하셨습니다.

밤 늦은 시간이라 조명은 자동차 서치 라이트로 대치했습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이 쌀에 누룩가루를 섞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골고루 정성스럽게 그 과정을 재현해 주셨습니다.
술을 담그는 날이 아니었지만 농장 사장님과 배우자분은 특별히 그 과정을 보여주셨습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이렇게 섞인 살과 누룩가루는 큰 통으로 옮겨집니다.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거대한 폭포와 같이 느껴집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그리고 이렇게 물을 부어 줍니다.
농약과 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농가답게 지하수가 무척이나 맑아 보입니다.
술에 있어 물은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되겠지요?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실 이렇게 물을 부어주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누룩이 발효작용을 하면서 술이 만들어집니다.

물을 붓고나니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발효작용이 바로 시작되는 듯 했습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술은 발효가 되면서 수분이 빠지고 말라갑니다.
하지만 기간이 경과할수록 이 안에서 붉은 빛을 띄는 탁주가 생겨납니다.
오랜 기간 농가에 머물 수 없어 그 과정을 모두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얼마 전 담가두었던 통 안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 많던 물이 어디로 갔는지? 신기하더군요.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이 안에는 더 이상의 첨가물이 없습니다. 자연 발효를 기다릴 뿐입니다.
하지만 와인과 같이 아주 오랜 기다림은 아니었습니다.

예전 농가의 막걸리는 가능하면 빨리 먹을 수 있도록 하기위해 담그는 술이었습니다.
탁주라 하여 그 격을 낮게 보는 경향이 많았지만 일단 대중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술이었을 것입니다.

아직 완성된 술이 아니어서 그 모습은 많이 탁해 보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투박하고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막걸리는 매력일지도 모릅니다.

(사진출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블로그)

연기군 오색농장표 홍주는 이런 고깔 모양의 채로 걸러서 마시면 됩니다.

이 농장의 막걸리는 누구에게 팔려고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한 해 농사를 끝내고 여러 사람들과 나누기 위함입니다.
그 수고와 노력에 대한 댖가를 받지 않습니다.
오는 손님들이 즐거우면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저지만 농가에서 술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흥미롭게 보였습니다.
실제 맛을 이 곳의 막걸리는 생각보다 강한 느낌이었습니다.
여러 영양소가 응축된 현미 쌀의 영향인 듯 하더군요.

올해 가을 다시 이 농가를 찾을 수 있다면 술이 익어가는 과정을 좀 더 상세하게 담아보고 싶습니다.

올 겨울 유난히도 눈이 많고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막걸리와 함께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움츠린 마음에 위안이 될 수 있겠지요?

탁주가 그 빛은 흐리지만 사람의 마음은 더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을테니 말이죠.

[칼럼니스트 지후니74]
※필자와의 협의하에 본명 대신 아이디로 필명을 대신합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동시연재중입니다.(https://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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