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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무비파크]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다큐PD 김재훈 승인 2019.12.08 11:00 의견 0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스틸컷

아카데미를 겨냥하고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많은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었고, 그중에 여우주연상을 따내는 쾌거를 이룬 영화이기에 다른 이유를 빼고서도 봐야하는 영화였다.

영화 홍보를 위해서인지 엠마 스톤의 최초 노출연기가 들어있다고 하는 다소 어이없는 홍보도 있긴 했지만, 그런 것이 영화를 보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잘 만들었으니 노미네이트 되었을 것이고, 수상까지 이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중세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정치색을 가진 영화는 일단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올드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무겁다는 이미지가 우선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독은 "킬링 디어"의 요르고스 란티모스다. 킬링디어가 어떤 영화였던가. 처음 장면부터 끝 장면까지 메세지로 무장하고 관객들에게 정답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지를 던졌던 그 감독이기에 만만치 않은 영화일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은 역시 출연진의 힘이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여우주연상의 올리비아 콜맨은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그를 보완할 수 있는 두명의 배우는 믿고 보는 배우에 가깝기 때문이다. 거기다 니콜라스 홀트까지...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스틸컷

◇여자의 권력,욕망,질투...대한민국에서 본 듯한 이야기

세계 어디서든 같은 이야기는 존재한다.

권력자의 최측근에 서서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들, 그리고 그 권력을 어떻게든 빼앗으려고 하는 이들의 이야기말이다. 이 영화도 다르지 않다. 무능한 앤 여왕의 옆을 차지하려고 하는 일명 비선실세가 되고자 하는 두 여자의 암투를 그린 치정극이라고 간단하게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구도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기에 보는동안 기분나쁜 씁쓸함이 동반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치정을 그리는 모습들이 엄청나게 세련되어 있어서 한편의 첩보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낸다.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자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이의 심리극 사이에 이리저리 갈피를 못잡는 무능한 여왕의 포지션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삼각관계를 영화는 치정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영화가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세명의 여인들이 끌고가는 영화다. 다른 존재들의 존재감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도 충분했다. 엄청난 연기와 매력이 시종일관 영화를 지배한다.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스틸컷

◇세 여자가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에 빠져들다.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은 언제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외모에서 보이는 이미지때문에 약간의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언제나 연기력으로 커버가 가능한 연기자임을 영화에서 증명하고 있다. 괜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 것이 아니란 것을 그녀는 아비게일이라는 사랑스럽지만 간사한 중세의 여인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표현한다. 초기에 그녀의 이미지와 감독의 연출스타일이 맞아떨어질지 좀 의문스러웠으나, 앞으로 그녀에 대한 의문은 지우기로 한다.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스틸컷

레이첼 누님은 도대체 나이라는 것을 먹기는 하는 것인지, 콘스탄틴에서 보였던 그 모습이 지금까지도 변함없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다. 그리고 그녀의 연기는 언제나 매력이 넘친다.

비선실세 최측근인 사라의 역할로 그녀보다 어울리는 배우가 생각이 안날 정도로 지적이며, 차가운 섹시미를 풍긴다. 엠마스톤의 유한 이미지가 부각되려면 그녀보다 압도적인 카리스마의 블랙이 있어야했는데 두 배우의 케미는 환상적이다.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스틸컷

◇아카데미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이 가득...

개인적으로 이번 아카데미 시상작품들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당연히 로마(Roma)의 탈락이고, 두번째 아쉬움은 바로 여우주연상의 올리비아 콜맨이다.

서양인의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겠지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서 그녀가 받아야할 이유를 딱히 찾기가 힘들기도 하고,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연기보다 조연들의 연기들이 더 좋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단,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라는 것을 명시한다.

올리피아 콜맨의 팬들도 많고 그녀의 수상에 당위성을 가진 이들도 많다는 것을 알기때문이다. 그녀의 찌질한 연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자. 뭐 심사위원들의 눈이 더 정확할테니 태클을 걸자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엠마 스톤이라는 여배우가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이고, 레이첼 와이즈의 건재함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의무는 다했다고 본다. 그리고 최대의 수확은 감독인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재발견일 것이다. 이제 그에게 어려운 메세지만 던져대는 난해한 감독이라는 이미지를 떼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주특기는 나오지만 전작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애교다.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The Favourite,2018)
감독 :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 올리비아 콜맨, 레이첼 와이즈, 엠마 스톤, 니콜라스 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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