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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시즌, 롯데 1번 타자 새 대안, 하루하루가 소중한 안권수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3.04.06 15:28 의견 0

프로야구 초창기는 여러 예상치 못한 문제의 연속이었다. 준비 기간이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정권의 필요에 의해 시작된 탓도 있었고 프로야구에 대한 개념조차 희박했기 때문이었다. 리그 운영은 물론이고 선수단 운영 역시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기장을 포함해 각종 인프라가 부족했다. 선수들의 부상 관리나 재활도 부실했다.

특히, 투수들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혹사당했다. 각 팀의 주력 투수들은 지금의 관점으로는 말로 안 되는 투구 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그 속에서 1984 시즌 롯데 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에이스였던 최동원은 7차전 승부에서 4번의 선발 등판과 1번의 구원 등판을 강행했고 홀로 4승 1패를 기록하며 롯데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는 영웅담이었지만, 그런 무리한 등판의 후유증은 최동원의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고 말았다.

이렇게 프로답지 않았던 프로야구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수 부족이었다. 장기 레이스를 치를 만한 선수층이 아니었다. 당연히 경기 수준은 떨어졌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게 재일 동포 선수들의 영입이었다. 일본야구에서 활약하는 재일 동포 선수들을 각 구단별로 영입하게 해 활용하도록 했다. 지금의 외국인 선수와 비슷한 개념이었다.

재일 동포 선수들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다 은퇴 시기에 접어든 선수들이거나 일본 프로야구 1군에 오르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본 프로야구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연봉 수준을 우리 프로야구가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영입된 재일 동포 선수들은 우리보다 앞선 실력의 일본 야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큰 활약을 했다. 몇몇 선수들은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기도 했다. 재일 동포 선수들의 활약은 프로야구 초기 리그 수준을 높이는데 일정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후 재일 동포 선수들은 리그의 수준이 높아지고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사라졌다.

과거에는 재일 동포 선수들을 모셔오는 수준이었지만, 이제 재일 동포 선수들이 우리 프로야구 리그에서 뛰기 위해서는 신인 드래프트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재일 동포 일본에 생활 터전을 두고 낯선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기는 것도 부담이고 무엇보다 연봉 수준에서 일본과 한국 프로야구 리그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본 리그에서 활약할 수준이라면 굳이 한국 프로야구 리그에 도전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 역시 최전 연봉에서 시작해야 하는 KBO 리그행이 쉽지 않았다. 또한, 병역법에 따라 장기간 KBO 리그에서 재일 동포 선수가 활약할 경구 병역의무 이행을 해야 한다.

이런 제한 사항에도 고국에서 야구를 하고 싶어 KBO 리그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현역 선수로 활약하는 선수가 있다. 두산을 거쳐 2023 시즌 롯데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야수 안권수가 그렇다. 안권수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제일 동포 3세대다. 그 세대가 되면 일본 사회에 동화된 이들이 많고 상당수가 여러 제약을 피하기 위해 일본으로 귀화하기도 하지만, 안권수는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지켰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안권수는 일본에서는 야구 명문으로 꼽히는 와세다 실업학교 고등부 야구 선수로 야구 명문 와세다 대학교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안권수는 고교 2학년 때,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이자 대회 기간 일본 프로야구 그 이상의 인기를 누리는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 고시엔 대회 본선 무대에서 활약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고교, 대학에서의 활약이 일본 프로야구 무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일본 독립리그, 사회인 야구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독립리그와 사회인 야구는 프로는 아니지만, 수준이 높고 그곳에서 프로에 지명을 받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안권수 역시 그런 기대로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프로 지명의 기회는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이런 안권수에게 KBO 리그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었다. 그는 2019 시즌 중 KBO가 주관하는 해외 출신 선수들의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안권수는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부상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안권수의 KBO 리그행도 멀어지는 듯 보였다. 그 해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안권수는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그의 이름이 호명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를 대신해 그의 부모님은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는 행사장을 찾았다. 한 명 한 명 선수들이 지명됐지만, 안권수의 이름은 9라운드가 진행될 때까지 없었다. 이대로 그의 KBO 리그행 희망도 사라지려는 순간, 두산에서 전체 99번째 순위로 그의 이름을 호명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두산은 사전에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안권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거의 마지막 순위로 그를 지명했다. 그렇게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안권수의 소망은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일본이 아닌 고국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신인 지명이 프로야구 선수 생활의 성공을 보장해 주는 건 아니었다. 두산은 KBO 리그에서 선수 육성에 강점이 있는 대표적 구단이고 다수의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두산의 지명을 받았을 당시 두산은 홈런왕 경력의 거포 김재환을 포함해 리그에서 기동력 야구를 대표하는 외야수 정수빈, 국가대표 우타 외야수 박건우가 지키는 외야가 단단했고 백업 외야수 자리를 노리는 유망주들이 많았다.

20대 후반 늦은 나이의 안권수가 1군에서 한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안권수는 2020, 2021 시즌 1군과 2군을 오가며 백업 외야수로 드문드문 기회를 얻었다. 그 두 시즌에서 안권수가 타석에 설 기회는 50타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야구에서도 그의 장점이었던 투지 넘치고 끈기 있는 플레이를 인정받았다. 안권수는 정규리그 1군에서 활약이 많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한 두산 엔트리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이 리그에서 제대로 알려진 건 2022 시즌이었다. 그 시즌에서 두산은 스토브리그 기간 반복되는 지속적인 주력 선수 유출과 유망주들의 입대 등으로 선수 뎁스가 크게 엷어져 있었다. 여기에 주력 선수들의 부상까지 겹쳤다. 안권수에게는 기회였다. 안권수는 KBO 리그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고 테이블 세터로서 능력을 입증했다. 시즌 후반기 부상과 체력 저하 등이 겹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부분은 있었지만, 충분히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2023 시즌을 앞두고 안권수와 두산의 동행은 이어지지 못했다. 안권수는 재일 동포 선수로 KBO 리그 선수로 지속적인 활약을 하기 위해서는 병역의무 이행이 필요했다. 병역의무 이행을 위한 나이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더는 이를 미룰 수도 없었다. 그가 아직 20대 초반의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그는 이제 30살이 되는 선수가 그의 생활 근거지가 일본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현실적으로 병역의무 이행을 위한 입대를 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두산은 KBO 리그에서 선수 생활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안권수 대신 군에서 제대한 젊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선택을 했고 안권수를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했다. 안권수의 KBO 리그 경력도 끝날 상황에서 롯데가 움직였다. 롯데는 안권수가 2023 시즌까지는 KBO 리그에서 활약하다는 유권해석을 병무청을 통해 확인했고 안권수 영입에 나서 계약했다.

안권수는 롯데에 필요한 선수 유행이었다. 롯데는 그동안 빠르고 정확도 있는 타격에 출루 능력을 겸비한 1번 타자 부재로 고심해야 했다. 수년간 롯데는 붙박이 1번 타자가 없었고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며 1번 타자로 나섰다. 최근 야구의 트렌드인 강한 2번 타자로 나설 선수는 있었지만, 강한 2번 타자 효과를 극대화할 1번 타자가 아쉬운 롯데였다.

지난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한 황성빈이 있지만, 그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공. 수에서 좀 더 발전이 필요한 선수다. 풀 타임 시즌을 치르기에는 체력이나 꾸준함에서 아직 의문부호가 있었다. 그 외에 롯데가 기대하는 유망주 조세진과 추재현은 전형적인 1번 타자 유형이 아니고 2022 시즌 후 상무 입대를 해야 했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하는 신용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신윤후로 개명을 하며 의욕적을 시즌을 준비했지만, 풀타임 주전보다는 좌투수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 성향이 강한 선수로 한계가 있었다.

안권수는 일본에서 야구를 배운 선수로 일본 야구 특유의 정교한 타격과 끈질긴 콘택트 능력과 볼카운트 승부, 언제든 도루가 가능한 기동력을 갖춘 선수였다. 또한, 준수한 외야 수비 능력에 롯데에 부족한 좌타자라는 장점도 있었다. 안권수는 황성빈과 더불어 롯데가 하고 싶었지만, 그에 부합하는 주전 선수가 없어 하지 못했던 기동력 야구를 할 수 있는 선수였다.

또한, 안권수는 롯데가 육성 중인 다수의 유망주들이 성장하는 동안 롯데 외야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서수로서 가치가 있었다. 안권수 역시 자신을 원하는 팀에서 KBO 리그 선수로 그 이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행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여기에 1군 풀타임 시즌 선수로 그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KBO 리그 경력을 마무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안권수는 주전 외야수가 되는 건 내부 경쟁을 이겨내야 가능한 일이었다. 롯데는 유망주들의 입대 등으로 외야 뎁스가 다소 엷어졌지만, 외국인 타자 렉스를 포함해 전준우가 외야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고 지난 시즌 주전급으로 도약한 황성빈과 고승민, 롯데가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신인 김민석도 1군 엔트리에 들어올 수 있는 선수였다. 안권수가 확실한 비교 우위를 보이지 못한다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고 1군에서 역할도 백업으로 고정될 수 있었다.

안권수는 연습경기, 시범경기 맹활약으로 존재감을 보였다. 시범경기에서 안권수는 롯데 타자들 중 가장 돋보이는 타격감을 과시했다. 빠른 발을 이용한 기동력도 선보였다. 시범경기와 정규리그가 그대로 연동되긴 어렵다고 하지만, 안권수는 시범경기 활약을 바탕으로 두산과의 개막 2연전 선발 중견수 겸 1번 타자로 나섰다.

개막 2연전에서 안권수는 롯데가 원하는 1번 타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투수들과의 끈질긴 승부로 투구 수를 늘려나갔고 출루를 하면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상대 배터리를 압박했다. 득점권에서 클러치 능력도 발휘했다. 안권수는 개막 2연전 롯데 타선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안권수는 개막 2연전 모두 교체 없이 경기를 소화하며 1번 타자로 활약했다.

안권수가 1번 타자로 고정되면서 롯데는 비슷한 유형의 황성빈을 9번 타순에 배치하면서 기존 롯데에 없었던 공격 옵션을 더했다. 이들과 함께 외국인 타자 렉스로 외야진을 구성한 롯데는 공격력 강화를 위해 고승민을 1루수로 기용하면서 타선에 우투 좌타 유격수 노진혁까지 좌타자를 5명 포함할 수 있게 됐다. 롯데는 그동안 좌타자 부족으로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대응이 어려웠던 타선의 약점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안권수가 외야진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베테랑 전준우는 외야 수비 부담을 덜고 지명타자로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는 외야 수비 강화와 함께 공격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애초 안권수를 제4의 외야수 또는 백업으로 여겼던 롯데로서는 연봉 8,000만원의 가성비 최고 외야수를 보유하게 됐다.

물론, 과제는 있다. 안권수는 그의 선수 생활 최초로 풀 타임 시즌에 도전하고 있다. 일본에서 독립리그, 사회인 야구를 경험했지만,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는 아니었다. 두산에서 3시즌도 백업 요원으로 경기 출전에 제한이 있었다. 개막전부터 주전 외야수로 나서는 건 분명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의지와 의욕이 있다고 해도 신체적인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 그의 플레이 유형이 많은 움직임을 요한다는 점에도 지속성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들의 존재도 다수 있다. 안권수로서는 방심할 수 없다.

하지만 개막 2연전의 안권수는 분명 올 시즌에 대하 기대감을 심어줬다. 전통적인 1번 타자 유형에 맞는 선수의 등장은 롯데에 분명 반가운 일이다. 외야의 주전 옵션이 늘었다는 점만으로도 시즌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안권수가 이런 활약을 꾸준히 해준다면 올 시즌 롯데 공격력에는 큰 플러스 요인인다.

한편으로 올 시즌 후 병역 문제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으로 활약이 기대되는 아직 30대 초반의 안권수에 대한 롯데의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 그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그와 함께 할 방법이 모색될 수도 있다. 안권수 역시 프로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미래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면 한국 잔류에 대해 더 큰 고민을 할 수도 있다.

당장은 안권수가 롯데의 1번 타자로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하다. 그게 현실이 되고 롯데와 안권수가 시즌 후 깊은 고민을 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시나리오의 첫 장은 긍정적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안권수의 절실함이 이제 결실을 맺어가는 느낌이다. 개막 2연전에서 플레이하는 안권수의 표정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에게는 올 시즌 출전하는 경기 그리고 그 순간이 매우 소중할 수밖에 없다. 안권수의 이런 기분 좋은 느낌이 올 시즌 내내 이어질 수 있을지 2023 시즌 롯데팬들은 남다른 이력이 아닌 야구 잘하는 선수로 주목받고 있는 안권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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