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향(竹鄕)의 소풍] 아이슬란드 여행 15회차(1) 2015년 9월 13일 사진 일기
눈과 화산, 푸른 바다의 나라 아이슬란드 16박 17일 일주기
장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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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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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과 아내는입술을 꼭 깨문 채 말이 없고,
쇳덩어리를 조금 아는 형님이 차에 바싹 붙어서
바퀴를 빼내려고 낑낑대는데
옆에서 가만히 보자니까 나사 하나가 빠지질 않는다.
- 젠장! 꿈쩍도 안하네.
형님이 황소 거품 무는 소리를 낸다.
정말 화가 났다는 증거다.
삼십년 겪어봐서 아는데 형님 입에서 젠장!이란 말을 한다는건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는건데,
나사 하나가 깨져서 빠지질 않고 완전히 뭉그러졌다.
다른 렌트카 회사 차들에 비해
절반 가격 쯤에 빌렸는데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렌트카에 전화했더니 대답이 기가 찼다.
- 아무한테나 고쳐달라고 그러세요.
안 오겠다는 얘기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더라고
하는 수 없이 아내 손을 잡고 동네라고 해봐야
몇 집 안되는 곳을 돌면서 이집,저집 문을 두드렸으나 대답이 없다.
근처에 있는 학교로 갔더니
선생님 한 분이커피 한잔 하며 기다리란다.
사람을 불러주신다며 오신 분이
그 선생님 남편이었다.
20분만에 코작을 닮은 사내가 왔다.
멕가이버 솜씨로 뚝딱 파바박 고치는데 10분도 안걸린다.
하도 고맙고 신기해서 사례를 하려고 지갑을 열었다.
- 허~ 알만한 사람이 왜 이러십니까
점잖치 못하게스리.
하면서 내 손을 가만히 밀치는게 아닌가
- 너무 액수가 적어서 그러신건가요
- 아이슬란드에 오신 걸 환영해요,친구들.
재미있게 여행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기름 넣는 데까지 차를 끌고 가서
바퀴 네개에 바람을 다시 넣더니 타이어 프레셔까지 점검한다.
나사 하나 뭉그러진 건 자기 바퀴에서 뺀 거다.
자긴 집에 가면 남는게 있다면서 씨익 웃는데,
- 여긴 참 희한한 동네네. 주는 돈을 마다하는 법도 있나
형님은 아무래도 믿기 어렵다는 투다.
이 분은분명 자다가 전화받고 바로 오신거라고 했고,
게다가 병원에서 밤을 새며
늘 비상출동을 대기하는 긴급구조대원이라는데,
- 우리나라는 평소에 원수진 사람이라도
도움을 요청할 땐 도와주는 나랍니다.
모자란 잠을 채운다는 말을 남기더니
털털거리는 똥차를 몰고 사라진다.
[죽향(竹鄕)의 소풍]
죽향(竹鄕)이라는 아호를 가진 장욱은
1986년 재학 중 먹고살기 위해 도미,
30여년 이민 생활을 지내며 한시를 써온 시인이다.
[죽향의 소풍]은 우주의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초록별의 방문객이라는
그의 소풍(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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