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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기(14)] 3월 17일(목) 신속항원 오류의 확률에 뽑혔습니다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5.19 14:44 의견 0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습니다. 열이 조금 나는 듯해서 귀에 넣고 재는 체온계로 체크하니 37.8도가 찍힙니다. 다른 쪽은 38도네요. 기초 체온 자체가 높지 않은 편이어서 집에 있는 체온계로 37도를 넘긴 적이 거의 없었는데, 아이들 기준으로 해열제를 먹어야 할 수준이 됐습니다.

어제부터 감기약을 먹어서 목상태도 나쁘지 않았고, 몸살 느낌에 열만 있으니 코로나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전 날 신속항원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왔으니 하루 만에 양성이 될 거로 생각하기도 어려웠고요.

“어머니, 열이 좀 나네요.”
제 말을 듣고 손을 들어 이마를 만져보시더니,
“그래, 조금 따끈하다.”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지만, 밥을 먹고 약을 바로 먹었습니다. 초기에 감기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산책을 나갔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평소보다 조금 걷다가 집에 들어왔습니다. 열이 있으니, 책상 앞에 앉아서 뭔가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누웠습니다.

‘그동안 다른 가족들 간호 하느라 힘들었으니, 오늘 하루는 좀 쉬자!’

원치 않은 휴식이었습니다. 밀린 것도 많은데, 할 수가 없어서 누운 것이니까요. 약을 먹어서 그런 건지, 잠이 쏟아졌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의 깊은 늪에 빠져서 쉽게 나오지 못하고 서서히 가라앉는 것처럼 잠 속으로 빠졌습니다.

얼마나 잤는지, 일어나니 점심 먹을 때가 됐습니다. 무슨 개그도 아니고, 정말로 눈을 뜨니 점심을 먹어야 했습니다. 다시 열을 쟀는데,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37.6도를 넘었습니다.

‘열이 안 내리네.’

보통 몸살에 걸리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냈습니다. 그러면, 효과가 있었기에 점심을 먹고 약을 삼킨 후에 두툼한 이불을 온 몸에 감고 다시 누웠습니다. 답답함을 참고 그렇게 한 30분 정도 지나니 땀이 납니다. 땀이 나니, 당연히 열도 떨어졌습니다.

‘그래, 좀 심한 감기 몸살인 듯하다.’

2시간 정도 누워 있다가 일어나 열을 재니 37.2도였습니다.

‘열이 잡히네. 다행이다.’

이렇게 몸살이 나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아서 가볍게 챙겨 입고 첫째 학원가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등원 버스에 태우고 나서 오랜만에 일을 하러 카페로 걸어갔습니다.

도착해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곧 주문한 커피가 나왔고, 한 모금 입에 머금으니 훨씬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 기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노트북의 전원을 켰습니다. 그리고 잠시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일을 했습니다. 종종 카페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에는 어제 신속항원 검사와 관련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카페에 앉은 지, 한 시간 정도 지나니 몸이 서늘해지면서 오한이 느껴집니다. 애써 떨쳐내려고 했지만 몸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떨림을 전해줍니다. 카페 안은 춥지 않았지만, 추웠습니다. 안아의 하원 시간까지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한 시간이 지나고 안아를 데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열을 쟀더니 이제 38도가 넘네요.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불안했지만 당장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힘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자리에 누웠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깔고 덮으면서 내일은 다시 검사를 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토요일에 모임이 있는데, 이런 상태로는 참석할 수 없었으니까요.

‘어차피 일주일만 버티면 되니까, 그냥 가지말까?’
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을 평소에 욕했던 저의 양심은 검사를 하러 가라고 재촉했습니다. 신속항원 검사는 100% 확실한 게 아니라고 들었는데, 그 확률에 제가 들어 간 게 확실했습니다. 참 재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명 중에 10명도 되지 않는 확률에 걸렸으니까요. 뽑기 운은 그렇게 없는 제가, 이런 확률에 들었다는 자체가 오래된 ‘머피의 법칙’을 떠오르게 하네요.

이후 잠 들 때까지 여러 번 열을 체크했는데,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 속에 38도를 넘었던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이런 고열은 40년 이전에나 있었나 봅니다. 38이라는 숫자는 정말 이상했습니다. 세상에 없는 숫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심한 오한을 느끼며 억지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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