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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프로야구, 연승 파티 끝난 롯데에 필요한 꾸준함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3.05.04 11:32 | 최종 수정 2023.05.05 17:54 의견 0

10년의 세월을 더 넘어 다시 재현된 롯데 자이언츠의 연승이 두 자릿수 직전에 끝났다. 롯데는 5월 3일 KIA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투수 나균안의 초반 난조와 타선이 부진이 겹치며 2 : 10으로 완패했다. 올 시즌 롯데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르며 호투를 거듭하던 나균안은 시즌 4연승 후 첫 패전과 함께 1점대 방어율이 무너졌다.

연승 기간 득점 기회에서 강한 집중력을 보였던 롯데 타선도 KIA 신인 투수 윤영철에 고전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롯데 타선은 윤영철에게 5개의 안타를 때려냈지만, 그 안타가 집중되지 못했다. 윤영철은 5이닝 1실점 투구로 프로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롯데는 중용한 징크스 중 하나인 무명이나 신인 투수에 고전하는 전통이 다시 재현됐다.

롯데는 경기 중반 이후 반격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불펜진이 무너지면서 백기를 들어야 했다. 7회 말 롯데는 필승조에 속한 좌완 김진욱을 마운드에 올려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김진욱의 제구가 흔들리며 위기에 빠졌고 이어 나온 윤명준마저 부진하면서 4실점 했다. 그것으로 승부를 결정 난 것이라 다름없었다.

롯데는 올 시즌 돌풍의 투수 나균안의 선발 등판 경기였고 상대 선발 투수가 신인이라는 점에서 내심 연승 숫자를 10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초반부터 경기가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다. 올 시즌 모든 등판에서 안정적인 투구를 했던 나균안은 순조롭게 초반을 보냈지만, 3회 말 단 한 번의 흔들림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나균안은 그 답지 않게 제구가 흔들렸고 2사 후 밀어내기 볼넷과 연속 적시 안타를 허용했다. 나균안에게는 아픈 패배였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투구 패턴이나 내용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경기였다.

이 점은 롯데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4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한 연승이 5월까지 이어지며 9연승에 성공했고 1위에 자리했다. 현재 롯데는 LG, SSG와 승차 없는 1위고 3강을 형성했다. 수년간 좀처럼 볼 수 없는 낯선 모습이다. 하지만 그 한편에 자리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지난 시즌 롯데는 4월 무서운 상승세로 2위까지 오르며 시즌에 대한 희망을 부풀렸다. 그 시즌은 이대호의 은퇴 시즌이었고 시즌에 임하는 선수단의 각오도 남달랐다. 달라진 롯데의 모습은 5월부터 급격히 과거로 회기 했다. 주력 선수들의 부상과 마운드 붕괴 현상이 겹치며 롯데는 급격히 순위가 하락했다. 어린이날 전후로 롯데는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하위권으로 밀렸다. 이런 현상은 최근 롯데에서 자주 보였던 일이었다. 이에 롯데 팬들은 롯데의 최근 상승세에 환호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다만, 올 시즌은 지난 시즌과 다른 면이 많다. 우선 마운드에서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선발 마운드의 부진은 분명 큰 문제다. 퀄리티스타트를 좀처럼 하지 못하는 선발 투수진과 부진한 1, 2, 3선발 투수들은 여전히 기대해했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재계약했던 외국인 투수들은 벌써부터 교체 가능성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 선수 수급 상황이 원활하지 않고 가뜩이나 선발 투수진이 약해진 롯데의 상황은 외국인 선수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공백기를 견디기 어렵다. 현재 부상에서 재활 중인 선발 투수 이인복이 정상 복귀한다면 그때는 스트레일리와 반즈 두 투수 중 한 명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아직 시즌 첫 승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박세웅이 부상이나 구위 저하 현상이 없는 만큼 투구 밸런스를 되찾는다면 반등할 여지도 있다. FA 영입 투수 한현희는 세부 성적은 부진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치가 5선발 투수였다는 점에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런 기다림을 가능케 하는 건 불펜진의 기대 이상의 호투다. 롯데 불펜진은 시즌 초반 선발 투수진의 집단 난조 속에 함께 흔들렸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역할 분담이 명확해지고 투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뛰어난 구위의 김진욱, 최준용이 불펜진에 힘을 실어주고 김상수, 윤명준, 신정락이 안정적인 투구를 하면서 과부하 조짐을 보였던 구승민, 김원중 두 필승조의 부담을 덜어줬다. 시즌 초반 두 투수가 책임지는 8, 9회 앞을 지킬 투수 부재로 고심했던 롯데였지만, 그 부분이 해결되면서 불펜진이 철벽이 됐다. 연승 기간 롯데 불펜진은 매우 강력했다. 선발 투수들의 이닝 소화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부분마저 지워냈다. 이전 시즌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이런 마운드의 긍정 변화에 타선도 화답했다. 롯데 타선은 득점권에서 매우 강한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상. 하위 타선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 지난 시즌 상. 하위 타선의 극심한 불균형으로 인해 상대 투수들에게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줬던 하위 타선에 중량감 있는 선수인 FA 영입 선수 노진혁과 유강남이 더해지며 타선의 균형이 이루어졌다. 두 선수는 아직 평균 이하의 성적이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상대에 부담이 된다. 연승 기간에는 필요할 때 적시 안타를 때려내며 타선에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롯데는 야수진의 한층 두꺼워진 선수층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롯데는 1군 엔트리에 있는 야수진 누구가 나와도 경쟁력을 가질 정도다. 이에 롯데는 베테랑 선수들에게 중간중간 휴식을 주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게 하고 있다. 선수 로테이션을 통해 내부 경쟁 구도도 만들어졌다.

롯데는 누구든 컨디션이 나쁘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는 상황이다. 롯데는 국가대표 발탁 가능성까지 나오는 새로운 1번 타자 안권수에 빠르게 프로에 적응하고 있는 신인 김민석, 좌타 거포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는 고승민, 2군에서 큰 활약을 했던 윤동희까지 모두가 주전급이다. 기동력과 정교한 타격을 겸비한 외야수 황성빈의 부상 공백이 아쉽지만, 그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속에서 외국이 타자 렉스로 컨디션이 저하되면 선발에서 제외될 수 있다. 고승민이 주로 1루수로 나서면서 지난 시즌 주전 1루수였던 정훈은 타격 부진 영향도 있지만,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중심 타자 전준우도 외야 수비를 거의 하지 않고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내야진 역시 노진혁, 한동희, 안치홍이 주전이라 하지만, 이학주와 박승욱이 그들의 백업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박승욱은 표본이 많지 않지만, 4할대 타율에 안정된 2루 수비로 안치홍의 부담을 덜고 그를 필요할 때 1루수로 기용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있다. 이학주는 내야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며 선수 운영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이런 선수 운영폭의 확대는 장기 레이스를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롯데는 현재 2군 퓨처스 팀 성적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 퓨처스 팀에도 1군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가 다수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퓨처스 팀에서도 선수가 없다는 말이 나왔던 롯데로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상황이다.

나균안

이렇게 달라진 롯데의 상황은 롯데의 상승세가 지속력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무엇보다 지금의 상승세가 특정 선수의 활약이 아닌 팀 롯데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 긍정적이다. 수년간 진행해온 팀 체질 개선 작업과 리툴링이 성과를 보이고 있고 적절한 선수 영입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선수 운영에서 올드하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던 서튼 감독도 확충된 선수 자원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야구 색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롯데에게 필요한 건 꾸준함이다. 분명 고비는 찾아올 수 있고 그에 맞는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당장 긴 연승 후 찾아올 수 있는 연패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마침 연승 후 롯데는 지난 시즌 그들의 나락으로 빠뜨렸던 어린이날이 있는 한주를 보내고 있다. 그 상대들도 KIA에 이어 까다로운 상대 삼성이다. 에이스 나균안이 등판한 경기를 패하면서 불안한 선발진이 한 주를 책임져야 한다. 롯데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최 하위로 쳐진 한화를 제외하면 대부분 팀들이 5할대 승률을 유지하며 순위 레이스에서 크게 밀리지 않고 있다. 부상 도미노 속에 하위권에 있는 KT는 단단한 선발진이 있어 후반기 치고 올라올 힘이 있다. 이는 올 시즌이 이전 시즌과 달리 초반 판도가 순위로 이어지는 흐름이 아닐 수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

지난 시즌 하위권에서 선두권에 자리한 롯데는 더더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언제든 순위표 아래로 쳐질 수 있는 올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제 롯데는 긴 연승으로 벌어 놓은 승패 마진을 바탕으로 상위권 순위표를 지키는 야구를 해야 한다. 롯데가 그들을 바라보는 불안한 그리고 의구심 가득한 시선을 뒤로하고 지금의 순위표를 지켜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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