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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틴_X파일(16)] 라스푸틴의 시체였다.

칼럼니스트 박광작 승인 2019.03.03 09:30 의견 0

암살(1916년 12월 17일) 당하기 전 죽음을 예감한 라스푸틴은 비서 아론 시모노비치에게 자필 편지를 자신의 딸 마리아 라스푸틴에게 전해 줄 것을 부탁했다.

나의 사랑하고 귀중한 딸아! 비운이 위협하고 있다. 큰 비극이 다가 오고 있다. 자비로운 성모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있다. 밤의 고요함 속에 정신은 격양되고 있다.

고요함도 사라지고 분노는 끔끽하다. 어디로 도망해야 할까. 이렇게 쓰여 있구나: 너희들은 어느 날, 어느 시간을 알지 못하므로 너희들은 깨어 있으라.

우리나라에게도 이 시간은 다가왔다. 피는 공포에 얼어붙는다. 수많은 피가 흐르고 고통의 신음도 있을 것이다. 엄청난 괴로움의 밤은 칠흑같이 어두울 것이다. 나는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나의 운명의 시간은 곧 다가올 것이다. 나는 염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운명의 시간은 혹독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나는 큰 고통을 참아낼 것이다. 인간들에게 용서가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제국(천국)을 상속 받을 것이다. 너는 너의 보금자리에서 나를 측은히 여겨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은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는 오래 기도할 필요가 없다. 신이 너에게 힘을 줄 것이다.

나는 너희들을 슬퍼하고 우리의 사랑을 한탄한다. 너희들의 고난의 길은 신에게 알려져 있다. 셀 수 없는 인간들이 멸망할 것이다. 수많은 순교자가 죽고 형제들이 형제들에 의해 살해될 것이다. 거대한 불행이 다가올 것이다. 세상은 무서워 떨게될 것이다. 기아와 전염병이 올 것이고 전 세계에 징후가 나타날 것이다.

기도하라, 그러면 너희들에게 구원이 올 것이다.구세주의 은총과 신과 인간의 중재자이신 성모 마리아의 수호에 의해 다시 기쁨이 너희들 위해 내릴 것이다.

그리고리(라스푸틴)

라스푸틴이 살해된 후 이틀이 지난 1916년 12월 19일 새벽이 밝아왔다. 상트페트르부르크의 도시 중간을 흘러가는 네바 강에 얼음덩이들이 여기저기 떠 있었다. 그 가운데 시체 하나가 수면 위로 올라와 비참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얼굴은 찌그러져 있고, 두개골도 함몰되어 있었고, 오른쪽 눈은 빠져나올 만큼 큰 상처를 입은 처참한 상태였다.

시체의 몇 개 부분에 총상도 한 눈에 보였다.

‘그리고리 라스푸틴’의 시체였다.

*글쓴이: 박광작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에서 비교체제론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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