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일본을알자] 외면당하는 러 군사 메시지와 일 국방족들의 속내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승인 2022.06.22 03:18 의견 0
https://www.youtube.com/watch?v=XS3_w-4ccw4

최근에 러시아 공군 소속 군용기의 특이 비행 사례가 있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정작 러시아 전투기 혹은 폭격기의 위협비행은 사실 관계만 보도하고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일본 통합막료감부가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6월 7일 러시아 공군소속 군용기 4대(추정)가 홋카이도를 향했다. 이는 직선 비행경로 상에는 삿뽀로시(市)가 있는데, 이곳은 홋카이도 지역을 담당하는 육상자위대 북부방면총감부가 위치한 곳으로 언제든 순항미사일 공격이 가능함을 과시한 것으로 보여진다.

자민당의 국방관련 정치인 소위 국방족들은 일본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를 가장 강하게 비판해야 하는 것은 일본이다. 대화는 필요하지만 대화로 영토가 반환된다는 것을 큰 기대하지 말고...” 등 반러 입장 선회를 주장(오노데라 전 방위대신, FNN 日曜報道 THE PRIME, 2.20.)하는 등 대러 제재 강화를 주장했다. 이에 반발한 러시아도 일본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는 등 군사적 메시지를 보여주는 행동을 취했다.

평소의 일본 언론이라면 러시아의 군사적 메시지를 연일 보도할 사안인데, 이번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은 채 지나갔다.

이처럼 러시아의 메시지가 일본 정치와 언론의 관심 밖에 난 이유는 아베 전 총리가 추진했던 대러 외교 실패에 대한 추궁 가능성 때문으로 보여진다. 아베 전 총리의 업무성과라고 칭하는 ‘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地球儀を俯瞰する外交)’의 핵심 사안이었던 북방영토 반환 건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1956년 일소공동선언을 통해 구 소련과 일본의 국교가 회복된 후 쿠릴 열도 남단의 섬 반환이 꾸준한 이슈가 되어 왔다. 아베 재임 당시인 2018년 11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2개의 섬을 반환하는 합의가 이뤄졌으나, 지난 3월 21일 러시아 외무성의 일방적인 중단표명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이는 푸틴 대통령에게 친구처럼 이름을 부르고 역사적 해결을 하자고 주장(지난 7년 8개월 재임 기간 중 11회의 방러와 27회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던 아베 전 총리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즉, 일부 언론에서는 친러 외교를 추진하던 아베 전 총리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혹은 터키의 에르도완 대통령처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읽은 ‘국방족’ 정치인들은 러시아로의 강한 제재를 우려하는 전문성을 가진 외교 공무원들에 대해 무능하다고 비난하면서 그들의 교체마저 주장하는 등(“무능한 외교관은 모두 교체해라!” 자민당 참의원 ‘아오야마 시게하루’의원, ‘僕らの国会’ 2022.2.17.) 외교적 실패의 책임을 전가했다. 러시아의 반발이 확대되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친러 세력들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이 커지면서 정치적 파급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 7월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반이 약한 자민당 내 진보성향 파벌(고치카이, 宏池会)인 기시다 총리는 1월 11일과 4월 10일에 아베 전 총리와의 식사를 하면서 외교 사안을 논의했다는 내용을 홍보하거나, 3월에는 현직총리 대신 특사자격으로 말레이시아 동방정책 40주년 기념강연을 추천하는 등 아베 전총리의 외교적 능력을 치켜 세우고 있다.

이렇듯 기시다총리는 미끄러워 잡히지 않는 ‘미꾸라지총리’(うなぎ宰相)라고 할 정도로 극우 및 보수파의 주장도 수용하며 진보와 보수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즉, 기시다 정권이 이처럼 아베 전 총리를 중요시 하는 데는 여․야 지지층 모두 외교 및 안보정책을 중시(여론조사 결과 21%)하기 때문이며, 이를 반영하듯 정권 지지율도 6할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NHK 여론조사결과, 2022.6.13.)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시다 정권은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큰 틀에서 아베 전 총리의 극우 보수 주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한일관계 개선에 있어서도 기존 일본의 입장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선거에 지장을 초래하는 협의는 오히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한일간 외교적 협의는 참의원 선거 이후 기시다 정권이 안정된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