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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처리수)를 두고...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3.08.29 12:47 의견 0

◆냄새나는 것은 뚜껑을 덮는다(臭い物に蓋をする)

최근 일본의 전국어업협동조합 연합회인 젠교렌(全漁連) 회장은 “과학적 안전과 사회적 안심”이란 표현을 썼다. 일본 정부와 동경전력이 2015년 “관계자의 이해 없이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던 것과는 달리 서둘러 방출을 결정한 것에 따른 반발의 표현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겉으로는 어민과 동북 지방 인근 주민들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를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방출 시기를 해수욕장 폐장 이후를 선택한 것이다. 후쿠시마 인근 해수욕장을 보면 대부분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이며, 가장 늦은 곳이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다.

하지만 정부와 도쿄전력의 의도와는 달리 주민들은 과학적인 불안보다 ‘후표히가이’(風評被害; 국내외 매스컴, 정치가 시민단체들에 의해 과학적 근거보다 정치적 이익을 겨냥한 퍼포먼스, 집회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지칭)를 더 우려한다. 일본 정부는 이런 ‘후효히가이’(風評被害) 대책 300억 엔, 어업 계속 지원대책 500억 엔 등의 금전적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실 수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후쿠시마 인근 어민들이 아닌 홋카이도 등 다른 지역이 수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보상의 대부분은 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또한 여론조사(8.19, 20일) 결과를 보면 오염수 해양 방출 찬성은 54%(반대 33%)이며, 설명이 불충분하다가 70%(충분 19%)로 “해양 방출에 대해 찬성하되,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결과를 보이고는 있는 가운데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지역, 혹은 사업자들 이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러므로 소위 요란스럽게 처리하고 있는 기시다 정권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결국 기시다 정권은 더 이상의 지지율 하락을 멈추기 위해 “냄새나는 것은 뚜껑을 덮는다”(臭い物に 蓋をする)는 일본 속담의 표현처럼 조기 수습을 위해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오염수 방출이 끝이 아니다.

그런데 일본이 안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문제는 이번 오염수 문제만이 아니다. 원전 사고 이후 떡처럼 엉켜있는 고농도 폐연료로부터 발생하는 또 다른 오염수가 매일 약 90톤 가량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오염수 발생은 향후 수십 년이 걸리는 폐로 기간(도쿄전력은 30~40년 걸린다고 주장) 동안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오염수는 해양으로 방출하였지만, 오염된 토양 문제는 아직도 해결책이 없다. 방사능 제염(除染)으로 발생한 오염토양은 1입방미터의 폐기물을 넣는 대형 자루인 플레콘 백(Flexible Container Bag)에 담아 보관하고 있는데, 2023년 4월 기준 후쿠시마 전 59개 시정촌 가운데 52개 시정촌에 플레콘 백이 약 1,347만 개나 쌓여있다.

현재는 원전과 인접한 중간 저장시설에서 일시 보관 중이지만 이 오염된 토양을 후쿠시마현 외로 반출하는 토의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오염토양을 수용하겠다는 지역도 없다. 게다가 향후 오염지역으로 귀환을 희망하는 주민들의 자택 주변을 제염하는 경우, 이런 오염토양이 얼마나 추가로 발생할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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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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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문제가 아닌 반일, 반중 정서로 확산

지금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오염수 방출 문제는 일본 국내문제를 넘어 국가 간의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데 특히 중국과의 문제는 심각하다.

문제는 수산물 무역뿐 아니라 경제문제와 반일, 반중 정서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데, 배경에는 ①일본이 지난 7월 23일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하였고, ②중국은 8월 1일부터 반도체, LED, 태양전지 등 각종 전자부품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갈륨, 게르마늄 등 희토류의 수출을 규제하였다. 게다가 ③최근 주중 일본대사관에서는 반일 운동이 확산하고 있음에 따라 자국민들에게 외출 때 큰소리로 일본어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신중한 언동을 주의하였다. 그리고 ④일본도 중국 여행객을 겨냥해서 자국으로 여행하러 오는 관광객의 수용인원을 초과하는 것에 대한 대책인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도 검토하는 등 반중 정서로 대응하고 있다.

한편, 우리에게도 일본과 중국의 문제가 강 건너 불구경처럼 보여지지 않는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성실하게 정보를 공개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며, 그 사례로 기준치 이하의 오염수로만 알았던 오염수 탱크 속에 보관 중인 오염수 가운데, 66%가 기준을 초과한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러므로 과거 일본이 러시아 극동 퇴역 원자력잠수함 해체사업 등에 참가하는 등 핵 군축과 불확산, 환경보전을 지향해 온 것처럼 반중 정서로 대응하기 보다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고 성실한 자세로 주변국에 대한 신뢰를 얻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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