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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PBC] 끝내 넘지 못한 일본의 벽, 하지만 가능성 확인한 야구 대표팀

칼럼니스트 지후니74 승인 2023.11.21 11:52 의견 0

아쉬운 역전패였다. 예선전 패배와 객관적 전력 열세라는 평가를 뒤집는 내용이었고 자신만만했던 홈팀 일본을 긴장하게 하는 승부였다. 하지만 최근 계속 이어지는 야구 일본전 패배의 굴레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결승에서 야구 대표팀은 연장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3 : 4로 패했다. 이로써 야구 대표팀은 예선전과 결승전 모두 일본에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패하긴 했지만, 야구 대표팀은 끈질긴 승부를 하며 일본에 대등하게 맞섰다. 오히려 선발 투수 곽빈의 호투와 4번 타자 노시환의 선제 2타점 적시 안타로 앞서가는 경기를 했다. 하지만 경기 후반 동점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불운이 겹쳤고 승부치기에서 심판의 볼 판정에 아쉬움이 있었다. 6회 말 동점을 허용하는 데 있어 빌미를 제공한 일본의 2루타는 제대로 된 스윙이 아닌 타구가 1루수 선상을 타고 넘었고 연장 10회 초 승부치기 상황에서 주심의 볼 판정은 보내기 번트 작전을 시도하던 대표팀의 흐름을 끊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대표팀은 연령 제한이 있다고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상대로 두 차례 대결에서 대등한 경기를 했다. 특히, 결승전 승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선발 투수 대결에서는 오히려 더 앞서는 내용이었고 수비의 안정감도 더 뛰어났다. 타자들은 끈질긴 승부와 힘 있는 타격으로 일본 투수들을 괴롭혔다. 정예 선수들의 참가했지만, WBC 일본전에서 무기력 패배를 당했던 대표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2023 APBC 아쉬운 준우승에도 긍정적인 경기력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밝은 미래를 기약하게 했다. 우선, 선발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문동주, 이의리, 원태인, 곽빈까지 4명의 선발 투수들이 모두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시즌이 끝나고 경기 공백기 있었지만,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고 경기 운영 능력도 돋보였다.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선발 투수 부재로 고심했던 대표팀으로서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었다.

문동주는 아시안게임에 이어 앞으로 대표팀의 1선발 투수로 자신 있게 마운드에 올릴 수 있는 역량을 보였고 이의리는 아쉽게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탈락했지만, 김광현과 양현종을 잇는 좌완 선발 투수로 기대를 가지게 했다. 풍부한 국제 경기 경험의 원태인도 믿음직했다.

여기에 부상으로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곽빈은 부담이 큰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5이닝 1실점 호투하며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곽빈은 경기 도중 투구 패턴에 변화를 주는 등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였다.

여기에 불펜진 역시 한국 시리즈 출전으로 박영현과 고우석 등이 함께 하지 못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서도 호투했던 최지민이 좌완 스페셜리스트의 면모를 과시했고 대표팀에 처음 선발된 또 다른 좌완 최승용의 투구도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신민혁과 최준용도 첫 국제 대회 등판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보였다. 이를 통해 대표팀은 앞으로 국제 경기에서 투수 활용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선은 아시안게임에서 4번 타자로 활약했던 노시환이 앞으로 대표팀에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노시환은 상대 팀의 견제에도 이를 이겨내고 득점 기회에서 클러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도 노시환은 유격수를 키를 넘겨 좌중간 펜스로 향하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노시환 외에 아시안게임에 이어 다시 대표팀 주장으로 선임된 김혜성이 붙박이 1번 타자로 자리를 잡았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인 윤동희, 김형준, 김주원, 최지훈도 그 활약을 계속 이어갔다. 여기에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내야수 김도영과 외야수 문현빈,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홈런포를 때려낸 김휘집도 돋보였다. 이를 통해 대표팀은 선수 운영폭을 한층 더 넓힐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팀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센터 라인에 포수 김형준을 시작으로 유격수 김주원, 2루수 김혜성, 중견수 최지훈의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야구의 미래 밝혀주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

이렇게 2023 APBC는 야구 대표팀의 세대교체와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서는 대회였다. 일본과의 2차례 경기를 모두 패했지만, 1점 차 접전을 하며 밀리지 않았고 지난 WBC에서 충격패를 안겼던 호주전 승리도 의미가 있었다. 여기에 자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대만전에서 완벽한 우위를 보였다는 점은 앞으로 대만전에 더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야구 대표팀만의 색깔이 정립되어 간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특히, 공격에서 스몰볼 야구가 자리를 잡았고 빠른 선수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공격 옵션이 늘어났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대표팀의 빠른 기동력은 일본 대표팀 내야진을 흔드는 요인이 됐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작전 야구가 잘 구현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아쉬움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젊은 야구 대표팀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애초 큰 우려 속에 스스로 나이 제한을 하며 구성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고 그 선수들이 상당수 포함된 야구 대표팀이 더 강한 상대들과도 좋은 경기 내용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이 충분히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쌓여가는 자신감은 향후 대표팀 발전에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넘어야 할 벽, 일본


다만, 일본전 승리는 앞으로 야구 대표팀에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미 기존의 세밀하고 정교한 야구에 미국 메이저리그의 힘 있는 야구를 더해 파워와 정교함을 더한 야구를 하고 있다. 이는 WBC 우승의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오타니를 필두로 다수의 일본 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그 사이 일본과 우리의 국제 경쟁력 격차는 한층 더 벌어졌다. 지난 WBC 일본전 참패는 한. 일 야구, 프로야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번 2023 APBC에서도 우리 대표팀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작지만 넘기 힘든 차이를 느껴야 했다. 다만, 우리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은 일본전 패배의 아픔을 덜 겪었고 같은 연령대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일본과의 대결에서 주눅 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2023 APBC는 승리와 패배가 교차하는 가운 데 많은 것을 얻은 대회였다. 또한,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다시 불붙은 야구의 열기를 마지막까지 이어갔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야구 국가 대항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가 12월, 대만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2023 APBC 대회보다 더 젊은 선수들이 나서고 2024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된 선수들과 KBO 리그 저 연차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이 또한 우리 야구의 미래 가능성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대회가 될 수 있다.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 이어 아시아 야구 선수권에서도 긍정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AP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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