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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리포트] 가족 이외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한국사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사회적 신뢰 관련 인식 조사

윤준식 기자 승인 2021.11.23 15:18 | 최종 수정 2021.11.23 15:20 의견 0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사회적 신뢰’와 관련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사회는 여전히 가족을 제외한 타인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낮은 사회라는 것을 확인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제공)


◆ 4명 중 1명만이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 가족에 대한 신뢰도만 높아
- 전체 58.2% “자녀들에게 모르는 사람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평소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한다고 말하는 응답자가 4명 중 1명(25.3%)에 불과한 것이다. 비록 이전보다는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다소 높아졌다고는 하지만(15년 21.3%→20년 19.7%→21년 25.3%)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특히 다른 연령에 비해 40대의 타인에 대한 신뢰도(20대 28%, 30대 26.4%, 40대 18.4%, 50대 28.4%)가 낮은 특징이 두드러졌다. '

또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 세대(18.6%)와 어린 후배 세대(16.4%)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낮았다. 기본적으로 다른 세대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세대갈등’이 필연적인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학연과 지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도 눈에 띄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을 신뢰하고(26.1%), 고향 사람들을 신뢰하고(21.9%), 지역 사람들을 신뢰한다(20.6%)는 평가가 매우 적은 것으로, 한국사회 기득권층이 학연과 지연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일반 대중들은 학연과 지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50대 중장년층이 같은 학교와 고향, 지역 사람들을 신뢰하는 태도가 좀 더 강한 편이었다.

이렇게 낮은 타인에 대한 신뢰는 ‘의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전체 응답자의 58.2%가 내 자녀들에게 모르는 사람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거나 가르치고 싶다고 응답한 것으로, 이러한 태도는 젊은 층일수록(20대 64%, 30대 62%, 40대 57.6%, 50대 49.2%) 두드러졌다.

전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가운데 유일하게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대상은 역시 ‘가족’인 것으로 보여졌다. 전체 응답자의 77.4%가 가족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이 가족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더 많은(20대 74.8%, 30대 70.8%, 40대 83.2%, 50대 80.8%) 모습이었다. 다만 가족에 대한 신뢰도가 이전보다는 낮아진(15년 83.3%→20년 85.6%→21년 77.4%) 것은 향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53.7% “어려움 처했을 때 주변에 도움 청하면 받을 수 있어”
- “고위관료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7.6%에 불과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과는 별개로 사회공동체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81.6%가 우리나라는 문 앞에 택배를 두고 가도 분실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바라봤으며, 깜빡 잊고 공공장소에서 물건을 두고 와도 대체로 물건을 찾을 수 있고(59.7%), 휴대폰을 두고 왔을 때 다시 찾으러 가도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52.1%)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공공장소에 두고 온 물건을 분실하지 않고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은 20대~30대 젊은 층에서 두드러졌다. 또한 전체 절반 이상(53.7%)은 우리나라는 어려움을 처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하면 대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타인에 대한 신뢰도는 낮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선의와 상식선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더불어 10명 중 6명(62.4%)이 일반 국민들은 법과 제도를 잘 지킨다고 느낄 정도로 개개인의 준법정신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반면 리더들이 다수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이고(12.5%), 고위관료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킨다(7.6%)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매우 적은 편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종된 한국 사회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제공)


◆ 10명 중 3명만이 “우리사회에서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을 신뢰한다”
-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낮지만, 현 정부 이후 그래도 높아진 모습

한국사회를 주도해 나가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도도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0명 중 3명 정도(31.9%)만이 우리사회에서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대부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평가는 지난해 조사 결과와 동일한 것으로, 전문가 집단이 일반 대중들에게 믿음을 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구체적으로는 대부분의 의사들(20년 40.7%→21년 37.9%)과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의 법률가 집단(20년 23.8%→21년 23.2%), 학교 선생님(20년 39.3%→21년 34.6%)을 신뢰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또한 어떤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전문가라면 일단 믿어도 된다고 보는 시각도 25.8%에 그쳤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가의 권위에 휘둘리지 않고, 그들의 말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 및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24.5%만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응답했으며, 공공기관을 신뢰한다는 평가자도 20.4%에 그쳤다. 다만 그래도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15년 8%→20년 22%→21년 24.5%)와 공공기관(15년 14%→20년 19.8%→21년 20.4%)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했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변화로 읽혀진다.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이 정부에 대한 신뢰(20대 18.8%, 30대 21.2%, 40대 27.2%, 50대 30.8%)를 많이 내비쳤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소식이 사실인지를 의심한다는 목소리(15년 47.7%→20년 40.5%→21년 32%)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었다. 가장 낙제점을 받은 것은 정치인이었다. 단 6.1%만이 대부분의 정치인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거의 바닥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제공)


◆ “국내 언론에서 소개하는 뉴스를 신뢰한다”는 목소리 22.2%에 그쳐
- 전체 45.5% “언론에서 나오는 뉴스가 사실인지를 의심한다”고 밝혀

주목해볼 부분은 진실을 마주하고, 정보와 뉴스를 전달하는 미디어 및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언론에서 소개하는 뉴스를 대부분 신뢰한다(15년 21%→20년 18.8%→21년 22.2%)고 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연령에 비해 20대 젊은 층이 국내 언론에서 다루는 뉴스(20대 27.6%, 30대 19.6%, 40대 22%, 50대 19.6%)를 좀 더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정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 중에서도 TV에서 나오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33.1%)보다 종이신문에 나오는 기사에 대한 신뢰도(21.6%)가 훨씬 낮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소위 올드미디어라고 불리는 TV뉴스와 신문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해서 뉴미디어 채널에서 제공하는 뉴스를 신뢰하는 것도 아니었다. 포탈사이트에서 소개하는 뉴스(18.9%)와 팟캐스트 방송에 나오는 뉴스(11.3%), 유튜브에 나오는 뉴스(10.1%)는 TV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전달되는 뉴스보다 신뢰도가 더 낮은 수준이었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미디어 및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보니 많은 소비자들은 자신이 접하는 뉴스의 진위여부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절반 가량(45.5%)이 언론에서 나오는 뉴스가 사실인지를 의심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연령에 관계 없이 비슷한 태도(20대 47.6%, 30대 44%, 40대 43.6%, 50대 46.8%)를 가지고 있었다. 뉴스를 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뉴스의 신뢰도가 달라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10명 중 4명(41.9%)이었다.

◆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매우 많아
- 전체 87.9%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한국사회의 낮은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지도층이 앞장서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개진되었다.

대부분 한 목소리로 사회전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위관료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켜야 하고(89%), 사회 저명인사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켜야 하며(88.2%), 대기업 총수 및 임원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켜야 한다(87.7%)고 주장했다. 물론 일반 국민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켜야 한다(87.9%)는 것도 당연한 명제였다.

앞서 국민 개개인의 준법정신을 비교적 높게 평가한 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실종되어 있다는 인식이 강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명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솔선수범이 매우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법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엿볼 수 있었다. 10명 중 8명(81.4%)이 사회전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위반할 때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치는 것으로, 중장년층(20대 77.2%, 30대 78.8%, 40대 84%, 50대 85.6%)에서 이런 인식이 더 강한 편이었다. 반대로 법과 제도를 잘 지키는 사람에 대해 보상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66%)도 많았다.

이와 더불어 한국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존중의 문화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87.9%가 사회전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특히 여성(남성 81.8%, 여성 94%)과 40대~50대 중장년층(20대 81.6%, 30대 86%, 40대 92%, 50대 92%)이 더 많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자료제공: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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