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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문동주, 김서현, KBO 리그에 부는 강속구 대결의 바람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3.04.24 16:00 | 최종 수정 2023.04.24 21:08 의견 0

우리 나라가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 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WBC는 야구 국가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들 그리고 KBO 리그 수준에 대한 걱정을 한층 더 하게 하는 대회였다. 대회를 통해 한국 야구는 대표팀을 콜드게임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가는 완패를 안겨준 일본과 상당한 실력차가 있음을 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한, 1라운드 탈락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예선 1차전 호주전 패배 역시 운이 나빠 패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호주 대표팀의 수준은 예상 이상이었다. 하다못해 별도 직업을 가지고 있는 투잡 선수들이 대부분인 체코마저 상당한 기량 발전을 보여줬다.

국내 프로야구 리그의 양적 발전에 취해 세계 야구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우리 야구의 현실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하는 WBC였다. 야구팬들은 대표팀의 탈락한 이후 한층 힘 있고 빠른, 역동적인 플레이를 하는 다른 나라의 경기를 보며 우리 야구 수준을 다시 한번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팬들이 일본 대표팀을 보면서 가장 부러워했던 부분은 강속구 투수들의 즐비하다는 점이었다. 일본 대표팀 투수들은 대부분 150킬로 이상의 속구를 던지고 있었다. 150킬로 이상의 속구는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평균적인 속도였다. 여기에 빠르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더 진화시켜 포크볼의 코스나 각도를 조절하는 투구를 더했다. 일본 대표팀 투수들의 포크볼은 마구를 보는 듯했다. 몇몇 투수들은 직구와 포크볼 외에 슬라이더 등 또 다른 변화구를 더했다.

문동주

이런 현상은 일본 야구가 기존의 아기자기하고 속도와 작전, 기동력을 중심으로 하는 야구에서 메이저리그와 같은 파워를 중시하는 야구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존의 섬세한 야구에 파워를 더한 일본 야구는 WBC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였고 우승을 차지했다.

2023 프로야구에서 팬들에게 반가운 경쟁이 펼쳐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이저리그 못지않은 강속구 투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투수들은 강속구 투수들의 고질적인 약점인 제구 문제를 극복하며 팀 주축 투수로 자리했다. 심지어는 꿈의 구속이라 할 수 있는 160킬로가 경기 중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 시즌까지 속도 경쟁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투수는 키움의 에이스 안우진이었다. 안우진은 지난 시즌 평균 150킬로를 웃도는 속구에 한층 완숙해진 경기 운영에 변화구 구사 능력을 더해 리그 최고 투수로 떠올랐다. 안우진은 지난 시즌 15승 8패 방어율 2.11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224개의 탈삼진으로 이 부분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018 시즌 키움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5시즌째 이룬 빛나는 성과였다.

안우진은 여전히 과거 고교 시절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비난을 받고 있고 그로 인해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기량만큼은 인정받고 있다. 외국인 투수들이 리그를 지배하는 현실에서 안우진은 국내 투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지난 시즌 안우진은 논란이 있었지만, 투수 부분 골든 글러브를 차지했다.

2023 시즌 안우진은 지난 시즌 압도적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안우진 올 시즌 4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해냈고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1승에 머물고 있지만, 25이닝 투구에 39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파워 투수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안우진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150킬로를 가볍게 넘기는 강속구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를 하고 있다.

이런 안우진의 경쟁자로 새로운 영건이 등장했다. 지난 시즌 한화에 입단한 문동주가 그 주인공이다. 문동주는 지난 시즌 큰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이 있었고 적응기를 거치며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미래 에이스 투수인 문동주를 배려한 한화의 전략도 작용했다.

올 시즌 1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문동주는 첫 경기부터 기대했던 투구를 했다. 문동주는 강속구를 앞세워 타자들과 대결했다. 이 과정에서 160킬로가 넘는 속구 속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150킬로 이상의 강속구를 시원시원하게 던지는 그의 투구는 한화는 물론이고 야구 팬들을 매료시켰다.

제구의 안정감까지 더한 문동주는 3경기 선발 등판에서 1승 1패에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그의 페이스는 앞서 언급한 안우진의 프로 2년 차를 능가하고 있다. 한화는 풀 타임 선발 투수로 첫 시즌인 문동주의 투구 이닝을 조절하며 부상 방지와 페이스 유지에 힘쓰고 있다.

이런 팀의 배려 속에 문동주는 리그를 대표하는 파워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의 투구를 이어간다면 올해 열리는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선발 가능성도 커진다. 만약,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멤버가 된다며 병역 혜택이라는 선물도 주어지고 그의 투수로서의 성장에 날개를 달수 있다.

안우진과 문동주가 선발 투수로서 돋보이는 강속구 투수라면 불펜 투수로는 LG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과 한화의 신인 김서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 시즌 LG에 입단한 이후 불펜 투수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고우석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속구의 구속을 끌어올렸고 평균 150킬로 이상의 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자리했다. 고우석은 강속구를 앞세워 LG 불펜의 마지막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42세이브로 이 부분 타이틀을 차지하며 마무리 투수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올 시즌 고우석은 WBC에서 입은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다. 덕분에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첫 등판에서 고우석은 특유의 강속구로 건재를 과시했다. 리그에서 가장 강한 불펜진을 구성하고 있다는 평가와 달리 주력 불펜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에서 건강한 고우석의 복귀는 반가운 일이다. 또한, 건강만 하다면 고우석 역시 속구의 구속을 더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 속도 경쟁에서 고우석도 빼놓을 수 없는 투수다.

이런 고우석에 도전할 수 있는 불펜 투수는 한화 신인 김서현이 있다. 김서현은 입단 당시부터 150킬로 후반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주목받았다. 한화는 그를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당연한 결정이었다. 한화는 문동주와 같은 5억원의 계약금을 지급하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김서현은 그 스스로가 마무리 투수로의 성장을 원했고 한화 역시 선발 투수 문동주, 마무리 투수 김서현의 승리 방정식을 그리며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김서현은 강속구의 위력은 분명히 있었지만, 제구의 안정감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탈삼진과 비례하는 사사구가 문제였다. 불펜 투수로서는 큰 약점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또한, 스프링캠프 기간 SNS 논란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에 김서현은 시즌 개막을 함께 하지 못하고 퓨처스 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한화는 앞으로 팀 미래를 책임질 투수인 만큼 좀 더 프로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김서현은 퓨처스 리그에서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 압도적 투구를 했다. 제구의 안정감도 되찾았다. 마침 시즌 초반 한화 불펜진이 시즌 플랜과 달리 부진을 보이면서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이에 한화는 김서현을 전격 콜업하며 1군 불펜진에 포함했다.

김서현

김서현은 첫 1군 등판에서 탈삼진 2개를 곁들이며 1이닝을 가볍게 막아냈다. 우려했던 제구 문제도 보이지 않았다. 한화는 김서현은 박빙의 순간이 아닌 편안한 순간 마운드에 올려 경험치를 쌓게 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한화의 불안한 불펜 사정을 고려하면 그의 역할 비중이 커지는 건 시간문제다.

이 밖에도 여전히 제구 불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키움의 유망주 투수 장재영도 속도 경쟁에 가세할 수 있는 후보다. 장재영은 5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제구 불안을 떨쳐내지 못했다. 결국, 장재영은 2경기 선발 등판 후 2군으로 내려가 조정기를 거칠 예정이다. 아직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장재영은 문동주, 김서현 이전에 강속구 투수로 주목을 받았었다.

키움은 2021 시즌 장재영과 계약하면서 무려 9억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투수 유망주를 보는 눈에 있어 강점이 있는 키움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그의 발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KBO 리그에서 강속구 투수들이 늘어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속도가 전부는 아니지만, 야구 팬들이라면 타자들을 속도로 제압하는 파워 투수에 대한 갈망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외국인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리그 현실에서 외국인 투수들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는 국내 투수들에 목마른 것도 사실이다. 이 점에서 젊은 강속구 투수들의 등장과 경쟁구도의 형성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또한, 야구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긍정적 현상이다.

올 시즌 이른 강속구 투수들의 서로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강속구 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이는 리그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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