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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프로야구, 혼전의 시즌 예감하게 한 5개의 개막 2연전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3.04.03 14:45 의견 0

여러 악재들이 겹치며 우울하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프로야구를 향한 팬들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4월 1일과 1일 5개 구장의 개막 2연전은 대부분 경기장이 팬들로 가득했다. 그 팬들의 응원 열기 또한 뜨거웠다. 지난 3시즌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답답했던 마음을 경기장에서 마음껏 풀어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팬들에 보이는 경기 역시 흥미진진한 접전의 경기가 많았다. 키움과 한화가 맞선 고척돔에서는 이틀 연속 끝내기 경기가 나왔다. 홈 팀 키움이 개막 2연전 유일한 2연승이 팀이 됐다. 반대로 한화는 키움과 대등한 대결을 했고 투. 타에서 지난 시즌보다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부족했다. 그 과정에서 한화의 베테랑 불펜 투수 장시환은 개막전 연장 끝내기 패전 투수가 되면서 KBO 역사상 최초로 19연패를 당한 투수가 되고 말았다. 한화 역시 역대 세 번째 개막 2연전 연속 끝내기 패전 팀이 됐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한화는 매우 끈질긴 승부와 단단한 불펜진의 모습을 보이며 결코 쉽지 않은 상대임을 입증했다. 다만, 접전의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하면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건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한화를 상대로 2번의 끝내기 승리를 연출한 키움은 에이스 안우진이 올 시즌 역시 기대하게 하는 호투를 했고 외국인 타자 러셀이 공. 수에서 충분히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FA 영입 선수 이형종이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며 키움의 약점이 외야진 강화에 청신호를 켰다. 여기에 투. 타에서 균형 잡힌 전력과 위기관리능력까지 강팀의 면모를 보였다.


잠실에서 만난 롯데와 두산은 개막전 치열한 타격전에 이어 2번째 경기에서 팽팽한 투수전까지 야구의 묘미를 마음껏 느끼게 하는 경기를 했다. 개막전에서 양 팀은 외국인 에이스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지만, 그들은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롯데 선발 투수 스트레일리는 1회 말 3실점 하면서 고전했고 두산 선발 알칸타라는 제구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실점이 늘었다. 스트레일리는 투구 패턴을 변화하며 추가 실점 없이 5이닝을 버티며 관록의 투구를 했지만, 알칸타라는 5회를 넘기지 못했다.

선발 투수의 역량 차이는 경기 중반 이후 롯데가 두산 마운드에 공략에 성공하며 5점 차 리드를 잡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롯데는 그 5점을 불펜진이 지키지 못했다. 롯데는 7회 말 수비에서 연거푸 투수를 교체하고 필승 불펜 구승민을 한 템포 당겨 마운드에 올리는 불펜 운영을 했지만, 5실점하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경기는 양 팀이 득점을 주고받으며 연장전으로 돌입했고 연장 11회 말 두산 외국인 타자 로하스의 끝내기 3점 홈런으로 두산의 12 : 10 승리로 끝났다.

롯데는 연장 11회 초 외국인 타자 렉스의 적시 안타로 10 : 9 리드를 잡았지만, 오히려 11회 말 수비에서 3실점하며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그 경기에서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을 제외하고 모든 불펜 투수들이 부진했다. 신인 이태연이 깔끔한 투구로 주목을 받았다. 롯데는 시범경기를 통해 필승 불펜 중 한 명인 최준용이 부진한 투구를 하면서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구승민, 김원중과 연결되는 6회와 7회 마운드 운영에 고민이 있었다. 그 고민이 개막전에서 현실이 됐다.

하지만 롯데는 다음 경기에서 선발 투수 나균안의 6.2 이닝 무실점 호투와 함께 이전까지 9타수 무안타의 부진을 보였던 한동희의 2타점 적시 2루타를 더해 2 : 0으로 승리했다. 5점 리드를 마운드가 지키지 못해 패했던 전날과 너무 다른 내용이었다. 특히, 신인 투수 이태연은 이틀 연속 연투에 7회 말 큰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침착한 투구로 이를 극복하며 승리로 가는 징검다리를 확실히 놓아줬다. 이태연은 연습경기 시범경기 호투를 그대로 이어갔다. 신인답지 못한 침착함과 배짱이 돋보였다.

롯데에 너무나 귀한 좌완 불펜 투수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 활용도가 커질 전망이다. 다만, 신인 투수에서 필승 불펜진의 한 축을 맡겨야 하는 롯데 불펜진은 현실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롯데는 스토브리그 기간 다수의 불펜 투수를 영입했고 자체 육성한 유망한 투수들이 불펜진에 있지만, 전체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태연은 신인으로 체력적이 부담이 생길 수 있고 상대 분석에 고전할 시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롯데로서는 불펜진의 안정을 위해 기존 불펜 투수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올 시즌 첫 풀타임 선발 투수로 나서는 나균안이 첫 경기 호투로 기대감을 높였다는 점은 마운드의 큰 수확이다. 나균안은 안정된 제구와 침착한 투구, 다양한 변화구로 전날 뜨거웠던 두산 타선을 잘 막아냈다. 나균안이 초반 실점했다면 롯데는 한화와 함께 개막 2연전 연패를 당하는 팀이 될 가능성이 컸다.

두산은 전날 극적인 연장적 끝내기 승리를 하며 이승엽 감독에게 프로 감독 데뷔 천 승을 안겨줬지만, 그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두산은 역시 개막전 승리를 했지만, 에이스 알칸타라가 부진했고 불펜진 역시 중반 이후 실점을 연속하며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타선 역시 기복을 보였다. 함께 개막 2연전을 했던 롯데와 함께 하위권 후보로 평가받는 두산으로서는 개막 2연전에서 롯데와 함께 그 평가를 뒤집을 경기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롯데와 두산 모두 고민을 가질 수 있는 시즌 시작이었다.

이 두 경기 외에 나머지 경기는 승리와 패배를 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패턴이 나왔다. 패한 경기는 대부분 마운드가 붕괴하면서 대량 실점한 경기가 많았다. 그 속에서 각 팀 주력 투수들이 제 컨디션이 아닌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막전 국내 투수로 선발 등판한 SSG 김광현과 키움 안우진은 기대대로의 투구를 했지만, 나머지 국내 선발 투수들의 투구 내용이 대체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NC와 장기 계약한 구창모는 삼성과의 개막 2연전 2차전 선발 등판해서 타선의 초반 득점 지원에도 일순간 무너지며 아쉬움을 남겼고 SSG와의 개막 2연전 2차전 선발 등판한 이의리는 타선의 지원과 함께 승리 투수가 됐지만, 5이닝 동안 6개의 사사구로 제구의 불안정성을 보였다. LG와의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소형준 역시 초반 대량 실점하며 불안한 시즌 출발을 했다. 그와 선발 맞대결한 LG 선발 투수 김윤식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LG와 KT는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마운드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개막 2연전 내내 치열한 타격전을 펼치며 1승씩을 나눠가졌다. 이는 이들 팀의 시즌 운영 플랜과는 차이가 있는 내용이다. LG는 마무리 고우석이 상당 기간 부상 재활이 필요하고 KT는 필승 불펜 김민수와 주권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 등판이 어렵다. 두 팀은 시즌 초반 불펜진 운영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의 에이스 켈리와 KT 주력 선발 투수 소형준이 부진하며서 시름이 더해졌다.

이런 각 팀의 마운드 고민과 반대로 타자들의 컨디션을 개막전에 맞게 제대로 올라온 느낌이었다. 지나친 타고 투저의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 공인구 반발력을 줄이고 스트라이크존을 넓히는 등의 변화가 일정 효과를 보는 상황이었지만, 시즌 개막 2연전에서 타자들은 앞서 언급한 부분에 대한 대응력을 더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투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시즌 초반 타고투저의 흐름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각 팀 대결을 더 혼전으로 빠뜨릴 수 있다.

이제 2경기씩을 했다. 본격적인 3연전 시리즈가 시작되는 이번 주부터 정규 시즌은 사실상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각 팀 모두 그들의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경기 내용이 나왔고 시즌 플랜에 흔들렸다. 그 흔들림을 빠르게 제어하는 팀이 시즌 초반 흐름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개막 2연전은 누구도 쉽게 독주 체제를 구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과연 2023 프로야구가 많은 이들이 예상한 대로 절대 강자 없는 혼전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더 궁금해진다.


사진 : 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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