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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민의 문화예술 밀도를 높여가는 '공존 예술 창작 스튜디오' 곽진 대표

- 편집 없이 진행하는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인터뷰 - 노브레이크 인터뷰 2회
- 노브레이크 인터뷰는 <시사N라이프>가 시도하는 새로운 미디어 실험입니다.

윤준식 기자 승인 2021.08.22 14:02 | 최종 수정 2021.08.22 20:45 의견 0
https://www.youtube.com/watch?v=8O71JFBCBiA

2020년 8월 오픈 이래 창립 1주년을 맞은 <공존 예술창작 스튜디오>를 찾아갔습니다. 제주지방법원 인근에 있다고 듣고, 오랜 시가지에 자리잡은 공간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여러 개의 교실 분위기일 거라 생각하며 찾아갔는데요... 제 상상과는 달리 너른 지하공간에 연습과 합주, 녹음, 공연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대형 스튜디오 2개를 비롯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공간 등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시사N라이프 노브레이크 인터뷰. 오늘은 제주도 <공존 예술 창작 스튜디오> 곽진 선생님 찾아 뵀습니다.

▶<공존 예술 창작 스튜디오> 곽진(이하 ‘곽’): <공존 예술 창작 스튜디오>는 음악 활동 중에서 연주, 연습, 녹음 그리고 공연까지 모든 음악 활동을 어우러져 할 수 있게끔 구성된 공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가볍게 둘러봤는데, 공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런 공간은 만나보기 쉽지 않거든요. 일단 뒤에 있는 악기를 보면 보통 그룹사운드형 악기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의 경력을 보면 순수 음악을 하셨고, 해당 분야는 편성이 커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독주 혹은 사중주로 끝나는 게 아닌데... 이 공간은 공연장 그리고 대규모 연습실 겸 녹음실로도 쓰일 수 있는 거 같아서 ‘다목적 예술공간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곽: 문화예술 쪽을 전문적으로 하시지 않는 일반인들도 연습도 하고 서로 공존하자는 취지로 이 곳을 만들었어요.

◆ 방금 공존이라는 단어를 쓰셨는데, 선생님의 약력을 보면 순수 음악으로 출발해 대중음악까지 섭렵한 것으로 되어 있어요. 그리고 학교 교단에서 교편을 잡기도 하셨는데 대중적인 예술 활동까지 아우러져서 하고 계세요. 그런 선생님의 생각이 ‘공존’이라는 단어로 표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곽: 음악 장르를 나누지는 않고 제가 음악 작업 할 때는 여러 가지 장르에서 좋은 것들을 조합하는 경우도 있어 장르에 대한 벽은 따로 없습니다.

◆ 제가 제주를 잘 모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이 아무리 제주가 서울보다 건물에 대한 비용 부담이 적다 해도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이런 시설을 갖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보통 문화 예술을 한다는 게 큰돈을 버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셨는지?

▶곽: 재원이요? 재원은 지금까지 말하는 돈과 빚으로 이곳을 만들었어요. 제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1996년도 밴드 음악으로 시작했어요. 동아리에서 밴드 음악을 하면서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다’를 발견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음악적인 활동만 꾸준히 했어요. 그 안에 활동도 있지만, 그것도 음악 전공을 해서 그런 과정이 있었던 거고, 지금도 음악적으로 활동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 그럼 밴드로 출발해, 음악으로 입문하신건가요?

▶곽: 네 밴드 음악부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당시 노래방이 생겼잖아요. 노래방에 굉장히 많이 다녔고, 노래방에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노래를 부르는 정도만 해서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당시 친구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악기를 하나씩 배워나갔어요.

◆ 기타부터 시작하셨겠네요?

▶곽: 네 기타부터 시작해서 드럼, 건반을 접하게 됐어요. 저는 노래는 부르지 않고 작곡 활동을 하면서 베이스 연주를 합니다. 제가 베이스 기타로 연주 활동을 했었는데 당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고 있었어요. 그때 교수님이 ‘너 베이스 기타 한다며?’ 그러면 오케스트라 가서 콘트라베이스 연주해.‘ 그래서 오케스트라에서도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했었어요. 그때 다양한 곡들을 많이 접했죠.

◆콘트라베이스를 필요로 하는 편성이면 굉장히 큰 편성이잖아요?

▶곽: 오케스트라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현악 4중주를 이야기하면 바이올린 2대, 비올라, 첼로 이 정도가 맞나요? 아니면 피아노하고 이렇게 그렇게 들어가는 것 같은데... 콘트라베이스라면 아무래도 규모가 매우 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곽: 콘트라베이스가 소규모 편성에서도 들어가긴 하지만, 대부분 편성에 자주 들어가죠.

◆콘트라베이스가 들어가는 대중음악을 생각하면 재즈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쪽 활동도 하셨는지?

▶곽: 활동을 해보려 했는데 재즈 베이스를 따로 배워본 적이 없었고, 재주 피아노는 공부를 했었어요. 2005년 서울 <자스>라는 곳에서 공부를 했었어요.

◆그럼 음대 졸업 후 <자스>에 입학해 공부하고 석사까지... 선생님의 이력을 보면 음대 졸업이 2004년을 되어 있어 연령보다 대학 졸업은 늦었다고 생각되서요.

▶곽: 제 나이대 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은데 다들 휴학하잖아요. 저도 휴학했었죠. 휴학하면서도 계속 음악 활동을 꾸준히 했죠.

◆1996년도에 밴드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음악으로 정하고 계속 활동하신 건데, 서울 재즈아카데미가 생겨서 처음부터 대중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그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대중음악을 가르치는 학과들도 생기면서 진로를 그쪽으로 많이 잡았는데 뜻밖에 순수음악 쪽으로 작곡을 배우신걸 보고 저는 좀 ‘특이하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곽: 재즈 음악 같은 경우 대중음악 학과가 그렇게 도표가 되어져 있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음악 교육을 받는다고 하면 정식으로 받고자 하면 4년제 대학, 특히 제주대학교 같은 경우 클래식 대중음악학과는 따로 없어 그쪽으로 진학을 하기로 한거예요.

◆특별한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선택지가 제한되어있어 그렇게...?

▶곽: 제가 1996년도에 음악학과를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다른 학과를 들어갔다가 제가 음악 활동을 하는 모습을 아버지께서 보고는 ‘정식으로 공부해보지 않겠냐?’, ‘기회가 있으면 해보고 싶다’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전과제도가 있으니 그거 활용해 시험을 봐라‘ 시험을 보고나니 클래식이었던 거예요. 그 후 3학년으로 전과를 했는데 굉장히 힘들었어요.

대중음악과 클래식은 설명하는 용어부터 차이가 있어 당시 힘들었어요. 정말 다른 세상에 간 느낌이랄까요? 밴드 음악하신 분들은 대부분 공감하실 거예요.

제가 밴드음악을 했을 때 연주를 한다고 타브 악보를 봤는데 타브 악보가 숫자로 써져 있어요. 근데 클래식을 보니 오선지에 코드가 따로 안 적혀있고 음표로만 적혀 있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화성에 대해 표기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보니 그걸 배우는 것도 힘들었어요. 클래식은 역사가 길잖아요. 과거의 음악 공부를 하는 것 자체도 힘들었죠. 용어 자체도 다를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바로크와 같은 역사를 공부해야 하다보니 힘들었죠.

◆지금 이 길을 걷도록 후원해주신 분이 아버지라고 볼 수 있겠네요.

▶곽: 후원도 후원이지만, 제가 3남 2녀중 넷째인데, 제가 하는 것에 대해 방해하거나 반대하지 않았어요. 음악 활동하던 주변 친구들 집안에선 엄청난 반대를 했죠. 기타 연주 한다고 하면 기타를 부셔버리기도 했고... 다 그러셨죠. 공감하실 것 같아요.

◆가족이 반대하니 등록금을 스스로 벌어야 해, 악기 사려면 돈이 필요한데 가족한테 지원받을 없으니 내 스스로 해야해 라는 것 때문에 공부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든 시간을 보내진 않았는지?

▶곽: 당시 제 나이대 친구들은 대부분 노가다를 했죠. 노가다로 일한 돈으로 악기 사고 그랬죠.

◆지금 대중음악을 하고 계시는데 저는 클래식에서 출발해 대중음악으로 크로스오버 했다라고 생각했는데, 과거 얘기를 듣고 나니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대중음악하시는 분들 보면 이론적인 바탕은 덜 충족시킨 상태에서 대중음악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곽진 선생님은) 클래식을 통해 기본기를 탄탄하게 온 것 같다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곽: 요즘 대중음악 하시는 분들을 보면 굉장히 열심히 하죠. 대부분 악기 연주자들이 공부를 많이 하셨죠. 그런데 보통 클래식 같은 경우에 연주자들은 이렇게 공부를 안해요.

◆ 그렇습니까?

▶곽: 오히려 클래식들의 연주자들이 작곡가들이야 공부를 하지만 이론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클래식 연주자들은 음악이론은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요. 커리큘럼에 나와 있어도 학교에서 학점 받는 정도? 아마 대부분이 그래요.

◆ 연주 자체에 깊게 파고든다?

▶곽: 좋게 말씀드리면 그래요.

◆ 베이스 기타와 콘트라베이스나 맡아서 하는 역할은 같지만 소리도 다르고 연주 방식도 다르잖아요? 어떤게 더 매력 있을까요?

▶곽: 저는 두 개 다 매력이 있어요. 밴드음악 연주하는 것도 매력있고, 클래식 연주할 때도 그렇게 못 느꼈었거든요. 클래식 음악은 보통 일반인들이 자주 듣지 않는 것 처럼 저두 자주 듣지는 않았어요. 공부를 작곡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해보니까 알겠더라구요. 클래식이 매우 깊이가 깊고, 음악적 가치도 있고, 작품적 가치있는 음악 장르라고 생각해요.

◆저는 TV나 오디오로 들을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오케스트라가 현장에서 연주하는 공연을 공연장에서 대했는데 엄청 큰 감동을 받았어요. 악기 하나하나 세세한 소리가 객석까지 들려오는데 그 다양한 악기에 낱개 소리가 하나로 뭉쳐져서 오는 게 이게 얼마나 대단한가...

▶곽: 일반인분들도 느끼실테지만 제가 느꼈던 감동은 처음 클래식을 접했을 때 였어요. 당시 학교 과제물로 현악 4중주를 했는데 대단한 화성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도미솔도를 악기별로 나눠 시작했는데 첫 부분 첫소리를 듣는 순간 깜짝 놀랐어요.

소리를 직접 앞에서 들으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 있었어요. 사운드가 굉장히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사운드가 현악 4중주만 들어도 그만큼의 감동인데 단순한 코드에요.

기타에서 드르릉릉 하는 코드인데 현악 4중주로 들으니 굉장히 색다르고, 감동의 크기가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도의 감동인 것 같아요. 바로 앞에서 연습을 시켜야 하니까요. 근데 코드 하나만 딱 연주 한 것만으로도 저는 그 연주자들을 칭찬했어요. 소리가 너무 좋다 하면서 이야길 했죠.

클래식 음악 같은 경우에 현장에 가거나 바로 앞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일반인들한테 많이 추천을 드려요. 왜냐면은 이어폰과 스피커로 듣는 것 과는 확실히 다르거든요.

◆<공존>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곽: 우선 <슬기로운 밴드생활>이라는 타이틀로 일반인들이 직장생활하면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저희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고요. 2020년 8월부터 생겼는데 그 전부터 계속 욕심은 있었어요.

공간에서 연습도 하고 음원제작도 하고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계속 했었는데 2020년에 갑작스럽게 만들게 됐어요. 아마 조금씩 이렇게 활동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계속 여기서 공연도 하고 가장 중요한 취지는 좋은 음악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 음악은 대중음악이든 클래식이든 상관없나요?

▶곽: 상관없어요. 음악의 장르는 상관없이 제가 좋아하는, 좋은 음악을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 만들고 싶은 바람입니다.

◆다양한 교육 활동도 전개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최근 코로나 19로 만남의 어려워 활동을 많이 못하실 것 같은데 어떤 교육활동을 진행하셨는지?

▶곽: 컴퓨터 프로그램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와 관련해 2012년도에 음원 제작 자격을 취득해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제주 작곡가 협회 부회장을 현재 역임중이라고 알고 있는데, 클래식 쪽에 계시는 분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 같아요. 클래식도 컴퓨터 음악을 하거나 이걸 부정적으로 보시지는 않나요?

▶곽: 물론 음악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클래식 음악이라고 해서 전통적인 연주방법이나 그것만 듣고 하지 않아요. 특히 작곡하시는 분들은 현대음악 작곡하는 걸 들어보면 대부분 컴퓨터를 활동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요.

◆클래식도 이렇게...

▶곽: 클래식이 컴퓨터를 잘 활용해요. 보통 현대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는게 SF영화나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배경음악들이 다 현대음악이거든요.

◆현대음악 느낌이 나죠.

▶곽: 기괴한 소리 나오고.

◆그래서 그런 실험들을 컴퓨터 음악으로 실험을 하는 건가요?

▶곽: 클래식 작곡가들이 그런 실험들을 많이 합니다. 스테레오로 음악을 듣잖아요? 스테레오로 음악을 들을 때 그 위에 입체감을 실험한 것도 클래식 작곡가에요. 클래식 음악이라고 해서 옛날 고전적인 그러한 작품활동만 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진부된 그런 음향이라든지 소리를 만드는 작업들을 굉장히 많이 하죠. 그쪽이 오히려 더 앞서 나가있어요.

◆선생님 덕분에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상식이 다 깨졌습니다. 저는 컴퓨터 음악은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원조는 클래식이다.

▶곽: 네 클래식 현대작가들이 많이 사용하죠.

◆클래식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공존>에서 하는 수많은 실험과 대중들과 어울리는 실험들이 잘 어우러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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