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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_이야기(11)] 무한한 능력의 상상 속 용 그림 - 운룡도(雲龍圖)

박태숙 작가 승인 2019.03.22 13:24 의견 0

용은 동양의 생활 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동물입니다. 제왕의 표상이면서 길상벽사의 상징으로 궁중에서 백성들까지 지위를 막론하고 오랜 세월동안 사랑 받았습니다. 또한 12지신 중 유일하게 실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기도 합니다.

중국 위(魏)나라 장읍(張揖)이 지은 <광아(廣雅)>에서 용은 아홉 가지 동물들이 합쳐진 모습을 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몸통은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같다고 했습니다. 또한 비늘이 81개이며, 소리는 구리쟁반을 울리는 소리와 같고, 입 주위에는 긴 수염이, 턱 밑에는 구슬이 있으며, 목 아래에는 거꾸로 된 비늘인 역린이 있다고 했습니다.

▲ 운룡도(雲龍圖) ⓒ박태숙 작가

한국에서는 뱀이 500년을 살면 이무기가 되고, 이무기가 물에서 500년을 지내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는 설화가 전해집니다. 이는 한국 문화에서 용과 관련해 중국이나 불교와 무관한 고유의 문화적 전통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두산백과, 용 [dragon, 龍])

용은 상상의 동물인 만큼 인간의 욕구와 상황에 따라 끊임없는 상상력이 더해져 무한한 능력을 가진 동물로 존재했습니다. 대중에게 용은 비와 바다를 다스리는 숭배의 대상이었습니다. 백성들은 용이 농사에 영향을 미치는 비와 가뭄, 홍수 등을 주관한다고 생각해 가뭄이 들면 용 그림을 그려 비 내리기를 비는 기우제를 지냈습니다.

용 그림은 호랑이 그림과 함께 길상과 벽사의 상징으로도 여겨졌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새해에 용의 신령스러움으로 사(邪)된 것을 물리치고자 궁궐이나 민가의 문에 호랑이 그림과 용 그림을 함께 붙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궁중에서 용 그림은 엄격하고 강인한 모습으로 왕권을 과시하고 권위를 높이는데 활용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왕의 정복인 곤룡포에는 가슴과 등과 두 어깨에 발톱 다섯을 가진 오조룡(五爪龍)을 금실로 둥글게 수놓았습니다.

▲ 조선시대 왕이 입었던 곤룡포 ⓒ 위키백과

왕족의 권위에 따라 발톱 개수가 달랐는데요. 오조룡은 왕과 왕비를, 발톱이 네 개인 사조룡(四爪龍)은 왕세자와 세자빈을, 발톱이 세 개인 삼조룡(三爪龍)은 왕세손을 상징했습니다. 왕과 왕비를 상징하는 오조룡은 왕실에서만 그릴 수 있었으며, 민간에서는 사조룡이나 삼조룡을 그렸습니다.

용 그림 중에는 구름 속에 있는 용의 모습을 그린 운룡도가 많습니다. 대부분 괴이하고 신비로운 구름에 싸여 여의주를 잡으려고 꿈틀거리는 용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변화무쌍한 구름의 형상을 다양하게 표현하여 용의 신령스럽고 상서로움을 강조해 장식성을 높였습니다.

▲ 운룡도(雲龍圖) ⓒ 박태숙 작가

운룡도는 민화로 내려오면서 친근한 구름의 비중이 커졌고 용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여의주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이 모습은 흡사 행복과 욕망에 집착하는 인간의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우림 박태숙은 동대문구에서 우림화실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민화작가 입니다.
민화로 시작해 동양화, 서양화 등 다양한 분야를 배워나가며 민화에 새로운 색감, 기법 등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민화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민화를 다양한 공예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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