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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프로야구, 5월의 봄비가 준 긴 휴식기 롯데에 보약될까?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3.05.08 13:26 의견 0

어린이날 연휴 전후로 내린 많은 비로 프로야구 팀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어린이날은 각종 놀이공원 등 서비스업계에서는 최고 성수기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날이 있는 3연전을 하는 홈 팀은 그에 맞게 각종 이벤트를 해왔다. 이번 어린이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린이날 경기가 열린 구장은 고척돔뿐이었다.

이런 상황은 가장 아쉬운 구단 중 하나는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9연승과 함께 정규리그 선두 경쟁팀 됐고 그 상승세를 어린이날 3연전에서 홈 관중들의 응원속에 지속하고자 했다. 마침 어린이날 3연전은 삼성과 클래식 매치로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롯데와 삼성은 1982년 시작한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모기업과 팀 명이 바뀌지 않은 구단들이다. 이에 두 구단은 상호 대결을 클래식 매치로 이름 붙이고 이벤트를 열곤 했다.

만원 관중이 기대되는 어린이날 홈 3연전이었지만, 롯데는 단 한경기도 하지 못했다. 비가 잦아든 5월 7일 일요일 경기만이라도 열고 싶었지만 야속한 비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로서 롯데는 5월 4일, KIA와의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5월 7일까지 그리고 휴식일인 5월 8일까지 긴 휴식기를 가지게 됐다. 최근 10경기 9승 1패의 상승세에 있었던 롯데에는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없게 됐다는 아쉬움이 더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롯데는 연승 기간 쌓인 피로를 회복하고 팀을 재정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과부하 조짐도 보였던 불펜진에게는 꿀맛같은 휴식이 될 수 있다. 롯데 불펜진의 핵심을 이루는 마무리 김원중과 셋업맨 구승민은 시즌 초반부터 멀티 이닝을 자주 소화하는 등 등판 횟수가 많았다.

시즌 초반, 선발 투수진이 초반 강판되는 경기가 많았고 불펜진 전반이 흔들리며서 경기 후반이 불안한 롯데였다. 이에 롯데는 승리할 수 있는 경기에서는 구승민과 김원중을 한박자 빠르게 마운드에 올려 승리를 지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구승민과 김원중이 무리하는 부분이 있었다. 연승 기간 그 부분이 해소되긴 했지만, 누적된 피로를 무시할 수 없었다. 긴 휴식기는 그들에게 회복할 시간을 줄 수 있다.

여타 불펜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롯데 불펜진의 핵심은 베테랑들이다. 타 팀에서 방출되었다 롯데와 계얙한 김상수와 윤명준, 신정락은 불펜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김상수는 15경기 마운드에 올라 0점대 방어율에 2승 1세이브 4홀드를 기록중이다. 각종 세부 지표도 매우 우수하다.

롯데가 시즌 초반 고민하던 리드하는 상황에서의 7회를 확실히 책임지고 있다. 윤명준과 신정락은 추격조로 그 쓰임새가 많다. 신정락은 멀티 이닝을 소화하면서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30대 선수들로 연승 기간 거듭된 등판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는 시점이었다.

불펜진이 힘을 비축하는 사이 롯데는 휴식기를 거치며 선발진은 개편할 시간을 가지게 됐다. 롯데는 올 시즌 스트레일리, 반즈 외국인 원투 펀치에 박세웅, 나균안, 한현희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여기에 김진욱 등이 예비 선발 투수자원이 대기하는 구도였지만, 그 구상이 시작부터 흔들렸다.

스트레일리와 반즈, 박세웅까지 선발 로테이션 상위 순번의 투수들이 모두 부진했다. 특히, 외국인 원투 펀치의 부진이 선발 마운드 전체를 흔들었다. 두 투수는 지난 시즌 기량을 입증했고 올 시즌도 일정 활약이 기대됐다. 롯데는 이들과 높은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고 재계약했다.

하지만 스트레일리는 분명한 구위 저하로 고전하고 있고 반즈는 제구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원투 펀치의 불안은 박세웅에게도 영향을 줬다. WBC 참가 후유증이 우려됐던 박세웅은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렸던 탓인지 자신의 투구 밸런스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상위순번 선발 투수들의 계속된 부진은 시즌 초반 롯데 마운드 전체가 흔드리는 원인이 됐다. 5월 첫 주의 많은 비는 이들에게 재조정의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올 시즌 롯데의 새 에이스 나균안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나균안은 올 시즌 기대를 한참 뛰어 넘는 투구를 하고 있다. 안정된 제구와 다양한 구종, 경기 운영능력까지 겸비한 나균안은 시즌 초반 선발 투수진이 무너진 롯데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나균안은 4번의 퀄리티 스타트와 함께 이닝 이터로서 완벽한 선발 투수 역할을 했다. 만약, 나균안의 활약이 없었다면 롯데의 순위는 KT, 한화와 함께 3약을 형성하고 있었을지로 모른다.

분명 반가운 활약이지만, 나균안은 프로데뷔를 포수로 했고 투수 경험이 많지 않다. 풀 타임 시즌을 선발 투수로 보내는 것도 올 시즌이 처음이다. 올 시즌 그에 대한 기대치는 결코 1, 2선발 투수는 아니었다. 자칫 오버페이스의 우려도 있었고 등판이 이어지면서 힘이 빠질수 있는 시점이었다. 롯데의 연승이 끝나는 경기에서 나균안은 이전 경기와 달리 제구가 흔들리고 초반 무너지는 모습이 있었다. 잠시 가지는 휴식기는 나균안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롯데 야수진에도 비로 인한 휴식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올 시즌 새로운 1번 타자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안권수에게는 거듭되는 허슬 플레이로 누적된 피로를 풀 수 있는 시간이다. 최근 안권수는 팔꿈치 통증으로 경기 출전에 제한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점점 그 활용도가 커지고 있는 신인 김민석에게도 한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다. 여기에 거의 풀타임 출전하고 있는 주전 포수 유강남에게도 소중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긴 연승이후 찾아올 수 있는 분위기 침체 가능성을 줄여줬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롯데는 근래 들어 긴 연승을 한 기억이 없다. 9연승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팀 전체가 오버페이스를 했을 가능성도 크다. 물론, 이전과 달리 두꺼워진 선수층을 바탕으로 한 연승으로 연승 휴유증에 대한 우려는 줄었지만, 지난 시즌 롯데는 4월 급 상승세 후 큰 추락을 경험했다.

롯데는 연승 이후 팀을 꾸준히 이기는 팀으로 연착륙 시키지 못한다면 지난 시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불안감일 생길 수 있었다. 5월 첫 주의 계속된 비는 자칫 과열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적절히 식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연승 기간 그냥 지나쳤던 팀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살피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휴식기는 롯데만이 가진 건 아니었다. 다수의 팀들이 꿀맛같은 휴식기를 보냈다. 올 시즌은 유독 접전의 경기가 많고 5할 승률대에서 많은 팀들이 경쟁하는 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 매일 경기 결과가 순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접전의 경기기 늘어나고 부상 선수가 함께 늘어가는 상황에서 힘든 4월을 보냈던 팀들이 많았다. 5월의 비는 롯데에게만 휴식을 주지 않았다.

롯데는 날씨로 인해 가졌던 여유를 다시 전력을 극대화하고 상승세를 유지하는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 앞세 언급했던 선발 투수진이 휴식기 기간 기량을 회복하고 제 역할을 한다면 긴 휴식기를 보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선발 마운드의 불안이 이어지고 긴 휴식으로 득점권에서 매우 뛰어난 생산력을 유지했던 타선마저 침체한다면 긴 휴식은 실속없는 일이 될 수 있다. 결국, 휴식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팀 역량이 필요한 롯데다.

롯데는 이번 주 개막 2연전에서 접전을 펼쳤던 두산과의 홈 3연전에 이어 하위권의 KT의 원정에서 대결한다. 두산은 개막전에서 팽팽한 경기를 했고 최근 부상 중이었던 외국인 투수가 복귀하는 등 전력에 플러스 요소가 늘었다. KT는 부상 선수 속출로 고전하고 있지만, 올 시즌 첫 3연전에서 롯데가 1승 2패로 밀리는 결과가 있었다. KT도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롯데는 충분한 휴식으로 비축한 힘을 전력의 극대화로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번주 일정을 무난히 넘긴다면 상위권 자리를 확고히 지킬 수 있다. 또한, 여전히 롯데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있다. 선수들의 자신감 또한,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지금까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롯데다. 마침 9연승에 성공한 시점에 보다 모던한 느낌의 새로운 마스코트를 런칭 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도 나서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롯데가 가지고 있는 봄에만 야구를 잘한다는 봄데의 이미지를 벗는 일이다. 마침 연승 후 충분히 힘을 비축할 시간도 있었다. 롯데가 그들의 위기를 확고히 하는 한 주를 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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