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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편의점(36)] GS25 <박찬호투머치 찬많은도시락>

편의점 도시락을 털어보겠습니다!

칼럼니스트 진지한 승인 2019.09.30 11:45 | 최종 수정 2020.12.30 13:50 의견 2
TMI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박찬호... 이 말은 남들에겐 욕인데, 오히려 박찬호는 광고모델로 발탁됐다. 역시 된 사람, 난 사람은 다르다. 나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더만... (칼럼니스트 진지한)

도시락을 집어드는 순간, 유머러스한 박찬호의 얼굴과 투머치토크가 담긴 말풍선이 눈에 들어온다. 첫 인상부터가 심상치않다. 도시락 뚜껑부터 ‘투머치’한 느낌인데 맛 또한 ‘투머치’할까?

포장을 뜯고 내려다보니 뭔가 꽉 차고 있어 보이는 느낌이다. 얼마 전 GS25 측에서 냈던 보도자료에 따르면 11가지 반찬이라고 하는데, 하나가 눈에 안 들어온다. 뭔가 속은 듯한 느낌이다. 우선 먹어보며 판단하기로 하고 뚜껑에 나온 설명대로 편의점 전자렌지에 2분을 돌린 후 시식에 돌입했다.

아무리 세어 보아도 반찬은 10가지 뿐이었드아!!! (칼럼니스트 진지한)

응? 대체 11번째 반찬은 어디에 있는걸까? 엉? 계란장조림에 꽈리고추가 들어가 있는데, 이것도 별도의 반찬으로 취급한 것인가? 그렇게 따진다면 11종 반찬이 맞다. 그러나 줬다 뺏는 느낌이랄까?

보통 쇠고기, 돼지고기, 계란장조림 등을 하면서 느끼한 맛과 향을 없애고 얼큰함을 가미하기 위해 꽈리고추를 넣곤 하는데 이렇게 들어간 꽈리고추를 별도의 반찬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실망이다.

계란장조림 아래에 밑장을 깔아둔게 꽈리고추조림... 실망이다! (칼럼니스트 진지한)

메인 메뉴를 쳐다보지도 않고 밑반찬부터 보고 미리 실망해버리는 모습은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백반의 디테일은 밑반찬에서 살아난다. 그 대표적인 게 전라도식 밥상인데 임팩트있는 메뉴는 없어도 모든 반찬이 맛있기 때문에 한 술 한 술 밥을 떠먹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팩트있는 특별메뉴가 들어가면 금상첨화!

이런 작은 빈정상함에 독자 여러분은 실소를 금치못할 수 있다. 그러나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처음부터 10찬이라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발끈하지는 않을 것이다.

구질구질하지만 이유를 설명한다면 ‘꽈리고추를 넣어 조리한 계란장조림’과 ‘꽈리고추조림 & 계란장조림’는 큰 차이가 있다.

조금 다른 비유를 든다면 ‘카레라이스’와 ‘커리&라이스’의 차이와도 같다. 덮밥형태로 나온 카레와 밥과 카레가 따로 나온 것은 서로 다른 맛과 풍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 말도 이해가 안 된다면 토렴한 국밥과 따로국밥이 가진 맛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밥을 국에 말아 끓이면 밥알 속의 달콤함과 구수함이 국물 안에 퍼지기에 맛이 다르다. 또한 밥알이 퍼지면 식감이 반감되기 때문에 밥하는 방법도 달라야 하고 국물도 퍼 담는 식이 아니라 손님이 주문할 때마다 하나하나 따로 끓여야하기 때문이다.

토렴했기에 국물맛이 한층 구수한 특징이 있는 <광화문 화목순대국> (사진: 김혜령 기자)

독자 여러분, 필자가 왜 까탈스럽게 굴었는지 이제 아시겠는가? 그냥 꽈리고추조림을 별도의 메뉴로 친다면 삶은 계란의 텁텁함이 사라진 말끔하고 카랑카랑하며 청초한 고추맛을 제공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이거 하나로 실망했고, 이 도시락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더 이어가기로 하자.

이런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았다. CU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백종원 집밥시리즈의 종합판이었던 <한판도시락>에 대한 경쟁심이 아니었을까?

GS25의 <혜자도시락>과 세븐일레븐의 <혜리도시락>이라는 라이벌구도를 깨고 혜성같이 등장한 것이 바로 CU의 <백종원집밥> 시리즈였다. 당시 <한판도시락>은 3,500원이라는 가격에 10가지 반찬을 집적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도시락이었다. 그런데 <한판도시락>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반찬 수를 11가지로 늘렸고, 2018년 말에는 리뉴얼 출시하며 가격을 500원 올린 대신에 반찬을 12가지로 늘려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성비 끝판왕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CU <한판도시락> (CU 제공)

투머치 이미지도 빌려왔지만 박찬호 이름 속의 ‘찬’이라는 글자까지 따온 마당이니 반찬의 가짓수를 하나라도 늘리고 싶었을지는 모르나 이는 과유불급이 아니었나 싶다. 10가지 반찬이라 해서 절대로 반찬의 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4,900원이라는 단가에 메인 메뉴 3가지를 넣은 임팩트가 적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락이었다면 도시락의 이름으로 들어갔을 메뉴인 소불고기, 오징어(제육)볶음, 치킨까스(모듬튀김 3종 중 하나)가 함께 들어있어 꽤 묵직하고 먹고 나서도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 오징어(제육)볶음은 얼큰달콤한 양념 맛이 괜찮고, 치킨까스는 적당한 두툼함이 식감과 포만감을 보태 꽤나 큰 만족감을 준다.

(※제육에 괄호를 친 이유는 내가 먹었던 도시락에는 제육이 하나도 들어가있지 않아서다. 살짝 빈정 상하긴 했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대신 가혹한 한 줄 평으로 대신하겠다.)

제육이 없어 서운했던 '오징어(제육)볶음'과 소불고기가 나란히 들어있다. 다른 도시락에서 메인메뉴로 삼을 만한게 여럿 들어있어서 먹고나면 포만감이 크다. CU <한판도시락>과의 차별성은 여기서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투머치'와 '찬많은'이란 이름이 들어간 건 맞다고 본다. (칼럼니스트 진지한)

반찬 중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방 신랄하게 까긴 했지만 역시 꽈리고추조림이고 그 다음은 호박볶음이다. 모듬튀김 중 상대적으로 새우튀김이나 고로케의 맛이 떨어지는데, 이는 저렴한 단가의 편의점 도시락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요소다. 눅눅하고 흐늘흐늘 늘어지는 느낌이지만, 꽈리고추조림을 곁들임으로서 식감과 맛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매운 요리에 약한 사람의 경우 오징어(제육)볶음에 호박볶음을 곁들임으로써 오징어(제육)볶음의 양념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모듬튀김 3형제에서 맏형 역할을 하는 치킨까스의 묵직한 단면... 맛도 좋은 편 (칼럼니스트 진지한)

모듬튀김 3종 중 고로케. 속이 덜 여물어 흐늘흐늘한 느낌이다.
꽈리고추조림과 곁들여 먹는 것을 추천한다. (칼럼니스트 진지한)


☞ 한 줄 평:
투머치 실망!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하면 너무 심한 말이겠지?)

☞ 재구매 의사:
CU에서 <한판도시락>을 사먹을까 생각중이다. 좀 더 다리품 팔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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